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주총 법적 대응·구본홍 씨 출근저지투쟁”

현덕수 전 언론노조 YTN 지부 위원장 박병윤l승인2008.07.2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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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이유 “언론인의 자기 정체성 문제”
“방송계의 조중동 전락을 막겠다”


‘YTN 낙하산 인사’ 파장이 구본홍 사장 임명 강행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현덕수 전 언론노조 YTN 지부 위원장은 지난달 위원장 자리를 위임한 후에도 ‘YTN 공정방송 사수와 구본홍 저지 비상대책위원회’에 남아 투쟁을 이어가며 지난 14일까지 6일간의 단식을 진행했다.

단식 투쟁 이후 의사는 황달증세를 보이는 현 전 위원장에게 입원을 권유했지만 그는 투쟁의 현장을 떠날 수 없었다. 대신 외래진료를 신청했지만 그마저 받을 수 없었다. <시민사회신문>이 그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던 16일 저녁 8시 경 YTN 노조로 다음날 이사회의 전격적인 임시주주총회 단행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오전 결국 구본홍 YTN 사장 내정자가 상암 DMC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임명됐다. YTN 조합원들과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을 위한 인사’가 ‘투하’된 것이다. 이날 주총장에는 노조 조합원들과 시민 100여명이 임시주총을 막기 위해 모였다. 겹겹이 포진한 용역직원들을 뚫고 노조원들과 시민들이 단상에 올라섰을 때는 2분 만에 사장 임명안이 통과되고 사회자와 이사들은 퇴장한 뒤였다.

현 전 위원장의 인터뷰는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단식을 결심하고 진행한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돕는 등 정치적 편향성이 뚜렷한 구본홍 내정자를 사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방송인으로서의 양심과 직업적 소명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YTN의 위상과 정체성에도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조합원 단결 및 투쟁할 것을 호소하는 의미로 시작했다. 또 2년여 동안 노조 위원장을 수행하면서 이명박 대통령 위해 일했던 구본홍 씨의 내정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반성의 의미도 갖고 있었다.

“정권 안위 차원의 인사”

-비슷한 논란의 MBC, KBS에 비해 YTN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단식과 투쟁을 진행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냈다고 생각하나.

▲단식투쟁을 통해 YTN의 투쟁을 시민들에게 더 알려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도 우리의 투쟁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을 분쇄하기 위한 명분 있는 투쟁이다. 우리의 진정성은 언젠가 시민들이 알게 될 것이란 기대와 믿음을 갖고 있다. 지금도 조합원들은 시민이 있고 없고를 떠나 투쟁에 나서고 있다. 우리 투쟁은 직업 소명의식과 방송인으로써의 자기 정체성의 문제다.

우리는 시민들에게 YTN을 지켜달라고 호소하지 않았다. 그저 구본홍 내정자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해 왔을 뿐이다. 이런 투쟁을 보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합한 것이다. 시민들은 말하자면 단순히 YTN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땅의 민주시민으로써 제대로 된 방송을 보기 위한, 그리고 방송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동참했다. 시민과 YTN 노조 조합원들의 목표는 같다는 것이다.

시민들과 YTN을 응원해주신 이들이 반드시 YTN의 논조가 훌륭해서 응원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느끼기에도 YTN의 논조에 대해선 반성할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이 투쟁이 중요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 사장이 온다면 YTN은 방송계의 조중동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17일 임시주총을 통해 구본홍 내정자의 YTN 사장 임명안이 의결됐다. 진행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이미 주총장을 떠나 올 때부터 우리사주조합과 노동조합차원에서 17일 주총은 불법 날치기 통과이므로 무효임을 선언했다. 이번 주총이 불법인 이유는 첫 번째 주주 평등성 위배의 문제다. 주총장에서 대주주와 의결권 행사를 위임받은 사측인사들은 오전 8시 30분 이전에 이미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에 반해 우리사주 조합원들은 8시 30분부터 주주명부를 확인했고, 확인이 끝난 주주조차 용역들이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하게 막았다. 법적 절차에 정해진 주주의 평등성을 위배한 사례다.

