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볼 때 앞으로 5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대통령의 지도력에 따라 대한민국은 ‘선진화’의 대열에 들어 설 수도 있고, 아니면 후퇴할 수도 있다. 모든 국민이 잘 사는 나라,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선진국’ 이란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국민이 마음 놓고 잘 사는 행복한 나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러한 선진국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쇠고기 하나 마음 놓고 먹고 싶다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국민을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을 쏘는 나라,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컨테이너로 장벽을 쌓고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나라, 국민의 소리 보다는 거대 언론 자본의 소리를 듣겠다는 나라, 간장 한 병 살 때 마다 GMO 식품이 들어갔는지 아닌지 의심하고 먹어야 하는 나라, 안전한 식품을 위해 주부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을 검찰권을 발동해 막아 보겠다고 하는 나라, 인터넷 토론방에 재갈을 물리고 검열을 하는 나라가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대한민국은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하고 있다.
지금 시국을 보면, 대한민국이 70년대로 돌아가는 듯 한 인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우익 보수단체, 검찰, 경찰 등 가능한 물리력을 동원해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자 한다. 또한 방송위부터 시작해서 YTN, KBS 등 방송사에 측근 인사를 기용해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자 시도하고 있다.
최근 KBS 이사인 신태섭 교수를 동아대가 해임한 사건에서 보듯 정부의 방송장악은 전방위적이고, 비열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정부의 행동에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어야 할 소위 조중동이라는 거대 언론들은 신문의 역할과 사명을 망각하고, 자진해서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듯하다. 요즈음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다시 70년대 말이나 80년대로 되돌아 온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현명한 자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 법이다. 국민과 싸워서 이긴 지도자는 없다.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과 싸우다 망한 과거의 대통령들을 불행하게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봐 오지 않았던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과 대립하다 몰락한 과거 대통령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 집회를 보고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며, 많은 반성을 했다고 한다. 국민도 내심 대통령의 변화를 기대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 시간 동안 쇠고기 고시 강행과 그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불법시위자나 폭력 시위자로 몰 궁리만 한 것 같다. 이제 국민이 더 이상 이명박 정부를 돕기도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정말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한민국을 ‘선진화’ 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후진’하고 있다. 지금은 그가 후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그를 도와주는 일이다.
국민들은 오늘도 후진을 막기 위해 세종로광장에 촛불을 들고 모이고 있다.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과 방패에 찍히면서. 그리고 도로 위에 누워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국민들은 대선 전에 이명박 후보가 욕쟁이 할머니한테 욕을 얻어먹으면서 곰탕을 먹는 광고를 잊지 않고 있다.
“쓰잘데기 없이 맨날 쌈박질이나 하고 지랄이야. 에이, 우리는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밥 처먹고 경제나 꼭 살려라.”
지금 국민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욕을 하고 있다. 쇠고기 고시가 관보에 게재되기 전까지 국민은 곰탕집 할머니가 그랬듯이 욕을 하면서, 대통령이 내심 잘 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기대마저도 사라진 것 같다.
정말 국민들은 먹고 살기가 힘든 세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을 싸움으로 내몰지 마고, 경제나 꼭 살렸으면 한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
대통령은 쇠고기 정국을 빨리 접고,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온 국민의 힘을 모으자고, 국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민은 돕고 싶어도 지금 도울 수가 없게 되었다. 정부와 국민은 지금 전쟁 중이니까.
이동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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