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2MB'

[문한별의 미디어 바·보] 문한별l승인2008.06.3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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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2MB'로 부르는 게 중앙일보 사람들 귀에 정말 많이 거슬렸나 봅니다. 신설되는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에서 나서서 '2MB'를 "대중이 친근감을 갖는 애칭"으로 바꿔 보라고 닥달하고 나섰습니다. 독자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명문'으로 유명한 조현욱 논설위원이 쓴 25일자 분수대 칼럼 ‘대통령의 별명’에서 나온 소리입니다.

조 씨는 "호감을 주는 이름이 있고 반감을 불러 일으키는 이름이 있"듯이, "이름의 첫 글자를 딴 이니셜도 문제가 된다"고 말합니다. 긍정적인 이니셜을 가진 사람은 보통사람보다 더 오래 살고, 부정적 이니셜을 가진 사람은 그보다 더 단명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겁니다. 부정적인 이니셜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도 부정적인데다 주위에서 놀림도 많이 받아 정신건강에도 안 좋고 사고 당할 위험도 높다나요?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2MB'란 이니셜 겸 별명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문을 돌립니다. 개인용 컴퓨터의 메모리가 1기가바이트(gigabyte=10억 바이트)가 기본인 시대에, 2메가바이트(megabyte=100만 바이트)라는 이름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7세대 전의 구닥다리 AT 컴퓨터, 즉 구시대의 바보란 뜻"을 담고 있어서 곤란하다는 겁니다. 조 씨는 이런 후진 별명을 만든 곳이 하필 한나라당이었다는 사실을 꼬집으며 "여당의 컴퓨터 수준을 알 만하다"고 볼 멘 소리를 늘어 놓기도 했습니다.

조 씨는 마지막 단락에서 본론을 끄집어 냅니다. "이미 저지른 실수는 그렇다 치고 이젠 대책을 세워보자. 재미있는 별명을 새로 만들어 대체효과를 노리는 것이 정공법이다"는 말이 그것입니다. 조 씨는 ‘남부 출신 촌놈’이라는 뜻도 있지만 대중이 친근감을 갖는 애칭으로도 유명한 부시 미 대통령의 별명 '더브야'를 예로 들면서, 신설되는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에서 이런 별명을 구상해 볼 만 하지 않느냐고 운을 띄웁니다. "결자해지라고, 한나라당에서 대책을 내놓든지"란 말을 한 마디 슬쩍 던지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국민에게 국정을 보다 정확히 알리고, 신속하게 여론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급조되는 청와대 홍보기획관실에서 대통령의 새 별명을 만드는 일까지 고민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쇠고기 파동으로 '소통'이 '불통'이라, 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닐텐데, 이런 일 쯤은 한나라당보를 자처하는 중앙일보가 맡아서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멀리서 작품을 찾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 씨와 같은 방에서 일하고 있는 김진 논설위원이 일전에 'MB 이니셜'을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5월 19일자 '시시각각' 칼럼 ‘엠비(MB), 이니셜의 운명’을 한번 보시죠. 김 씨의 칼럼도 조 씨와 비슷하게 "지도자의 이니셜에는 운명의 바코드가 숨어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니셜과 운명의 상관관계에 주목하는 두 사람의 눈썰미가 닮지 않았습니까?

조 씨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인생역정을 여러 개의 'MB 바코드'로 풀어내는 기가 막힌 수완을 선보입니다. 현대건설 시절 'MB'는 전세계를 누비며 자신의 인생과 현대를 밀어붙인 성공신화의 주인공 'Mobile Bulldozer'(이동이 편한 불도저)였답니다. 'MB'는 또한 성공한 서울시장으로서 'Metro Businessman'(대도시 기업가)이었답니다. 그리고는 결국 'Master of the Blue House'(청와대의 주인)까지 됐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MB의 가장 깊은 곳에 'Moral Burden'(도덕적 채무)이란 바코드가 숨어 있답니다. 하여, 선거법 위반, 위장전입, BBK 등, 국민에게 적잖은 도덕적 빚을 지고 있는 까닭에 더 조심스레 국정을 운영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MB는 '고소영' '강부자' 등 도덕없는 실용으로 민심 이반을 자초했고, 그것이 끝내 도화선이 되어 작금의 쇠고기 파동으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는 겁니다. 꽤 그럴 듯한 설명 아닙니까?

여기까지만 읽으면 "중앙일보에서도 이런 칼럼을 쓰나?" 하고 놀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김 씨는 놀라운 반전을 준비합니다. " 이니셜의 마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그것입니다. 그 다음 나오는 말이 히트입니다. "그의 인생에 Most · Best(가장, 그리고 최고)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아! MB 이니셜을 'Most · Best'로 읽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의 초인적 인내를 생각하면 눈물이 다 날 지경입니다.

각설하고,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MB 이니셜' 놀이가 이렇게나 다양하고 풍성한데, 굳이 신설될 청와대 홍보기획관실까지 귀찮게 할 필요가 무에 있겠습니까? 중앙일보가 총대 메고 초장부터 단순무식하게 "이제부터 2MB는 'Most · Best'로 바꿔 부른다. 실시!" 이렇게 밀고 나가면 될 일을. 아니 그렇습니까?


문한별 미디어 전문기자

문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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