두 번째는 안건진행방식의 파행성이다. 오전 9시에 용역회사 직원에게 둘러싸여 입장한 사회자와 의장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안건을 진행시키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주총에서는 안건을 상정 후 주주에게 동의 여부를 묻는다. 만약 반대의견이 없다면 찬반표결절차 없이 의장이 안건을 통과시키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사장 임명은 찬반이 아주 명확하게 나뉘는 안건이다. 찬반 표결절차를 통해 안건을 진행하는 것이 민주적인 회의 진행절차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의장은 혼자 안건을 상정하고 의결됐다고 선포한 후 주총장을 나가버렸다. 민주적인 회의 진행 절차를 어긴 경우다. 따라서 이번 주총은 불법적으로 날치기 된 선거였다.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나온 이유다. 이 점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려고 한다.

-YTN 노조 조합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본홍 내정자가 형식적으로는 사장으로 임명됐다. 현재 심경은.

▲첫 번째는 언론사 사장으로 올 수 없는 인물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가 이런 폭압적인 방식으로 묵살되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있다. 두 번째는 그러한 폭압적인 방식에 회사 선배들이 동원됐다는 점이다.

물론 선배들 내부적으론 갈등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사실 오늘 주총 사회를 맡은 사람도, 주총 진행에 대한 전략도 회사 선배들이 짜낸 것이다. 보도국장 마저 여기에 참여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우리는 선배들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하지만 투쟁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결의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정상에서 나타나는 분노들이 향후 투쟁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분노는 상식적이고 건강한 분노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이고 건강한 분노


-구본홍 씨가 YTN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예고했던 대로 출근 저지투쟁을 벌일 것이다. 합법적이지 않은 절차를 통해 자신이 사장이라고 주장하는 유령과 같은 인물이 YTN의 건물에 들어오려는 시도는 반드시 막아낼 것이다.

-YTN 노조원들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구본홍 씨를 사장에 임명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언론을 장악해야만 정권의 안위를 보장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조중동에게 큰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방송에서 그는 끊임없는 이미지 추락을 당했다. 방송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많이 아쉬워했다는 것은 방송계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방송을 장악하는 것은 전체 언론을 장악하는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YTN에 자신의 특보 출신을 사장으로 내려 보내는 것 아니겠나.

내가 알기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만 2~3만개가 넘는다. 굳이 구본홍 내정자를 언론사로 내려 보내서 생난리를 치는지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 정권은 몰상식하다고 하는 것이다.

-구본홍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구본홍 씨가 YTN의 사장으로 와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모든 구성원들이 구본홍 씨를 막고 있는데 이 조직에 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자기가 YTN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물러나는 것만이 스스로 방송기자 30년 경력을 욕되게 하지 않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양심에 따라 행동할 뿐

-주총에서 보인 노조 조합원들의 행동을 사측은 불법이라 규정하고 있다. 대응 방침은.

▲그전에도 노조원들의 행위에 대해 회사는 불법 행위라고 경고를 해왔다. 불법 논란을 떠나 우리는 언론인으로서의 양심과 정의에 따른 행동을 하고 있다. 정당한 주장들에 대해 위법이냐 아니냐는 큰 고려사항이 아니다. 지난번 주총에서 봤듯 법에 저촉되는 부분들 때문에 투쟁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는다. 노조원들은 구본홍 씨의 사장 임명을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모두 단상으로 달려갔다. 만약 우리들의 행동이 주총의 업무를 방해라는 범법적인 행위라면 YTN 노조 조합원 모두를 잡아가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민들에게 지금의 상황이 어렵고 힘들기에 YTN을 적극적으로 도와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YTN이 제대로 된 언론사로 있지 못하면 시민들은 우리를 거들떠도 안볼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언론사가 제대로 서도록 시청자로써 그리고 민주시민으로써 언론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각자의 위치에서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YTN의 투쟁은 단순히 사장을 정하고 이를 반대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 장악과 언론 장악을 분쇄하기 위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엇나가는 행보에 대한 분노와 이를 반대하는 의견을 모아내는 것이 시민사회의 할 일이 아닐까.

박병윤 기자

박병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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