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영웅’ 정은경, 인류 구하라

코로나19 언어학(中) 강상헌 논설주간/한국어문연구원장l승인2020.05.2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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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천지’가 이만희의 ‘신천지’를 깨더니, 선거 기술의 귀재(鬼才)라는 김종인 씨의 비장(秘藏)의 술수마저 가볍게 넘어버렸다고들 한다. 바야흐로 ‘은천지의 시대’가 온 것인가.

국민영웅 정은경의 이름자 중 하나를 ‘신천지’에 끼워 만든 이름 등장하는 시중 담화다. 어리석은 신앙은 말할 것도 없고, 산전(山戰) 수전 공중전 다 거쳐 귀신의 반열(班列)에 올랐다는 정치판 노장의 마지막 카드마저도 흐물흐물 파김치로 주물러버리니, 은천지 대단하더군.

▲ 국민영웅 정은경 질본 본부장에게서 사람들은 믿음을 읽는다. (방송 뉴스 갈무리)

총선 투표를 코앞에 두고 김종인 통합당 총괄위원장이 코로나19를 주제로 ‘한 말씀’ 던지는 대목이 얘기의 발단. 확진자 수를 줄여 투표(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검사의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검사 수를 줄이는) 위험한 행태를 (정부가) 벌이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브리핑에 나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그런 얘기가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단 한 마디로 이를 일축(一蹴)했다. 전에도 몇몇 정치가들과 언론이 꽤 떠들었다. 놀랍게도 저 발길질(蹴) 한 번에 시비가 바로 끝났다. 실은 꽤 문제가 될 법도 한 주제였다.

‘은천지의 도래’를 말하는 이들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실무) 관리자가 구구한 설명도 없이, (지나가는 듯한) 한 마디로, 그 화공(火攻)을 막았다. 공공 시스템과 이를 관리하는 ‘사람’에 대한 거의 무한정의 신뢰를 우리는 목격한 것이다.

무심한 듯한 그의 말에는 정치성, 희망, 의도 따위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아무도 그 구조나 심리를 톺아보지 않지만 누구도 그와 동료들의 ‘그 일’을 의심하지 않는다. 방역(防疫的)으로, 또 정서적으로 시민들은 거기에 등을 기댄다.

메마른 정은경의 목소리에 때로 한숨을 짓지만, 우린 곧 안도한다. ‘저 사람(들)은 최소한 (이전의 어떤 사람들처럼) 거짓말이나 딴 짓은 안 할 것’이란 무언(無言)의 공감을 나눈다. 전문가 정신의 깔끔한 표출이기도 하다. 공공(公共)의 힘, 公의 뜻이다.

公은 영어 프라이버시(사생활)에 대응하는 퍼블릭(public)과 단순히 1대1로 대응하는 의미가 아니다. 상서(祥瑞)로운 아시아의 용(龍)과 서양의 껄렁한 드래곤(dragon)을 같은 이미지로 여기면 안 되는 이치다. 시발점과 문화의 차이, 번역의 한계를 넘어야 지식인이다.

‘제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한국의 코로나19 정책이 ‘야만적’이라고 프랑스 평론가가 비난했다는 글을 읽었다. 참 시시하다. 그들의 ‘(서양)문명’과, 집단 또는 개인의 이기심이 이번 재앙과 맞서 어떤 행태를 보이는가? 기껏 저게 그 ‘자유’인가, 같이 죽자고?

과거 기득권에 바탕을 둔 착각일 따름이다. 다른 인종이나 지역과 대등하게 문명과 부귀를 나누게 된, 심지어 (그들보다) 더 가난하다 느끼게 된 어떤 유럽인들 잠재의식의 표출일 터다.

무역규모나 핵탄두 숫자가, 부국강병(富國强兵)이 좋은 나라인가. 보편성 잃은 그 평론가의 감춰진 열등감을 본다. 코로나19의 공격에 누가 더 크게 자빠지고 있는지 우리는 본다. 참 열등한, 어처구니없는 인종들이다. 마스크 쓰는 법을 가르쳤으니, 이제는 좀 나아질까.

그들도 보고 있다. 트럼프도, 그를 경계하는 오바마도... 저 문명에는 이제 그레타 툰베리라는 소녀 밖에는 구원의 메시지가 없는지. 그들이 자랑해온 문명의 아이콘 중 하나인 A. 토인비의 ‘도전(挑戰)과 대응의 상호 작용’ 원리의 정신적 빗장도 물러진 모양새다.

‘나’를 포함한 모두의 공생(共生)이 아닌, ‘내 맘대로’를 깃발로 삼는 그 야만의 문명과 디커플링(결별)을 선언해야 할 인류사적 시기인 것이다. 중세의 페스트(흑사병)는, 결과적으로 르네상스(문예부흥)를 불렀다. 미래의 우리에게 이 코로나19는 어떤 의미일까.

정은경의 은천지. 공무원 신분이니, 일면 당연해 보인다. 허나 세계가 그와 그의 조국을 주시한다. 그들은 잘 모르는 ‘公’의 뜻 시퍼렇게 살아 숨 쉬는 실제 상황인 까닭이다.

‘모두 변해야 한다, 나만 빼고...’라는 삼성 이재용 스타일의 그 개혁 말고, 나 자신의 발판마저도 뒤집어엎는 개벽(開闢)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 BTS처럼, 우린 최고다. 미움 털고 모든 인류를 사랑하는 것이 그 전제 조건이다. 전례 없는 도전에는 전례 없는 대응이 필요하다.

▲ 사(厶)는 내 것, 내 땅만 챙기는 그림이다. 이를 경계하는 공(公)은 인류의 새 바탕이겠다. (이악의 著 ‘한자정해’)

토/막/새/김

담장 무너져야 역병(疫病) 이겨

숨은그림찾기가 인기다. 문자에도 그림이 숨었다. 公에는 담장을 치우는 그림이 숨었다.

‘마늘모’라고도 하는 사(厶)는 옛날 담 그림이다. 내 땅에 접근 말라는 경고인가. 도시 살던 귀농인이 제 땅이라고 시멘트 담부터 쌓는 데서 요즘 시골마을의 불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어깨 아래 안으로 굽는 팔 모양이라고도 해석한다. ‘우리가 남이가!’하며 가족 친척 학벌 지연(地緣) 친구들끼리만 모이는(이익 공유하는) 못생긴 상황의 표현일까?

그 담장 뜯어 없애는(分 분) 것이 ‘나누다’ ‘가려서 구분하다’는 팔(八)이다. 八은 원래 저 뜻이다가 나중에 숫자로 제 모양을 빌려준다. 문자학에서는 이를 가차(假借)라고 한다.

담장 치우는 그 그림 뒤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시(詩)가 안겨있다. 3천 5백 년 전 동아시아지중해 살던 갑골문 인구(人口)의 지혜다. 그 그림(글자) 아직 살아 뜻 싱싱하게 퍼덕이니 놀랍다. 동이겨레도 거기 살았다. 담장 무너져야 역병(疫病) 이긴다.

강상헌 논설주간/한국어문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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