촛불 시민의 힘은 한국의 지성사를 다시 쓰고 있다. 아니 세계의 지성사를 다시 썼다. 1991년 3월 월드와이드웹의 탄생이후 인터넷은 현실세계와 대칭점을 이루며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문제의식을 공유한 시민이 결합할 때 인터넷이 현실 세계에 얼마나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촛불은 보여주었다. 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하나의 유기체처럼 생명을 가진 거대한 공룡이 되어 사회정의를 외쳤다. 그 포효는 미래의 위험을 현재의 정치화로 이끄는 성찰의 힘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촛불은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밝힌 성찰적 근대화의 초석을 만드는 거대한 사회적 축조의 기틀을 만들었다. 이로써 일단 메가바이트의 삽질세대 2mB는 기가바이트의 웹2.0 촛불세대에게 항복했다. 승리의 원인은 유기체적 대중이 각자의 지성을 모으며 거대한 힘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2004년 출간한 <다중>의 ‘떼 지성’이 확인된 것이다. 우리는 이를 집단지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타성으로 진화하는 웹

그러나 인간사회의 집단지성의 힘은 웹의 기반이 진화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원래 집단지성은 각 개체는 지성이 없지만 무리 전체로는 고도의 지능체계를 발휘하는 곤충세계에서 발견된 것이다. 도킨스에 따르면 이는 유전자의 명령에 의해 유전자를 후대에 더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한 개체의 이타성으로 설명될 것이다. 물론 이 자체도 유전자의 안전을 위한 이기적 유전자의 행위로 번역될 수 있다.

반면 인간의 기술사회는 그보다 이타적이고 고도의 이성이 결합하여 집단지성에 이르렀다. 그 시초는 인텔의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무어의 법칙을 제창하며 초석을 놓았을 것이다. 반도체의 성능은 1년 반을 주기로 두 배씩 향상되며, IT관련 제품의 가격은 매년 30~40%로 하락한다. 이 법칙이 40년 넘게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마침내 치프혁명을 만나게 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더라도 그 골자는 IT세상을 사는 우리는 누구나 비용 걱정 없이 모든 기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일취월장하다 분취월장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초취월장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를 갖고 있고, 인터넷의 플랫폼을 이용해 자기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총 표현사회’가 웹의 세상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인터넷 플랫폼으로서 구글의 성공은 새로운 웹의 세상을 예고했다. 기존의 인터넷 플랫폼이 사이트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사용자를 받아들이는 폐쇄적 공간이라면, 구글은 모든 소스를 오픈하고 불특정 다수 무한대의 사용자를 받아들여 스스로 진화하는 유기체적 운영방식을 띠고 있다. 이로써 각각의 사용자 지성이 구글 안에서 집단지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웹은 이렇듯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웹의 세계에서 거대한 정치적 힘이 발휘된 것은 물론의 세계를 거부하려는 지적 시민들의 상식적 노력 때문이었다. 물론의 세계는 한완상 전 장관이 창안한 허위의 세계이다. ‘네, 물론이지요’, ‘당연하지요’,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관성의 세계가 물론의 세계이다. 그러나 시민은 2mB가 구축하는 세계를 물론의 세계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공안정국과 신독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한숨 속에서 문제의식을 느낀 일부가 현 정권의 정책들에 대해 위험한 소수 의견으로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의견은 공감을 넓혀가며 시민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교육, 통일, 외교, 의료, 경제 등 전방위적으로 제기되던 문제의식들은 임계점에 다다르다 마침내 광우병 소고기에서 발화점을 만났다. 그리고 터졌다. 물론의 세계, 가상의 매트릭스가 걷히면서 ‘위험한 소수 의견’은 마침내 ‘시대의 상식’으로 등극했다. 그 움직임에 도로를 만들고, 교량을 세우고, 초고속 항로를 만든 것은 진화한 웹의 힘이었다. 대중의 기획은 정보의 바다에서 거대한 파도가 되고 마침내 쓰나미가 되었다. 그리고 확인시켰다. 현재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지만 2메가바이트의 정책은 70~80년대 컴퓨터가 보급되던 시대에는 적합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도도히 흐르는 용암줄기

마침내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실정을 고백하는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성난 민심과 정국 위기를 수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고백하며 두 번째로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 지점부터 필자는 새로운 의심을 하게 되었다. 반성하는 대통령의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물론의 세계를 받아들이기에는 수상쩍은 정국의 흐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근본을 의심케하는 정황들은 혹시나 이명박 대통령이 문제의식으로 똘똘 뭉친 집단지성을 상대로 저강도 전쟁을 선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왜냐하면 역동적인 시민의 집단지성은 또 다른 방식과 방향으로 더 거대하고 강력하게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재봉은 만화그리며 학생들과 논구술을 함께 공부합니다.

심재봉 시민기자

심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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