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노동부가 보이지 않으며 노사관계의 안정화를 위해 필수적인 노사정 협의 역시 실종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장을 발로 뛰는 수많은 근로감독관, 현 정부 출범초기에 발표한 다양한 노동정책, 노사관계 선진화의 강력한 필요성을 고려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유가 뭘까?
가까스로 타결된 화물연대 파업과 민주노총 총파업 예고에 대한 노동부의 태도에서 그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에서도 화물연대 파업은 생계형 ‘파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노동부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지난 18일 민주노동당과의 면담에서 노동부장관은 “화물연대는 파업이 아니라 운송거부이며 조합원은 법률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서 노동부가 할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는 보도이다.
화물연대는 2003년에도 대규모 파업을 전개하였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파업움직임이 재개된 바 있다.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화주(대기업), 주선사, 운송사업주 그리고 조합원인 차주 간에 항상적인 대화창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파업 재개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는데 협의기제는 없다. 매번 정부가 나서야할지도 모르고 항상 여타 파업과의 연계 가능성이 있어 노사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도 노동부가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도 한발 물러서자. 하지만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노동부는 ‘정치파업은 불법’이라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모든 정치파업이 불법인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근로조건 개선과 관련된 경제적 정치파업의 예는 1996년 총파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외국에서는 더욱 무수한 사례가 존재하고 반드시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노사 관계를 조율하는 중재자로서의 노동부라면 이번 정치파업이 노동자의 근로조건 및 서민의 생계대책과 관련된다는 노동계의 의견을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미리부터 불법으로 단정하면 대화의 통로가 사전에 닫혀버리고 대화나 협력은 미사여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집행이 법무부의 역할이라면 노동부는 법집행을 마지막 선택으로 놓고 그 이전까지 조정과 중재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며 이것이 향후 노사정 관계의 기틀이 된다. 그런데 이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노동부의 역할 부재는 두 번째 이유와 곧바로 직결된다. 기업 수준의 정규직 노사관계를 노사자율에 맡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노사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비정규직이나 산별노사관계 혹은 민주노총 총파업과 같은 전국적 수준의 노사관계는 ‘관계 형성’ 자체가 선결요건이며 그 역할은 노동부의 몫이다. 그 이후에야 노사자율이 가능한데도 노동부가 미래의 노사자율을 지금 주장한다면 노사관계에 관한 노동부가 할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세 번째 이유는 규제완화에 대한 노동부의 태도이다. 경제관련 부처가 규제완화를 다루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노동부까지 규제완화에 적극적인 것은 비정규직 인권개선과 노동시장 안정화 그리고 새로운 고용전략 창출에 대한 노동부의 역할마저 없앨 위험이 있다.
정부의 역할과 기업의 역할이 다르고 노동정책과 경제정책이 다르며 노동부의 몫과 경제부처의 몫이 다르다. 하지만 노동부가 경제부처나 법무부와 구분되지 않을 때 노동자와 기업에게 더이상 노동부는 없다. 노사정 협력이나 노사대화는 더욱 어려워지고 결국 그 역할이 필요할 때 노동부는 나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 노동쟁의의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부의 역할이 무엇일지, 노사정 간의 대화와 협력을 위해 노동부가 무엇을 해야할지 다시한번 짚어볼 때이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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