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언어학(上)

WHO가 ‘우한보건기구’가 됐다는 말, 사실인가요? 강상헌 논설주간/헌국어문연구원장l승인2020.04.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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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한자 발음으로 [무한]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해 삼킬 듯 인류를 흔드는 코로나19, 그 창궐(猖獗)의 기세가 무섭다. 지구 문명의 틀을 송두리째 뒤집을 것처럼 발호(跋扈)한다. ‘대(大)유행’ 정도 어휘로는 저 세력의 동력(다이내미즘)과 속셈을 미처 표현할 수 없다.

어쩌면 역사학은 곧 우한바이러스의 전(前)과 후(後)로 역사를 적는 이름을 새롭게 구분해야 할 수도 있을 터, 예정된 개벽(開闢)의 드러남일까? 도도한, 거센 저 탁류(濁流)가 인간의 삶에 줄 영향이 결코 작지 않으리.

▲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검사하는 진료소의 모습. 코로나19 사태가 빚은 이런 상황은 중국 우한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인 풍경이 됐다. (사진 KBS 뉴스 갈무리)

우리가 맞닥뜨린 저 괴질의 정체를 옳게 아는 것은 미증유(未曾有)의 사태가 주는 메시지를 해석하는데 긴요하다. 이 상황을 전하는 여러 언어들을 명징(明澄)하게 이해하는 것은 그 전제조건이다. 말귀와 글눈을 틔울 적절한 도구를 마련, 정비하는 작업인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정부)가 붙인 이름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은 공식 이름이다. 외국에서는 ‘코로나19’ 아닌, 공식 이름 ‘코비드-19’와 ‘뉴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나인틴(19)’ 등을 많이 쓴다. ‘19’는 물론 발원 연도다.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이번에도 질병의 원인은 코로나바이러스이니 그 둘과 구분되는 이름이 필요했겠다. 처음엔 중동(中東)아시아 즉 미들이스트(ME) 발원의 메르스처럼 도시 우한의 이름을 넣어 ‘우한바이러스’라고들 불렀다.

영향력 큰 중국의 심기를 WHO가 고려해 COVID-19이라고 새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WHO가 취해온 실망스러운 태도들은 ‘중국 배려’를 우선한다는 의혹과 비난을 불렀다.  

WHO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아닌 우한보건기구(Wuhan Health Organization)라는 비아냥을 피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중국의 ‘스폰’으로 사무총장이 된 거브러여수스 씨와 WHO가 불신임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거브러여수스 씨와 WHO가 바른 사고(思考), 정확한 판단, 과감한 실천의 ‘의무’를 다했더라면 이 고난은 (중국이 스스로 바이러스 발원지라고) 지목했던 우한 수산시장 부근에서 끝났을 수도 있었다. ‘전범(戰犯)’ 수준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도 나오는 이유다.  

그런 사연 담은 이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 ‘코로나19’만을 딴 것이 우리 이름이다. 혼동 피하고 기억 쉽도록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작명이겠다. 허나 질병의 이미지가 없고, ‘코로나’의 뜻이 여지없이 망가지는 부작용도 빚어졌다.

그 이름 단 맥주 매출이 급감했다고도 한다. 이 코로나의 원래 뜻은 왕관(王冠), 망원경으로 태양 바깥쪽 대기의 모양을 보니 왕관을 닮았다 하여 천문학은 그런 멋진 이름을 빌렸다.

이 바이러스의 현미경 사진이 코로나와 흡사해 의학자들이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했겠다. ‘왕관’이 태양의 이미지를 거쳐 바이러스의 이름이 된 아이러니다. 톺아보니 ‘코로나19’ 이름은 이렇게 괴질의 본질을 찌르지 못한다. 새로운 현상이나 물건의 작명에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심장자동박동기에 붙어 지적받았던 ‘제세동기’라는 이름의 경우가 떠오른다. 심장 세동(細動)현상을 덜어준다(除 제)는 억지 한자이름으로 그 기구의 용도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무렵의 심쿵이란 유행어를 따서 ‘심쿵기’라고만 했어도 딱인데, 멋없는 이들 같으니...

정명(正名) 즉 바른 이름은 삼강오륜(三綱五倫) 같은 윤리적 이미지만을 이르는 것이 아니다. 현상 즉 일(事 사)과 물건(物 물)의 제목(이름)과 그 사물의 실제가 부합하는 것을 이른다. 명실상부(名實相符)가 그것이다. 철학적 사고의 기틀이 될 (동양)언어학적 정명론이다.

미디어 학자 M. 맥루언이나 소쉬르 같은 구조주의 언어학 등이 설명했듯 이름과 실제가100% 일치하는 경우란 없다. 얼마나 본디에 가까이 접근하는지, 또는 의도적인(악의적인) 왜곡은 없는지 등이 보다 바른 이름(언어)의 현대적인 판별 기준일 터다.

우한바이러스, 즉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그리고 여럿 드러날 것이다.

토/막/새/김

여리박빙(如履薄氷) 하라

이 시국에, ‘왜 하필 세균이냐.’ 하며 정세균(丁世均) 국무총리 이름을 한담(閑談)의 재료로 삼는 이들도 있다. 세균(의 발음)과 이 바이러스를 같은 것으로 상정(想定)하는 식의 짓궂은 말장난이다.  

그러나 한자 지식의 바탕이 없는 일부 세대는 이런 차이의 구분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뜻이 아닌 소리(만으)로 말을 듣고 판단하는 까닭이다. 또 세균(細菌 박테리아)과 바이러스는 분류 상 같은 것이 아니라는 과학교과서적 논점도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차이까지도 잘 헤아려야 세련된 말글 구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문자 없는 사람’이란 평가는 때로 치명적이다.

까탈스런 말과 글, 자칫 화(禍)를 부를 수도 있는 하얀 여시 같은 것이니, 여리박빙(如履薄氷) 늘 얇은 얼음 밟듯 조심하여 건널 것이 세상이다. 그래서 세상은 공부다.

강상헌 논설주간/헌국어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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