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복원의 역발상 전화위복을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길들이기 성격 짙어 이장희l승인2008.07.2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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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격 '의도성' 보여

지난 11일 새벽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초병에 의해 피살됐다. 이로 인해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이던 금강산관광은 바로 그 다음 날인 12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그러나 아직도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의문투성이다. 정부는 13일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북당국간 금강산지구출입, 체류합의서에 의하면 우리 측 인원의 신체 불가침을 보장하게 돼 있으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이를 중지시킨 후 조사절차를 밟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총격으로 사망케 한 사실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성명은이번 사건은 북측에 관광을 간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기에 반드시 경위와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하며, 우리 측의 진상조사단을 받아들이고 재발방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북한의 금강산사업 담당기관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남측의 공동 현장 진상조사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 피살사건은 단순한 금강산 관광중단이라는 남북경협차원을 넘어 향후 남북관계 전반에 검은 먹구름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

지난 1998년 11월 28일 금강산 관광선 금강호가 동해안을 출항하고, 2003년 2월부터 금강산육로관광이 개시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번처럼 관광객이 피살된 것은 처음이다.

그러면 왜 피살사건까지 초래되고,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선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은 새 정부의 ‘비핵개방 3000’에서 비롯한 대북적대정책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6·15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 전면 재검토를 표방하고,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등 북한을 크게 자극했다.

북한은 보통 때면 관광객이 북측 군사보호 구역을 넘었을 경우 관광객을 억류하고, 현대아산에 즉시 연락해 일정한 조사 절차를 거치는 등의 과정과 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북측의 의도성이 농후하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의 길들이기 성격이 짙은 것이다. 북으로서도 현재 금강산 관광중단으로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과는 북미관계 정상화가 거론되고, 미국측이 전면 식량원조를 하는 등 남측에 크게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다.

과거 정권들이 미일에 맞서 남북의 운신의 폭을 넓혀, 미일을 긴장시켰던 것과는 다른 형국이다.

‘실용’ 앞세우고 ‘이념’ 집중 변화가 필요
관광객 피격, 남북관계·국내외 정세 전망


현재 북한은 미국과는 잘 통하지만, 남한과는 관계가 경색돼 피살사건까지 초래된 상황이다. 지금은 대미일변도로 외교만 해도 큰 낭패가 없었던 60~70년대 상황과는 분명히 다르다.

미중소일4강의 틈바구니에서 균형외교를 하면서 오히려 균형자로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만큼 우리 국력이 신장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새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정착, 평화통일이라는 큰 목표의 구심점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60~70년대가 아니다.

그리고 남북한은 평화롭고 안전한 금강산 관광을 위해 관광객의 신변 안정책을 총 점검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객에게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펜스를 더 길게 하고, 경고표지판을 더 크게 쓰고, CCTV를 몇 대 설치하고, 안내원들이 버스에서 주의를 주는 등 안전교육을 철저히 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현대 아산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 사건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말고, 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이미 우리 국민의 70~80%가 전후세대이다. 우리 후손에게 평화 통일된 조국을 물려줘야 된다는 것이 지상의 목표이다. 그럴진대 과거 적대반공교육으로 통일교육의 내용을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 국제사회에 공식사과를

물론 통일교육의 내용에 안보가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 안보개념은 동북아의 안보와 연관된 한반도의 평화정착의 개념으로 보다 포괄적이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의 상대는 북한이 아니고,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싸워야 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분쟁과 싸워야 한다. 이렇게 변화하는 한반도의 정세 속에서 정부가 북한의 비협조시에 개성관광중단까지 확대하겠다는 언급은 심히 우려스럽다.

그리고 북측이 비무장한 민간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한 것은 명백하게 금강산지구출입, 체류합의서를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협정위반은 북한의 국제구성원으로서의 자격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주변국들은 북측의 합리적인 태도를 확인할 때까지 북과의 협력관계에 신중을 기할 것이다. 따라서 북측은 신뢰있는 국제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남측의 제의를 받아들여 협력해야 할 것이다.

사건이 난지 수시간이 넘어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등 새 정부의 위기관리 대처능력에도 구멍이 있는게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도 이번 사건을 통해 잘 개선되기를 바란다.

현재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독도문제,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문제 등 출범하자마자 상당히 어려운 위치에 있다. 분단국가에서 분단체제간의 긴장은 모든 외교,경제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강화와 아시아외교 강화, 국제적 공조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 엄격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 등이다. 정부는 출범직후 초기 한미, 미일 정상회담을 야심차게 추진하였지만 국내외적 혼란만 가져왔고, 성과는 전무하다. 실용을 위해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한일정상의 다짐은 독도영유권에 대한 역사교과서에서 보듯이 얼마나 순진한 발상이었는지 드러났다.

손상된 한미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명제에 입각한 쇠고기 수입전면개방협정은 국민건강과검역주권을 포기한 굴욕적 협상으로 민심이반 현상을 야기했다. 정부의 원칙없는 대북 적대정책은 지난 10년간 구축해 놓은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이명박 정부는 겉으로는 ‘실용’을 내세웠지만 실제적으로는 ‘이념’에 집착한 셈이다. 이 때문에 손상된 한미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 이전 정부와 다른 대북 정책을 펴야 한다는 전략이 나왔다. 지금 우리 정부는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관이 지난 1년간 얼마나 전향적으로 변했는지를 간과했다. 지금 중일관계는 해빙무드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일본과는 냉랭한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서 한국정부의 실용외교는 한국을 동북아에서 고립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

고립무원 MB외교 회복 계기로

그러므로 급변하는 동북아정세와 이 피살사건의 근본원인을 종합하여 볼 때 우선적으로 한국은 남북관계를 복원, 정상화시키는 것이 최급선무이다. 생각건대 일차적으로는 이 사건의 책임은 물론 북측에 있지만, 이 불행한 사건의 근본적 요인을 제공하는 데는 새 정부도 완전히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 금강산 피살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남측인사의 입북을 거부하는 엄연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북한의 공식사과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남북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핵문제가 2단계 마무리하는 중요한 시점을 명분 삼아 정부는 대통령의 대북정책 특별선언을 통해 6·15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남북관계와 핵문제를 병행, 발전시키겠다는 대북정책의 방향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전화위복의계기로 만드는 데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한국외대 교수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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