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제권, 넘겨줄 것인가

시민운동2.0 오병일l승인2008.06.2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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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사회적 여론 형성에 있어 인터넷의 역할에 대한 시각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쇠고기 협상에 대한 MBC PD수첩의 보도가 기폭제 역할을 했지만, 그것이 폭발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아가 인터넷은 촛불시위나 경찰 폭력의 현장을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다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촛불시위를 위한 방안들, 촛불시위대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들이 자발적으로 제안되고 토론되며, 촛불 시위 과정에서의 문제나 향후 방향까지 토론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인터넷이 아니면 무엇이 대체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정부와 보수언론이 인터넷을 보는 시각은 '일부 불온세력'이 '괴담과 유언비어'의 유포를 통해 사람들을 현혹하여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확산시키는 '불온한 공간' 이상 아니다. 보수언론들은 인터넷을 통해 '괴담'이 유포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미국산 쇠고기를 96개국의 세계인들이 즐겨 먹고 있다느니, 미국이 동물성 사료에 대한 금지조치를 취했다느니, 오히려 괴담을 유포한 것은 정부였다)

정부 또한 방송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대해서도 전방위적 압박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 회의 문건에 따르면, 인터넷을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로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를 요청하고 있다. 포털사이트들이 잇달아 세부조사를 통보받았다고 하며,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포털사이트에 전화를 걸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 비판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은 '인터넷 괴담'을 수사하여 사법처리하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카페 '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에 올라온 게시글을 심의해 '언어 순화와 과장된 표현의 자제 권고'를 했다.

'언어 순화'라니,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사람들의 언어생활까지 통제하려 하는가? 물론 인터넷에는 부정확한 정보도 있고, 터무니없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어떻다는 말인가?

우리들은 일상생활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만을 얘기하는가? 인터넷은 편집자에 의해 엄선되고 편집된 신문이나 방송이 아니다.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당연히 거짓이 없어야 하고, 공식 언론은 객관적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사람들이 잡담도 하고, 근심과 걱정을 공감하고, 개인적인 주장을 놓고 서로 다투기도 하는 그러한 공간이다.

그래서 기성 언론보다 훨씬 거칠거나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훨씬 다양한 감성적 진실과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최근 촛불시위의 주 의제가 쇠고기 협상에서 대운하 반대, 민영화 반대 등 다양한 의제로 확대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공영방송' 수호인데, 정부의 인터넷 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현재 인터넷 규제의 법제도적 틀은 지난 정권과 다르지 않다. 정보통신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에 대해 일상적인 내용심의와 시정권고를 내린다. 독립성을 유지해야할 방통심의위의 첫 인터넷 심의대상이 정부 비판 게시물이라니, 향후 방통심의위의 행보가 참으로 걱정스럽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예전 정보통신부가 갖고 있던 '불법정보'(라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생각하는 정보)에 대한 '삭제명령권'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방송, 영화 등 여타 매체에서는 정부 규제보다는 자율심의로 변화하고 있는 마당에 인터넷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없는 정부의 검열이 여전히 존재한다.

인터넷 실명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인터넷 실명제 대상 사이트를 현행 30만명 이상에서 15만명 이상 사이트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잠잠했던 인터넷을 보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위축시키는지 알 수 있었다.

한편 실명제는 수사기관들이 인터넷 이용자들의 신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된다. 지금 인터넷은 가장 역동적이며, 민주적인 소통 공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표현에 대한 정부 규제의 칼날이 날카로워질수록 이러한 역동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인터넷에서의 촛불도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오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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