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재정을 위해서 운송수단은 꼭 필요하다. 따라서 우선은 수로를 통해 운반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 초기에는 수로를 통한 세곡과 상품 운송을 정부의 관선이 담당했는데 부패와 비효율이 문제가 되자 일반인들에게 위탁하는 민영화를 시행한다.
배를 만들고 운영하는 조직을 따로 운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위탁규모는 조선의 상업에서 가장 큰 사업일 수밖에 없었다. 숙종 때는 운임으로 상인들에게 1만 석이나 지불했다. 정부 재정의 5%가 넘었다. 하지만 정부는 위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이런 시장형성으로 당시 한강변의 상인인 경강상인들은 2천석 용량의 선박 등 300여 척의 배를 운영했다. 2천 석이면 160톤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들이 정박했던 곳은 서강, 용산강, 양화진 등 8곳이었다. 특히 조선시대 관료들의 녹봉은 마포에 있던 광흥창(지금 호선 광흥창역이다)에서 지급했다. 전국의 관료들이 이곳에서 봉급을 받아갔다.
이 배들은 단순히 정부의 세곡을 나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주나 사대부들의 소작료도 운반했으며 그 과정에서 상품도 운송했다. 수만 명이 이런 일에 종사하며 한강변에서 살게 된다.
이런 상업 지역과 함께 서울의 밤섬에는 배를 만드는 조선소가 있었으며, 어음을 다루는 객주와 여각이 600여 개에 달했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서울은 상업도시로 변모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상품 경제에서 파생되는 여러 일을 하는 한잡지류(閑雜之類)라 불리는 비생산인구가 수만에 이르게 된다.
이들은 특히 배에서 경강에 내린 조세 등의 짐을 운반하는 하역 작업을 맡았는데, 이런 일에 종사하는 운부계, 마계, 역인계 등의 조직까지 결성하고 보다 더 일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했다. 이들은 쌀 1천 석의 운임으로 11석7두를 받았는데, 이 이익은 상당한 것이어서 18세기에는 왕족까지 나서서 역인계 창설을 주도하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말과 수레를 몰거나 직접 운반하는 인부들이 받는 몫은 상당히 적었다. 완전한 자유경쟁이 아니었던 것이다. 상인들과 관리들이 계주들과만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계주(契主)들의 권한이 커졌고 그들은 이윤도 많이 챙겼다.
마치 요즘 화물운송의 지입제를 보는 듯하다. 지금처럼 당시 인부들의 항의와 원성이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들은 질서 유지 차원에서 인부들을 단호히 진압했다. 조세로 들어온 쌀이 운송 때문에 발이 묶여선 안 되는 데다가, 부패 등으로 익숙한 시스템을 파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또 인부들이 유통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잡스런 일을 하는 잡스러운 대상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현재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발생했다. 수레는 대형트럭으로 발전해서 엄청난 화물을 옮길 수 있는데 운전사들의 처지는 달라진 것이 없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자해지다. 제도를 만든 원인 제공자가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
정창수 역사기고가
정창수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