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금강산, 독도의 공통점

이재영_독설의 역설 [50] 이재영l승인2008.07.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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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쇠고기와 촛불의 맞싸움에는 여러 원인이나 배경이 있겠지만, 촛불을 처음 든 학생들이나 어머니들을 거리로 불러들인 것은 바로 생명 때문이었다. 과장되었든 오도되었든 그들에게 미국산 쇠고기란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 생명에 대한 위협이었고, 그만큼 절박했다.

물론 쇠고기 전체가 사람 모두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확인된 광우병 사망자 200명이 값싸고 조악한 정크푸드를 즐기거나 피할 수 없었던 사람들임에 비추어, 그리고 광우병 위험 쇠고기가 별도의 저급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데 비추어 광우병은 일종의 빈곤병이다.

“먹기 싫으면 먹지 말라”는 이명박의 말은 과연 재벌 사장님답다. 미국에 자동차, 핸드폰 팔아 돈 벌 사람들이야 미국산이든 한국산이든 안전한 따라서 비싼 쇠고기를 선택할 여력이 있겠지만,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 말은 죽음을 감수하고 먹거나 굶으라는 협박일 따름이다.

나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사건 발생이 정확하게 몇 시에, 어느 지점에서, 몇 발의 총탄에 의해 발생했느니 하는 따위의 사실들은 결코 군인이 민간인을 총 쏴 죽였다는 진실을 넘어서거나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 아주머니가 뭘 잘못했는지를 따질 일도 아니다. 유엔군 작전지역을 침범한 한국 피난민을 죽인 데 대해 우리는 무엇이라 말했던가. 전쟁 중에도 민간인 살해는 범죄다. 국가의 민간인 살인 범죄를 놓고, 남북 관계 긴장을 우려하여 말을 아낀다는 태도는 범죄 동조다. 살자고 통일하자는 것인데, 통일 때문에 죽으려면 왜 통일하나.

더 따지자면 문제의 근원은 부자 나라 돈벌이 하러 가난한 자기 나라 사람들 내쫓은 데서부터 비롯된다. 북한 사람들 내쫓은 금강산 관광이 당장에야 긴장완화에 도움을 주겠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 먼 발치에서 금강산 바라봐야 하는 북한 사람들의 박탈감과 증오는 어찌 할 것인가.

사실은 군사분계선이 북한 내부, 금강산 해안으로 옮겨갔을 뿐이고, 가난한 이들과 조금 부유한 이들을 가로막는 그 장벽의 비밀에 접근하는 이에게는 언제든지 총알이 날아들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 한국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다툼은 역사나 감정 문제로 비추어지고 있다. 그러나 영토는 역사나 감정이 아니라, 물리적 실재로만 존재하고 기능한다. 즉 그 공간을 점유하고 이용함으로써 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현실 이익이든 미래 이익이든 거두고 있거나 거둘 수 있을 때만 영토인 것이다.

20세기 초 일본 서북 해안 어부들을 살찌웠던 독도의 강치는 이미 멸종했다. 한때 부두 도시들을 흥청이게 하던 한국의 연근해 어업은 이제 서울에 큰 술집 몇 군데 매출보다도 미약하다. 따라서 독도가 영토로 쓸모 있는 것은 그 주변의 어업 자원이 아니라 조어도처럼 심해저 광물자원 때문이고, 한국과 일본은 그것을 탐사 연구하는 국책연구소를 오래 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이 지금처럼 경영되는 한 독도 심해저의 자원 덕분에 두 나라 인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아마도 두 나라 정부는 세금을 써 탐사를 끝낸 후에는 SK나 미쯔비시 같은 거대자본에게 채굴권을 넘길 것이고, 두 나라의 ‘독도-다케시마 수호대’들은 계속 퀵서비스나 빠찡코 알바 인생일 것이다.

독도가 한국 고유의 영토였든 말든 한국 국가는 그 점유를 유지하고 이용을 발전시켜야 한다.

한편 설사 국가권력 획득이 목표일지언정 국가 아닌 정당이 마치 국가기관인 것처럼 영토 문제에 호들갑을 떠는 것은 우습다. 더구나 진보정당이나 진보적인 시민단체들이 독도 분쟁에 분노를 보태는 것은 안 그래도 지나친 동북아의 국수주의를 부추켜 결국 자기 미래를 갉아먹는 꼴이다.

지금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독도, 간도, 사할린, 조어도 등은 하나 같이 전쟁이나 준군사행동을 통해서만 조금이나마 잠정적 해결을 본 지역이다. 분쟁이 더 격화된다면 역사는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진보정치세력들, 되도 않는 실력에 국가인양 행세할 일이 아니다. 그런 전쟁에서 누가 죽어갈지를 생각하라.


이재영 레디앙 기획위원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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