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민생은 있나-⑤해법은?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특별기자회견에서 “경제의 어려움을 풀어가기 위해 기업, 정부, 근로자가 모두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리는 여전히 대기업과 고소득 계층이 챙기는 반면 고통은 서민과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민생대책에 ‘민생’은 실종됐다는 평가다. 시민사회는 더 이상 친재벌, 친부자 정책을 용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의 ‘민생’을 톺아본다.

“성장우선 포기 공식 선언해야”
노사정위 등 사회적 대화 노력을

신뢰를 잃은 MB경제의 해법을 듣기 위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지난 18일 만났다.

그는 “무엇보다 대통령이 성장 슬로건을 포기하는 것은 급선무”라며 “그래야 대통령도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관료들도 정책수단의 선택과 집행과정에서 자율도를 높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환율정책 운영에서 이번 정부의 성격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만큼 환율과 금리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며 “기획재정부 장차관을 교체가 시장에게 확실한 예측가능성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경제팀이 시장의 신뢰를 잃은 원인은.

▲정부 태도를 보면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도 실패의 길로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경제정책의 목표를 성장, 안정, 개혁으로 본다면 이명박 정부는 이 중에서도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데만 집중하고 있다.

구조개혁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하는데, 특히 재벌 규제완화가 주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외적 환경으로 야기된 경제의 불안정성이 급격히 높아지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금리, 환율 등 전통적이고 정상적인 정책수단을 사용하는 대신정부가 가격결정에 직접 개입하면서 불안정성 문제를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푸는 악순환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제 정책 목표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성장 달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단기적 안전성 유지가 요구된다.

경제 우선순위 재조정 필요

-수출 대기업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받은 고환율정책 변경되는 조짐이 보인다.

▲고환율 정책의 전도사라고 할 수 있는 강만수 장관이 조금 유연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환율은 여전히 높다. 이번 달은 5% 넘는 물가상승이 예상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다른 요인도 많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환율을 계산해보면 올 초에는 930원이었다. 그 다음 1천50원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1천30원으로 정확히 10% 상승 한 셈이다. 석유수입 가격은 두바이유가 90달러에서 130달러로 50% 상승했다.

이러한 수치를 한국은행 거시경제모형에 대입해 보면 환율 10% 상승이 소비자 물가를 일년에 0.8% 올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유가는 물가에 0.2%만큼 영향을 미치니까 올해 50%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1%의 물가 상승요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즉 환율과 유가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효과는 비슷했다. 유가 상승은 집중적인 부분에서 효과와 영향이 나타나지만 환율은 거시적이고 간접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때문에 효과는 거의 같지만 석유가격만 눈에 보인다.

외부 충격과 재정확대에 따른 파급력을 줄이기 위해선 이를 흡수할 환율과 금리정책이 필요하다. 서민들을 타깃팅하는 재정투입이 불가피하다면 이러한 물가상승요인을 금리와 재정정책으로 흡수해야 한다. 환율을 다시 세 자리로 돌려야 한다. 환율 안정이 필요하다면 추가 금리인상도 필요하다.

경제팀이 성장과 안정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지만 물가안정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환율정책 운영에서 이번 정부의 성격이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는 만큼환율과 금리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을 시장에 줄 필요가 있다. 기획재정부 장차관 교체가 시장에게 확실한 예측가능성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재계는 스태그플레이션를 막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동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국민경제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1970년대 2차례 오일쇼크를 되돌아보면, 외부적 충격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임금을 물가에 연동시키면 대내적 충격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다. 또 재정정책으로 인한 과다한 정부지출도 코스트푸시인플레이션(원자재, 임금 등 생산비가 올라 생기는 물가 상승)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단순히 코스트 인상요인을 감안해 임금을 동결한다면 서민과 노동자들만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합리적으로 시장의 개별 주체들이 외부 충격으로 인한 고통을 얼마만큼 분담할 것인가를 논의를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노사정위원회 같은 사회적 대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물가상승 등 외부충격을 임금인상에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기업이윤으로 어느 정도 흡수할 것인가 등을 개별기업 차원에서 결정하긴 힘들다.

공기업 민영화, 정부자산만 탕진 우려

-정부가 추진 중인 민영화에 대한 우려가 많다.

▲재정수입확보가 공기업매각의 가장 큰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매각에 따른 재정수입은 일회적인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정책적 목표를 위해서 정부 자산을 탕진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다 팔아버리고 다음 정부는 빚더미에 않는 최악의 결과를 낮을 수 있다.

공기업 문제에 관해 얘기를 하면 공기업의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대부분 국민들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기업에 비율성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공기업을 왜 유지하느냐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공성,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야 한다.

내부적인 경영혁신을 배제한 채 국가에서 시장으로 소유구조만 바꾸려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반발을 낳고 있는 것이다. 재벌이 인수할 것이 뻔한 현재의 민영화 방식은 좋은 결과를 낳기 힘들다. 경영혁신이 필요한 공기업과 소유구조 변화가 필요한 분야를 분리해야 바라봐야 한다.

공공적 성격이 강한 기간산업과 전기 등 네트워크 산업 등 협의의 공기업은 민영화가 해법이 아니다. 또 IMF환란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경우엔 지배구조 개선을 고려한 매각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재벌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지 않는 방식이 고민돼야 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장도 매각으로 인한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지적했고, 금융위 부위원장도 공기업 인수에서 금호그룹 등의 재무상태가 불안정해졌다고 우려했다. 정책적 목표를 분명히 해서 이런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

"출범 4개월, 급격한 경제노선 수정 기대 어려워"
"경기침체, 국민신뢰 하락 악순환 당분간 지속"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 정부가 최우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통령과 관료들의 경제인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 증명된 상황이다. 나름대로 원칙이나 고집을 가지고 임기를 시작한지 4개월 만에 노선수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민 모두의 불행이지만 이명박 정부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은 문제에 집착한다면 경기침체, 국민신뢰 하락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7% 성장 슬로건을 포기하는 것은 급선무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도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고 관료들도 정책수단의 선택과 집행과정에서 자율도를 높일 것이다.

대통령이 성장률 목표를 되돌리지 않는다면 정책관료들이 제시하는 정책이 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없고, 다른 국정과제의 추진도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이 ‘성장이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공식선언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경제 안정화에 맞춰야 한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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