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 교보문고 - 국가보안법

책으로 보는 눈 [6] 최종규l승인2007.06.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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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인터넷헌책방 ‘미르북’ 사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어 열흘 동안 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났습니다. 얼마 뒤, 수원에 있는 헌책방 ‘남문서점’ 사장이 똑같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어 닷새 동안 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났습니다. 그 뒤, 서울 중곡동에 있는 헌책방 ‘가자헌책방’ 사장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곡동 ‘가자헌책방’ 사장은 저한테 전화를 걸어, “동네 변두리에서 조그맣게 헌책방을 하는 내가 누구한테 하소연을 하겠느냐”면서 “교보문고에서 (그 책) 2만 원짜리를 할인해서 1만8천 원에 팔고 있는데 왜 내가 팔면 불온도서를 판다며 잡아가느냐”고, 책방에 나와서 일하고 있는데 건장한 사내 다섯이 갑자기 들이닥치며 자기를 붙잡아서 봉고차에 태우더니, 그길로 여섯 시간 동안 지루하게 같은 말만 되풀이 물으며 들볶고, 수원에 있는 어느 공안 부서로 출두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헌책을 만져 온 스무 해 안팎 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문제가 안 되었던 책들이 갑작스레 문제가 된다며, 백 권도 넘는 책을 ‘압수’해 갔다며, 울먹였습니다.

사진작가 이시우 씨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붙잡혔습니다. 그나마 이시우 씨는 ‘중앙에서 이름난 사진작가’이기 때문에 탄원을 해 주고 돕는 손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네 헌책방들, 변두리 헌책방들, 지방 헌책방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갑자기 들이닥친 사복형사들한테 팔과 다리가 붙들린 채 끌려가서 긴 시간 수사를 받고, 난데없는 구속영장까지 받으며 ‘범죄자 딱지’를 받습니다. 대한민국 2007년 6월 5일 현재 모습이 이렇습니다.

교보문고든 영풍문고든 <자본론>이며 <세계철학사>며 <러시아 혁명사>며 <철학개론>이며 잘 팔고 있습니다(판이 끊긴 책은 예전에 잘 팔았고). 대학도서관이고 국공립도서관이며 이런 책 안 갖춘 곳이 없습니다. 공안 부서에서 ‘압수’해간 책을 펴낸 출판사로는 ‘한길사, 창작과비평사, 돌베개, 사계절’ 같은 곳이 있습니다. 이들 출판사에 압수수색을 하겠다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진열대에 깔린 책을 압수했다는 소식도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전국 곳곳에 깃든 조그마한 헌책방마다 사복형사들이 불쑥 들이닥치며 ‘당신은 국가보안법을 어겼소!’ 하고 외치고 군화발로 짓밟겠지요. ‘고물상과 폐지상에서 주워 와 깨끗이 닦은 다음 책꽂이에 꽂아서 파는 헌책’을 다루는 이름없는 헌책방 일꾼을 괴롭히고 있겠지요.

일제식민지 때 처음 만들고, 이승만 독재정권 때 되살아난 ‘국가보안법’을 없애지 못한 우리들이기 때문일까요. 헌책방 일꾼 세 사람이 붙들려 간 소식을 들은 인천 '아벨서점' 일꾼은 “우리가 그 사람들 장난감이야? 자기들 할 일이 없다고 그렇게 다뤄도 돼?” 하며 주먹을 부르르 떱니다.
최종규 우리 말과 헌책방 지킴이

최종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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