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인 줄 몰랐다면

작은 인권이야기[51] 문연진l승인2008.07.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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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0일에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있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획기적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직선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버스 창 밖으로 잠깐 시야에 들어왔다 사라지곤 하는 길거리 현수막의 "서울시민이 처음으로 교육감을 직접 뽑습니다"라는 말은 저게 뭔가 싶은 호기심 정도 끌다 이내 내게서 잊혀지곤 했다.

그러다 어느날 아침 버스 창 너머로 "영어! 학교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한 교육감 후보의 홍보 현수막이 눈에 띄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영어몰입교육과 학원수업 24시 허용, 0교시라는 악몽같은 단어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마침 내 옆에 서서 버스 손잡이에 의지한 몸을 같이 흔들거리고 있던 프랑스 국적의 친구에게 저 현수막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알겠냐고 냉소를 흘리며 설명해주자 교육감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는 거냐고 물어왔다. 시원하게 대답을 못하고 우물거리니 그럼 선거날이 언제냐고 묻는 말에 그게 이번 달이긴 했던 것 같은데 종체 가물거려 얼굴을 붉혔다.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에다가 부끄러움이 가속을 붙인 이날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선거에 관한 정보부터 찾아봤다.

지금까지 학부모와 교사 지역 유지 등으로 이루어진 학교운영위원회에 의한 간접선거로 치러졌던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지난 2006년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로 인해 모든 서울 시민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직선제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교육감은 어떤 자리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의를 갖는가를 물어야, 우리 손으로 그를 직접 뽑는다는 사실이 도대체 왜 그렇게 중요한가에 대해서도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지역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교원과 일반 행정 직원에 대한 인사권리를 갖는 서울시 교육감은 막강한 권한을 갖는 자리일 뿐 아니라, 2008년 기준으로 연간 6조원이 넘는 서울시 교육청 예산은 부산시의 전체 예산에 맞먹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현 이명박 정부가 파장을 몰고 온 교육의 시장화 정책을 평가하는 자리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그런데 선거일인 30일은 평일에 한창 휴가철인데다 대부분의 서울 시민들이 잘 모르고 있어 투표율이 과연 10%나 넘길까 하는 우려까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공정택 현 교육감과 진보진영 측의 유일한 후보인 주경복 교수의 양자대결로 선거전이 진행되리라는 것이 대다수의 예측이다. 공정택 교육감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과 상통하는 특수목적고와 자립형 사립고 확대 등을 정책으로 삼고 있으며, 반면 주경복 교수는 평등 교육을 기치로 삼아 특목고 자사고 확대를 반대하고 학생들의 권리와 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민교협, 교수노조, 학술단체 협의회와 같은 교수 3단체의 추천을 얻어 출마한 뒤 참교육학부모회 등 많은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 및 시민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는 주경복 교수를 경계한 조선일보는 그를 지지한 단체 가운데 전교조도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간단히 ‘전교조 교육감 나오나?’라는 기사 소제목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반(反)전교조 정서를 공유하는 독자들의 거부감을 유도하기도 했다.

나머지 후보들 가운데 전 서울고 교장 이규석 후보와 전 동대부고 교장 박장옥 후보는 한나라당에서 활동한 기록이 있고 '반이명박 반전교조'라는 특이하기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구호를 내건 학교인권위원회 및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이인규 후보는 박근혜 지지모임 '박사모'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인들에게 이런 뜻을 전달하기 시작하자 돌아오는 답이 한결같았다. "직선제라는 말을 보긴 했는데, 진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나도 투표해도 되는 거 맞아?" 글쎄 그렇다는 말을 듣고도 "서울 사는 사람들이 다들 하는 거라고?" 하고 반드시 다시 확인해 오는 것이었다.

오는 25일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 절반 이상이 "직선제인 줄 몰랐다"고 설문조사에 응답한 충청남도의 웃지못할 해프닝은 최소한 선거 이후 서울에서 재연되지 않기를 빈다.


문연진 국제민주연대 인턴활동가

문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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