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의 희망, 힘을 잃어가고 있다”

본지 이유경 특파원, 군정에 의해 강제출국 심재훈l승인2008.06.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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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관심·역할 계속 감소

지난 5월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버마를 강타한지 2달여가 지났다. 현지 상황을 알리기 위해 취재에 나섰던 이유경 본지 해외통신원이 지난 22일이 버마군부로부터 강제출국을 당했다. 방콕에 머물고 있는 이유경 통신원과 전화인터뷰를 통해 현지 상황을 들었다.

-버마군부에 의해 강제출국된 과정은.

▲지난 18일 NLD(버마민주민족동맹) 대변인을 만나 나르기스 구호활동 정보 등을 듣기 위해 당사를 방문했다. 지난 19일이 아웅산 수지여사 생일이었다. 이에 맞춰 당사와 인근 도로에서 생일잔치와 민주화기념식이 진행됐는데 이것이 시위로 번졌다.

옥외에서 5명만 모이면 불법으로 규정되는 버마에서 군정이 테러리스트라고 지목하는 NLD당원들이 구호를 외치는 돌발상황이었다. 정부가 동원한 깡패들이 6대 트럭에 나눠 타고 투입돼 시위대와 충돌했고 10여명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내가 사진을 찍던 모습이 버마경찰에 의해 채증됐다.

이유경 특파원
6월 19일 아웅산 수치의 63번째 생일 행사에 참석한 한 지지자가 노래를 부르며 수치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구호 시민들을 오히려 탄압

-나르기스 이후에도 군정의 탄압이 여전한 것 같다.

▲지난 5월에는 타임지 프리랜서 기자가 랑군에서 강제출국됐다. 그는 미국인 사진기자와 동행해 피해현장을 취재했는데, 이것이 빌미가 돼 쫒겨났다. 이외에도 인디펜던트 프리랜서 기자 등 여러명의 외신기자들이 피해를 취재하면서 추방됐다.

내부 탄압은 더욱 심하다. 구호에 나선 내국인이 구속되고 있고, NLD 당원들에 대한 가택수택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버마의 코메디언 자르자나가 구속됐는데, 400여명 구호팀을 이끌고 헌신적으로 구호활동을 펼쳤던 사람이다. 그는 BBC버마라디오 등 외국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나르기스 이후 피해의 심각성 등을 알리고 정부의 방관, 구호의 방해 등에 대해 발언했는데 구속됐다.

-피해 복구는 원활히 이뤄지고 있나.

▲나르기스가 터진지 두 달이 지났지만 피해규모의 정확한 통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 버마는 우기다. 지붕이 날라간 집에서는 감기에 걸려 죽은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구호물자도 턱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구호물자를 받는데 군부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구호물자를 받지만 이를 동시에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것을 방해한다. 군부가 단서조항을 붙여서 구호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버마시민들이 스스로 조직화해서 구호에 나서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이런 시민들이 구속되는 사례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호팀이 구속되면서 공포분위기가 조성되고 전체 구호활동이 위축되는 상황이다.

-현지에서 본 버마 민심은 어땠나.

▲시민들이 화가 많이 났지만 군부에 대한 공포분위기가 만연해 민심이 요동칠 상황은 아니다. 생존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고 대세다. 정부불만이 누적됐지만 표출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난 5월말 버마군부가 외국의 구호를 허용했는데, 구호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나.

▲외국인 구호단체가 생각보다 많이 안 들어갔다. 거리에 외국인 구호단체 사람들이 간혹 눈에 띄었지만 수가 적었다. 국제사회의 구호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국제구호요원은 랑군에 집중해 있다. 피해가 심한 이라외디 델타 지역에 접근하기 위한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구호작업은 내국인이 나서서 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외국의 구호에 비협조적인 군정의 태도에 기인한다. 나르기스 발생 직후 한 달 가까지 외국 구호 손길을 막으면서 피해를 늘렸다. 하지만 외국 구호에 대한 문을 연 상태에서도 구호단체들이 생각만큼 들어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국제사회 특히 유엔, 아세안이 역할이 미미한 상황이다.

민주화 전망 줄어들고 있다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덜해지고 있는데 민주화에 대한 전망은.

▲민주화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 보였다. 아웅산 수지의 NLD가 민주화에 대한 상징성은 가지고 있지만 당의 리더십이 연로한 상태여서 정치적인 아젠다를 가지고 독재에 맞서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한계가 크고 미국은 대 중국 전략으로 버마 이슈를 이용할 뿐이다. 영향력이 가장 큰 중국은 버마민주화에 전혀 관심이 없다. 중국이 버마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만큼 정국안정에만 관심이 있다. 중국은 버마정부가 민주정부냐, 독재정부냐 하는 것은 신경 안 쓴다. 중국정부가 불만을 내비치는 것은 군부가 내부통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머물 수 만 있어도 한국정부에 감사”
난민인정 요구에 추방·모르쇠…
국내 버마민주화운동가의 호소


먼저 한국이란 이 나라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밥 한끼 얻어먹었던 은혜도 평생 잊 지 말라’는 버마의 속담에 녹아있는 생각 때문이다. 스물두 살에 한국에 와서 산 십 오년동안 동안 수많은 한국인과 외국인들을 만났다. 내가 그들에게 밥을 사주고 도와준 일도 많았지만 그들로부터 내가 도움을 받고 밥 얻어먹은 것도 또한 수 없이 많았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하기 꺼려하는 어려운 일들을 해왔다.

