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당분간은 부동산 정책을 손대지 않겠다”고 하더니 한달도 안돼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 거품이 빠지자 당황하여 재건축 규제완화나 분양가상한제 폐지 같은 규제완화를 발표하고, 가격 인하를 저지하려 한다. 나아가 지난 2004년에 수립한 소비자 중심의 후분양제 로드맵을 사실상 폐지하고 공급자를 위한 선분양제도를 송파신도시에 적용하겠다고 한다.
정부의 과거회귀 정책은 이미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당시 시민사회는 이명박 후보의 부동산 정책이 신혼부부아파트 공급, 도심재정비를 통한 주택공급 정도로 초라했기 때문에 정책의 빈곤이라며 많은 비판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속단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신으로 전봇대를 뽑으며 시작한 ‘규제는 악이요, 규제 폐지는 선’이라는규제 폐지가 핵심 정책이기 때문에 굳이 자질구레한 정책들 늘어놓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국정 기조에 경제가 고유가 대응을 잘못해 어려움을 겪고, 삽질경제의 백미인 희대의 한반도대운하 개발로 7%성장을 달성하려던 계획이 국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부동산 경기부양으로 경제를 지탱하기위해 규제들을 서둘러 폐지하려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오랜 동업자인 개발족들도 위기론을 조장하며 장단을 맞췄다. 아니 정부가 개발족을 앞세워 경제위기론을 조장한 것이다. 그들은 IMF 때 보다 미분양이 많고 부도율이 급증하여 건설사들이 줄도산하고 이로 인해 실업자를 양산하면 경제가 큰 위기에 처할 것 이라는 위기론이다.
건설업계가 정말 위기인지는 몇 개를 지표만 봐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1997년IMF 당시 건설사 부도율은 5.8%이지만 현재는 0.3%에 불과하다. 또한 작년 상반기 아파트 평균분양가는 1천만원 수준이었으나 미분양으로 업계가 다 죽는다던 올해 상반기에는 오히려 1천300만원으로 24%나 분양가가 올랐다. 건설사들이 악성으로 분류하는 완공된 미분양은 15%에 불과하다. 즉 건설업계들이 미분양이 쌓여도 부도 걱정이 없으며, 분양가 인하도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올렸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부도가 가시화되면 분양가 인하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여 자금순환을 원활히 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인데, 시장원리에 따르지 않아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업계의 위기론을 믿었을까? 추정하건데 정부는 전매제한 폐지, 주택담보대출 완화, 거래세인하, 상한제 폐지, 후분양제 재검토 등 규제 폐지를 주장하는 우군이 필요했지, 굳이 위기론의 실체를 따질 필요는 없었다. 위기론은 정부로서는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위한 규제폐지의 명분을 얻고, 업계는 폭리를 취할 기반을 만들기에 필요한 장식품에 불과하며, 목표는 규제폐지였다.
그렇다면 규제폐지는 이것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 시작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폐지 바이블은 한국경제연구원과 전경련이 만든 로드맵이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개혁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규제개혁종합연구’는 규제를 39개 부문으로 분류하고, 이중 1천664건을 선별하여 516개는 폐지, 1천148건은 개선을 제안하고 있다. 이중 부동산 분야를 보면, 분양가 상한제, 주택분양가 내역공시, 후분양제, 분양권전매금지, 개발제한구역 지정, 재개발재건축의 임대주택 건설의무,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 조합원지위 양도 금지, 기반시설부담금, 택지전매금지 등 폐지를 제안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폐지내지 개선하겠다는 규제들은 이 보고서와 일치한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파괴적인 대책들이 나올 것인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알고 싶다면 전경련의 보고서를 보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명박 정부의 배후는 전경련이고, 정부는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전경련과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민들은 규제폐지의 수혜자가 서민이 아니라 무책임하고 탐욕으로 가득 찬 기업임을 경험으로 안다. 정부가 국민을 바보로 보지 않는다면 당장 비즈니스 프랜들리부터 폐지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기업 프랜들리를 외치는데 충성스런 관료와 공무원들이 기업을 위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서민들은 안중에나 있겠는가?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는 정부와 기업이 한패거리로 만들고 있다.
시민들은 대통령이 온전히 임기를 마치기를 바란다. 대통령도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한 달만에 급변하는 부동산 정책은 안 된다. 일관성을 무시한 채 단기적인 정책효과에 현혹될수록 정부 정책은 시장을 교란한다. 시장실패보다 더 나쁜 건 정부실패이다. 시장실패는 제도를 고치는 것으로 해결되지만 정부의 실패는 정권교체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소리에 귀 귀울여야 한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윤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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