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민들의 민주화와 개혁 요구 지지”

태국 민주주의 열망에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변승현 기자l승인2020.10.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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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태국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실시된 총선을 통해 제3당으로 떠오른 퓨처포워드당을 해산시켰다. 이에 태국 청년들을 주축으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고, 시위는 점차 확대되어 지난 9월 19일에는 10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방콕 시내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태국의 민주화 혁명 기념일인 14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 14일 오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태국 시위대의 상징인 세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화 유럽 외유를 즐긴 왕실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는 정부, 기득권 엘리트 세력의 불공정한 행태에 태국 시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그동안 태국 사회에서 금기시 됐던 왕실 개혁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이번 시위를 독려하는 태국 청년 중 일부는 페이스북에 ‘한국의 87항쟁처럼 태국에서도 독재를 끝장내자’는 메시지를 올리며, 시민들의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시위를 하루 앞둔 어제(10/13) 2017년 광주인권상 수상자인 파이 디오딘씨를 체포하는 등 태국 정부의 탄압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에 이어 태국에서도 한국의 민주주의 경험과 승리가 큰 희망과 용기가 된다는 점에서 오늘(10/14) 한국의 20개 시민사회단체들도 서울 주한 태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국 시민들의 민주주의 열망에 연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양다은 한국YMCA전국연맹 대학국제부 팀장의 연대 발언에 이어 태국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당국의 탄압을 피해 한국으로 망명한 차노크난 루암삽씨가 발언을 통해 현재 태국의 정치적 상황을 설명하고 한국 시민사회의 연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태국 시위대의 상징인 세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공동성명(한/영)을 주한 태국 대사관에 전달했다.  

[공동성명]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태국 시민들의 민주화와 개혁 요구를 지지한다

지난 9월 19일 수만 명의 태국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다. 10대, 20대 청년들이 중심이 된 시위대는 지난 2월 퓨처포워드당 해산 이후부터 시위를 이어왔다. 코로나 19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태국 시민들을 광장에 모이게 한 것은 불공정한 헌법으로 권력을 잡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 받는 국민을 외면하는 현 집권 세력에 대한 분노였다. 

우리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태국 시민들의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를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태국 군부는 잇따른 정치개입과 잦은 쿠데타로 시민들의 열망을 묵살해왔다. 특히 마지막 쿠데타로 기록된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 태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후퇴하고 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현 집권 세력은 2017년 군부의 정치개입을 보장하도록 헌법을 개정했고, 지난해 3월 실시된 총선에서 프라윳 짠오차 총리에게 재집권의 길을 열어주었다. 쿠데타 이후 5년 만에 어렵게 열린 선거였으나 쿠데타 주역들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된 것이다. 이들은 제3당이 된 퓨처포워드당의 해산 명분을 찾기에 급급했고, 결국 지배 엘리트 세력 편에서 정치적 판단을 해 온 헌법재판소를 이용해 당을 해산시켰다. 

그뿐만이 아니다. 와찔라롱콘 현 태국 국왕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태국 시민들의 삶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음에도 줄곧 독일과 유럽 등지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검찰은 2012년 뺑소니 교통사고로 경찰관을 숨지게 한 뒤 해외 도피 중인 태국 재벌 ‘레드불’ 창업주 손자를 불기소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왕실 모독죄’, ‘선동죄’ 등과 같은 반민주적 악법으로 탄압해온 태국 집권층이 부유층 자제의 중대 범죄에는 눈을 감은 것이다. 게다가 지난 6월 군부의 탄압을 피해 캄보디아로 피신했던 태국 활동가가 괴한에게 납치된 뒤 ‘강제실종’ 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이는 2014년 쿠데타 이후 해외로 피신한 활동가들이 강제 실종되거나 사체로 발견된 사례 중 하나이다. 

이러한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태국 시민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태국 청년들을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시위 조직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은 헌법개정을 포함한 민주주의 회복뿐 아니라, 태국 역사에서는 전례 없던 왕실 개혁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10월 14일, 태국의 중요한 민주화 운동이었던 1973년의 ‘10월 14일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며 또다시 광장에 모여 프라윳 총리 사퇴, 헌법개정, 왕실 개혁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그 동안 태국 시민들이 보여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은 아시아 전역에 큰 희망이 되어왔다.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태국 시민들의 민주주의와 개혁에 대한 열망과 시위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태국의 청년들과 시민들이 분노하고 거리로 나서는 이유는 이미 한국 사회가 민주화 과정에서 경험했던 것이고 지금도 직면한 과제들이기 때문이다. 태국 시민들이 들어 올린 세 손가락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상징한다. 태국의 시위에 세계가 주목하고 한국 시민사회가 지지하는 이유이다. 

한국 정부에 요구한다. 태국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국가이다. 신남방정책 추진에 있어서 협력 상대국의 경제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도 반드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평화, 사람, 번영(3P, peace, people, prosperity)을 핵심 원칙으로 천명한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문화와 관광 교류의 증가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을 위해 협력할 때만이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태국 정부에 요구한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봄까지 한국 시민들이 한 겨울 추위 속에서도 촛불을 들고 외친 것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메시지였다. ‘태국은 국왕의 것이 아니다’ 라는 태국 시민들의 외침과 맞닿은 한국 시민들의 외침이 결국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로 귀결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태국 정부는 시민들의 의사표현과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하고 시위대와 야당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20년 10월 14일 

공익법센터 어필/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국제민주연대/난민인권센터/녹색당/녹색당 국제특별위원회/다른세상을향한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사단법인 아디/실천불교전국승가회/이주민센터 친구/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징병제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 서울지부/참여연대/충남인권 교육활동가모임 부뜰/팍스크리스티코리아/한국YMCA전국연맹/한홍민주동행/해외주민운동연대 (20개 단체)

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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