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A·ICR·한국능률협회 인증원이 대표적···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국제사회 대응 시민·소비자단체 참여 보장 절실”

환경연합 4만5천922건 분석

환경경영을 평가하는 ISO14001의 인증기관들이 기업에 부실·허위 인증을 남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에 대한 관리·감독기관인 한국인정원(KAB)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사후약방문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표준원은 ISO인증제도가 민간자율 영역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2010년 사회적 책임 지표인 IS026000 제정 등을 목적에 둔 상황에서 인증시스템에 대한 정부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일 지난해 4월부터 ISO 부실인증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를 분석해 공개했다. 환경연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동일한 심사원이 같은 날에 2개 이상 기업을 심사한 중복심사가 총 심사건수 3만2345건 중 896건(2.8%)이었고, 올 1분기에도 1만3577건의 심사건수 중 200건(1.47%)이 중복심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심사 관련부실이 많은 기관으로는 MSA인증원(옛 DAS인증원의 후신), ICR인증원 등 외국계 인증기관 2곳과 한국능률협회 인증원 등 3곳이 지목됐다. 현행 국내 ISO인증시스템은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인정기관(기업에 대한 인증서비스를 해주는 인증기관을 심사·선정하는 기관)으로 한국인정원을 지정해, 한국인정원이 인증기관을 선정·감독하는 구조다.

부실·허위인증에 대해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이미 사례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인증심사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해 부실인증을 적발, 이를 한국인정원에 통보해 제재토록 했다”고말했다. 실제로 한국인정원은 지난달 1일 한국능률협회인증원 등 13개 인증기관에 대해 허위기록 작성, 심사반 구성 위반 등의 이유로 경고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경고는 상징적인 조치긴 하지만 실질적인 처분은 아니다. 한국인정원 관계자는 “처벌 자체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경고 정도의 조치를 내린 것”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실질적인 처분이 있어야 부실인증 관행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황상규 환경연합 정책처장은 "기술표준원과 인정원이 허위·부실인증을 행한 인증기관과 심사원들에 대해 일벌백계 자세로 인증기관 취소 및 심사원 자격취소 등 강력한 제재수단을 강구해야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표준원과 한국인정원도 외국계 인증기관과 국내인증기관간의 과당경쟁으로 부실인증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적발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사후적 적발에만 머물고 있을 뿐 사전 예방은 미미한 실정이다. 때문에 환경연합은 인증에 대한 공정성, 투명성 등을 높이기 위해 인증현황 데이터베이스 등 인증정보를 소비자와 시민들에게 전면 공개하고, 한국인정원의 인증기관 감독업무에서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정원 관계자는 “인증정보는 개인정보와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 인증취소 업체 등 구체적 인증정보가 공개되면 인증기관 사이에 과다경쟁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정보공개 여부는 판단을 해보고 접근 해야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시민·소비자 단체의 참여에 대해선 “요구가 있으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인증시스템이 민간영역이라는 이유로 한국인정원과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기술표준원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이후 ISO26000 제정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조응하지 못하는 자세라는 입장이다.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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