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100만 촛불대행진이 지난 5일 장엄하게 펼쳐졌다. 시민사회와 일반 시민들, 그리고 누리꾼들과 종교단체가 손을 잡고 촛불의 정당성을 알리는 숭고함이다. 비폭력을 위한 기도가 연이어 서울 한복판에서 진행됐다. ‘촛불 공조’에 나선 종교단체들은 일치된 바람을 전한다. 종교계가 갈등을 멈춰줬으니 이제는 정치권이 대화에 나설 것과 촛불이 이명박 정부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만큼 태도를 바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라는 것, 그리고 국민 염원이 담긴 촛불을 지키는 게 종교계가 할 최선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

이처럼 대한민국 온 국민이 주권재민 정신을 촛불로 승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광우병이라는 생각하기도 싫은 질병 앞에 국민들을 무방비사태로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대장균에 오염된 쇠고기를 리콜하고 피해소송도 제기되는 등 쇠고기 불신시대로 가고 있는데 말이다. 쇠고기 수입이 미국의 압력이든 우리 정부의 또 다른 의도로 발생했던 간에 정부는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국민들이 촛불을 드는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것도 아닐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결코 회피할 수 없고 회피해서도 안된다. 이것이 최고의 임무다. 정부가 잘못한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 반성과 책임을 회피하고 강경일변도로 ‘재협상 불가’만을 되뇌인다면 촛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단순히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상태가 아닌 정부가 스스로 정부임을 인식조차 못하는 ‘비정부’상태라고 지적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귀 기울여야 한다.

경실련이 오죽하면 시국선언 형식을 빌어 현 정부를 비토하고 나서고 시민사회 대다수가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있겠는가. 경실련은 시국선언문에서 “우리 국민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온갖 희생을 감수하면서 확보한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적 가치를 이명박 정부가 심각하게 짓밟는 오늘의 현실을 목도하면서 새삼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한다”며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상대로 꾀를 부려 현 국면을 돌파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우발적 행동을 침소봉대하여 전체 참가자들의 평화적 의사표시 속에 담긴 순수성과 엄중성을 훼손하거나, 이이제이 전략을 구사하듯 낡은 이념대립을 조장하여 국민들 사이에 이간을 붙이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는 과거 독재정권들이 상습적으로 사용했던 못된 행태로써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이러한 비판이 아니더라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상 최대 명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전에 중요한 것은 국가권력 통제장치의 부재를 따져봐야 한다. 대의제 시스템의 기능정지도 물론이다. 정당정치의 몰락 등 기존의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됐는데도 국민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심각성을 자문해야 한다. 100만 촛불대행진이 펼쳐져도, 수만 명이 72시간동안 거리에서 국민 릴레이 행동을 벌이고, 남녀노소 모두 전국에서 촛불을 밝혀들어도, 정부가 반성과 소통을 거부한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이명박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의 책임은 전적으로 현 정부에게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민사회신문

시민사회신문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