대신에 버마에서 보다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나와 내 가족들은 아직 굶어 죽지 않았다. 한국에 있기 때문에 내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십 오년 동안 한국에서 살았다는 점에서 역시 한국은 나에게 고마운 나라다.

“한국은 고마운 나라”

나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이 4명의 대통령의 시대를 한국의 국민들 속에서 함께 보냈고 아직도 살고 있다. 이를 보면 이 나라와 내가 인연이 깊은 것인지 아니면 버마와 한국의 인연이 깊은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실제로 한국과 버마는 오래전부터 교류를 해왔다. 그러나 이는 두 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국민들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안하는 것 옳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두 나라 국민들 서로가 고마운 존재가 아니라 원수가 된다면,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더욱 안 좋아 지기만 할 것이다.

버마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대부분이 자본가인 그들이 버마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미얀마 군사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만 한다. 재정적으로 미얀마 군사정부에 도움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국민을 죽이고 국가를 통치하는데 쓰인다. 한국인들에게는 단순히 사업일 뿐이지만.

한국에도 버마인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은 이주노동자, 이주민들이다. 그 중 일부는 국민을 죽이는 미얀마 군사정부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에 있는 버마인들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탄압하고 있다. 한국에서 쫓아내고 있다. 내가 속해있는 버마행동의 사무국장 ‘제민’ 씨는 현제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혀있다.

현재 버마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20년 동안 정치적 억압은 물론 개인의 생활에도 인간 이하의 탄압을 받으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는 이 안타까운 현실은 전 세계가 이미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끔찍한 자연재해까지 입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죽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재민이 되었다. 군부를 통해서 들어간 국제구호품들은 이재민들에게가 아니라 군부대와 그들이 키워둔 정치폭력조직에 전달되었다. 군부는 이재민들이 굶거나 죽어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이재민들을 보여주면서 국제사회로부터 돈을 끌어들일 수 있으니 자신들이 버마를 통치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고 유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들의 정책은 버마에 있는 자연과 땅, 국민들의 생명까지 모든 것을 팔아서라도 자신들만 잘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한국 정부는 버마군사정부와의 교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니, 버마군사정부와의 교류를 중단해야만 한다. 나는 솔직히 한국이란 나라가 버마국민들을 죽이는 일을 같이 하고 도와주는 나라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직접 죽이는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 버마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운동가들이 있다. 그들이 군사정부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버마에 가면 바로 죽음이다.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활동들은 현재 버마민주화 운동에 중요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활동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안해서가 아니라 할 수 없어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마 민주화활동가들은 정치적인 사유로 법무부에 난민인정신청을 해왔다. 그러나 인정해주기보다 쫓아내거나, 침묵하고 모르는 척하고 있다. 사실 버마활동가들은 정치적 보호를 받고 싶을 뿐 난민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정치적 난민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침략에 맞서 중국, 만주, 미국, 일본, 소련 등지에서 독립 운동하던 조선인들은 모두가 난민이었던가? 그 조선인들이 에티오피아 있는 난민들과 같은가? 정신 나간 누군가가 그렇다고 해도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또 한국정부(법무부)는 군부를 반대하고 있는 조직에 속한 사람들 모두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지도자들만이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건 잘못 생각한 것이다. 독립군 혹은 임시정부에 속한 사람들이 지도자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선 땅에 들어왔을 때 일본정부로부터 아무 위협 없이 무사했었던가? 버마민주화 활동가들을 보호해주기 싫어서 그렇다고 하면 어쩔 수가 없지만, 버마 군사정부는 일본 정부보다 더 혹독하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발달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단체나 내용에 대해서 정확히 잘 파악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 사이에도 군사정부의 정보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한국 정부는 버마민주화운동가들을 왜 외면하고 있는지 답해줬으면 한다.

민주화 외면 말기를

지금은 버마의 군사정부 통치를 끝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군사정부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군부독재와 싸워왔던 한국은 더욱 잘 알 것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많은 일들을 해야 함에도 갇혀있는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보호소 안에 갇혀 있거나, 보호소가 아니라도 한국을 벗어날 수 없는 것도 또한 갇혀있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한국정부가 버마민주화운동가들을 보호해주기를 바란다.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 잠시 머물 수 있고 자유로운 몸으로 한국과 해외에서 활동할 수만 있다면 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한국정부가 말하고 있는 난민인정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한국정부를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



뚜라 버마행동 대표

심재훈 기자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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