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주기 효과’와 언론장악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8.07.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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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주기 효과’(Chilling Effect)란 말이 있다. 정부의 언론 통제를 노린 협박 발언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 닉슨 행정부 시절 부통령이었던 스피로 애그뉴의 언론에 공격 발언에 대해 언론학자들이 붙여준 이론이다. 애그뉴 부통령은 언론이 닉슨대통령의 베트남전 평화안을 비판하자 언론과의 전면전을 불사하여 언론에 대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언론사의 몇몇 간부들이 어떻게 국가의 중대한 결정에 대해 공격할 수 있는가. 언론이 면책특권을 누리던 시대는 끝났다. 어떻게 선출되지 않은 권력(언론)이 선출된 권력(정부)를 비판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애그뉴의 이러한 발언으로 언론이 정부를 비판할 때 자기검열로 인해 비판수위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겁주기 효과’가 30년이 훨씬 지난 한국 땅에서 재현되고 있다. 아니 더욱 노골적인 모습으로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터넷은 독’이라느니, ‘정보 전염병’이라며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의 발언을 잘못 보도했다며 청와대가 ‘오마이뉴스’에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5억원은 오마이뉴스처럼 작은 언론사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MB정권은 언론계와 시민단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MB캠프의 방송특보였던 구본홍 씨를 보도전문 채널 YTN 사장에 앉혔다. 17일 오전 9시 주주총회장을 용역들로 방패막이한 뒤 60여초만에 날치기로 사장 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사상 유례 없는 폭거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검찰을 동원하여 조선일보 광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누리꾼들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을 수사하고 있다. 또 국가기간방송사인 KBS의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검찰은 물론 국세청과 감사원까지 합세하여 전방위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모든 권력기관들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언론을 옥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연주 사장이 당당해 보이기조차 한다. 이제 이명박 정부의 언론통제는 ‘겁주기’를 넘어 군사정권시절의 언론탄압을 떠올리게 한다.

언론학자들과 법률전문가들은 PD수첩과 누리꾼, 그리고 KBS에 대한 수사는 법적 타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PD수첩의 경우 “보도내용이 공공성을 갖춘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일 경우 부적절한 용어의 선택, 자극적 언어의 사용, 단정적 표현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내용이 왜곡되지 않았을 경우 위법적이라고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방송사에 원본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야당 추천 위원 3명이 모두 퇴장한 가운데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언론장악을 위한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KBS에 대한 수사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KBS가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세금 환급액을 조절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수사하겠다는 것은 검찰이 법원의 결정을 수사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1개월여만에 끝난 특별감사 결과도 ‘대어’가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KBS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사장 반대세력인 강동순 감사가 철저하게 감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에 광고를 실은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누리꾼들을 수사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이들을 처벌할 마땅한 근거를 찾을 수 없어 미국 등의 판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검찰의 발상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광고 끊기 운동은 합법이자 일상이기도 하다. 급기야 검찰은 불매운동 대상이 된 기업에 누리꾼들을 고발하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어떤 기업은 검찰의 종용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더구나 누리꾼들을 출국 금지시키고 이들의 자택을 압수 수색하는 검찰의 모양새는 안쓰럽기만 하다.

누리꾼들은 포털 사이트의 ‘조중동’ 광고주 리스트가 삭제되자 미국 포털 사이트 ‘구글’로 옳겨가는 ‘사이버 망명’을 단행하고, 대검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광고주 리스트를 올리고 “검찰청 사이트도 조사하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의 언론학살 주범인 허문도는 “언론을 잡아야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2개월여 지속되고 있는 촛불에 치명적 화상을 입은 MB정권은 허문도의 금언(?)을 되새기고 있는 것 같다. MB정권의 언론장악 의도를 간파한 촛불이 이제 여의도로 옮겨 붙었다. 시민사회는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격언을 되살려야 한다.


김주언 본지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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