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수십만의 ‘평범한 얼굴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한국여성의전화l승인2020.03.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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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70여명의 피해자를 협박하여 성적으로 착취하고, 수만에서 수십만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가담했다고 알려진 ‘텔레그램 내 성착취 사건’이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본 사건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동의 수가 총 500만이 넘을 정도로 대규모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크다.

그러나 여성폭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국가 기관들은 어떻게 응답해왔는가. 국회는 지난 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일부 개정하여, 타인의 사진을 합성한 불법 영상물 처벌 규정만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관련해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듭니까”, “저도 잘은 모른다” 등의 발언으로 본 사건에 대한 몰이해만을 드러냈을 뿐이다. 

사건이 본격적으로 여론화된 후 청와대는 강력 대응을 지시하였고, 다음 날인 오늘 경찰과 여성가족부는 철저하게 수사하고, 디지털 성범죄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24일 오후 법무부는 본 사건에 대해 검찰에 엄정 수사 지시를 내렸으나, 주요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응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과거 소라넷 운영자 4명 중 가해자 단 1명만이 징역 4년의 형을 받았고, 다크웹에서 아동음란물을 유통한 가해자는 1년 6개월의 형을 받았을 뿐이며, 성착취 영상의 유통을 주도한 가해자 양 씨는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본 사건과 유사하게 여성들을 유인하여 협박하고, 성착취에 동원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주요 가해자들의 성범죄 혐의는 여전히 처벌되지 않았으며, ‘버닝썬 게이트’의 전모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러한 사회에서 ‘n번방’에 가담한 수만, 수십만의 ‘평범한 얼굴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본 사건의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라는 국민청원은 단 5일 만에 역대 최다 동의 수를 달성하였다. 이는 우리 사회가 수십만의 ‘평범한 얼굴들’을 직면하고, 엄중한 대응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한다는 간절한 요구이다.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과 정부, 국회 등은 현행 제도를 핑계로 이를 묵과하는 일을 중단하고, 모든 자원과 능력을 동원하여 응답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리는 데 기여한 수많은 피해자와 여성들의 노력과 용기를 또다시 저버린다면, 국가 또한 방조자와 다를 바 없음을 명심하라. (2020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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