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설’ 앞세운 시민사회 마녀사냥 중단 요구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행렬이 2달여를 넘긴 가운데 지난 5일 ‘국민 승리 선언을 위한 범국민 촛불대행진’이 서울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동시다발로 개최됐다. 정부의 공안정국 형성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천주교, 기독교, 불교계 등 종교계 주도의 집회로 촛불정국이 새 국면을 맞이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과 정당, 종교계가 참여한 5일 촛불대행진으로 이명박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압박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자발적인 시민들의 촛불 참여를 일부 단체의 불법 주도로 몰고 가려는 의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에 대한 지난달 30일 압수수색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압수한 문건을 검토한 결과 두 단체가 그동안 불법행위를 주도적으로 기획, 전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지적된 내용들은 이미 인터넷 등에 공개된 것으로 새로울 게 하나도 없다”며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배후설'을 또 들고 나왔다"고 반박했다.

또 “경찰의 발표는 자발적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능동성과 열의를 폄하하는 모욕적인 것”이라며 “국민들은 경찰의 속 훤히 보이는 유치한 배후설 따위에 속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국민대책회의 등에 대한 마녀사냥을 즉각 중단하고 죄 없는 구속자들을 당장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은 박원석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과 황순원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팀장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구속, 체포영장 발부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촛불 탄압의 여파는 단체 활동가 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네티즌에게 까지도 번지는 상황이다. 정부의 강경대응 기조에도 불구하고 촛불정국은 정권심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수그러들 것처럼 보였던 촛불 행렬이 다시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또 다른 ‘결단’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 3일 흥사단 주최 시민토론회에서 “끈질긴 촛불행렬로 정권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시민들의 의지가 강하다”며 “이와 함께 각계가 참여한 시민대표기구 구성을 통한 장기 대응 등을 시민사회는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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