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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인권이야기[49] 배여진l승인2008.06.2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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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미쿡’에서 부시대통령과 골프카를 타고 있을 때, 과연 그는 수십만명이 모여 촛불을 들리라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장담컨대 절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회사의 CEO 이명박은 자기 회사의 회사원들이 당연히 CEO의 뜻을 따라 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백만번 양보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본다면, 수십만개의 촛불은 아마도 아직 차가웠던 새벽 내가 맞았던 물벼락만큼이나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존재일 것 같다.

처음 촛불집회에 나갔을 때, 듣고 깜짝 놀란 구호가 있다. 바로 “독재정권 물러나라!”, “독재타도” 이다. 그런데 독재타도라니?

사실 이명박 정권은 독재정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리 싫어도 그는 선거에서 50%가 넘는 투표율로 당선된, 엄연히 민주적인 절차를 걸쳐 당선된 대통령이다. 그러므로 이 정권은 독재정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은 독재정권이나 다름없다. 국민이 건강하게 살 권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없이 막무가내로 뭐시기 프렌들리를 외치며 독단적인 행보를 계속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처럼 국민은 수동적이거나 ‘무식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정말 독재정권이라도 떠올리듯 계속해서 ‘배후’를 찾으라 했고, 촛불은 누구의 돈으로 샀는지 밝혀내라고 하였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생각된다.

그는 비록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지만, 국민을 믿지 못하는, 하물며 국민을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선동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이고 무지몽매한 사람들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는 민주적인 절차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정작 그 본인은 ‘민주주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무지’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 ‘덕분에’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고, 직접 민주주의를 행하고 있다. 21년 전, 뜨거웠던 6월 이후 전두환 정권이 민주주의의 탈을 쓴 노태우 정권에게 바통을 넘겨주면서 멈췄던 진정한 민주주의가 21년이라는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매우 이르다. 하지만 또다시 미완의 민주주의가 될지라도 자칫 역사 속에 묻혀버릴 뻔한 우리의 숙제를 다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차가웠던 새벽, 물대포를 실컷 맞고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바깥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누구는 거리를 쓸고 있었고, 누구는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고, 누구는 조깅을 하고 있는 아주 지극히 평범한 일요일 아침이었다. 그 시각 다른 길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경찰의 강제진압이 진행 중이었다.

같은 시간 너무나 상반되는 풍경들이었다.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타박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억압이라는 것이 한 개인 개인의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갉아먹을 수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강부자’와 ‘고소영’의 정권이 과연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들을 다시 거리로 내몰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 않는가. 수백억의 재산을 가진 자들의 정권이 시장에서 300원 오른 애호박을 살 때의 그 기분을 어떻게 알겠는가.

촛불이 꺼지네 마네, 보수 언론과 수구세력은 다시 우리를 움츠리게 하려고 한다. 사실 이 촛불은 언젠가 꺼질 것이다. 하지만 촛불이 꺼진다고 해서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까지도 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수많은 생명과 맞바꾼 이 민주주의, 우리는 또다시 한 생명을 보냈다. 故이병렬씨를 다시 한 번 기억하며, 광장에 다시 모여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다시 꿈틀대 보아야겠다.


배여진 천주교인권위 상임활동가

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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