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설렁탕의 경제학

출판 수익성? 좋은 책 만들기 욕심 더 커 이우희l승인2008.08.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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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솔제니친의 죽음 기리며 시 한편

올 봄에 책값이 1조원 하는 영어 논술책이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되어 관계자들을 당황케 한 일이 있었다. 도서관법에는, 모든 출판사는 책을 펴낸 다음 한 달 이내에 2권씩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해야 하고 책값의 50%를 보상금으로 받도록 되어 있다. 규정대로라면 국립중앙도서관은 1조원(2권×5천억원)을 지급해야 되는데, 도서관 측은 판매 현황 등의 자료를 요청함으로써 납본 절차를 중지시킨 상태다.

이 해프닝에서 우리는 ‘해당 출판사가 도서관 정책에 대해 무언가 서운함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 외에 책값과 관련해 다음 두어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첫째, 책값을 매기는 것은 어디까지나 출판사의 자율이라는 것. 둘째, 납본 보상이 책값의 50%라는 데에서 책의 제작비 외 모든 비용을 합해도 그것이 책값의 절반을 넘을 리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책값을 그대로 남기느냐.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대개 종이값과 인쇄비를 포함한 순수제작비는 정가의 20%를 넘기지 않는다. 여기에 10% 내외의 저자인세, 인건비, 마케팅 비용, 경쟁도서의 가격 등을 감안하여 도서정가를 책정한다. 그런 다음 서점이나 도서총판에 도서정가의 55~70%, 특별한 경우에는 더 낮은 공급률로 책을 내보내는 것이다.

설렁탕은 말아먹기라도...

요컨대 책 한 권 팔아도 별로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이니 굳이 숫자를 꿰맞추는 수고는 말자. 대신 아주 쉬운 예 하나만 들자면 이렇다.

봄까지만 하더라도 자주 가던 출판사 근처의 설렁탕 집에서 5천원짜리 설렁탕 한 그릇과 1만원짜리 책 한 권의 수익성에 대해 주인아주머니와 길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배추가 얼마나 올랐느니 하면서 어림을 해 본 결과는, 그나마 설렁탕이 책보다는 위험성이 낮을뿐더러 수익도 낫다는 데에 이르렀다. 쇠고기와 그 숱한 ‘뻘 짓’에 설렁탕이든 책이든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지만 책은 어디에 말아 먹을 수도 없지 않은가.

책값 이야기로 소중한 지면의 반 이상을 써 버렸지만, 책의 수익성은 좀 더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함이 첫 번째 목적이다. 편집자 개중에는 책이 상품으로 취급받는 것에서조차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주위에는 많다. 게다가 실용 장르의 비중이 높아지고 인문이 여전히 어렵긴 해도 우리나라 성인 1인당 독서량은 월 1권은 된다. 얼추 비슷한 가격대의 1인당 영화관람 편수와 비교해 보더라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책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는 한 책 만드는 사람들에게 책값은 부차적인 문제에 머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뜻에서 오늘도 책값이 아깝지 않을 한 권 소개!

책 값 안 아까울 책 소개!

7월 마지막 날에 소설가 이청준이 ‘당신의 천국’에 잠들더니 그 다음 주에는 러시아의 양심이라던 솔제니친마저 타계했다. 아인슈타인은 죽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름다운 모차르트의 음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이라 했다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산 자의 입장.

그렇지 않고 죽음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혹은 죽은 자라면 어떨까.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보내는 편지 <천 개의 바람이 되어>(원작자 미상, 신현림 지음, 글로세움)는 달랑 한 편의 시를 신현림의 글과 사진을 보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앞서 두 작가를 기리는 뜻을 담아 소개한다.

원작자 미상의 영시 <a thousand winds>는 다양한 버전이 있는데, 그중 신현림이 채용한 시는 어느 영국군 병사가 죽기 직전에 남긴 것이다. 1989년, 스물 네 살의 영국군 병사 스테판 커밍스는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의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스테판은 생전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열어 보라’며 한 통의 편지를 남겨두었는데, 그 편지에 이 시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스테판의 장례식이 있던 날, 부친은 아들이 남긴 편지와 시를 낭독했고 이것이 BBC에서 방영되어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떠나간 이가 남겨진 이를 위해 준비한 한 편의 시. 이 시는 꿈에서밖에 볼 수 없는 사람이라도 그리워하는 순간엔 슬픔 또한 추억이 될 수 있음을 깨우쳐 준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
나는 그곳에 없습니다. 나는 잠들지 않습니다 /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
…… (이하 생략)


이우희 두리미디어 편집장

이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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