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상반되는 두 힘이 세계를 서로 다른 쪽 방향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하나의 힘은 사적 영역을 확대시키려는 힘이고 다른 하나의 힘은 공공 영역을 수호하려는 힘이다. 세계 시장의 파도는 점점 더 거칠게 사적 영역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세상을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 사적 영역은 더 이상 확대될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공적 영역은 이제 더 이상 사적 영역의 확대를 수용할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섰다. 공적 영역의 수호를 위해 전력질주를 해도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는 데 거꾸로 사적 영역의 확대를 위한 힘이 어느 때보다 강력해지고 있다. 공적 영역에 대한 논의는 뒤로 숨어버렸다.
실제로 높은 파도들-신자유주의, 저임금 국가의 출현, 원자재의 고갈로 원자재 가격의 급등, 세계 곡물 가격의 폭등 등-이 한꺼번에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 파도들이 사적 영역의 지속적이고 균등한 확장을 과거보다 더욱 불가능하게 만들자, 그에 대항하여 사적 영역의 지속적인 확장과 균등한 확장의 요구가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북극과 남극 빙하의 결빙,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토양 오염, 점점 강력해지고 있는 태풍과 허리케인, 점점 강도가 높아지는 산성비에 의해 숲이 죽고 있고, 점점 줄어드는 일조량으로 인해 곡물 수확량이 줄어들고 있는 등 환경 파괴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고 그것은 사적 영역의 확장이 아니라 공공 영역의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저임금 국가의 출현만으로도 세계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협받았었다. 신자유주의는 국경의 장벽을 낮춤으로써 국가의 시장 개입의 여지를 줄여 대기업과 금융자본이 보다 높은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국제 환경을 만들었다. 그에 더하여 중국과 인도 등 저임금 국가가 세계 시장에 등장하자 높은 임금을 감내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얻을 수 없게 된, 선진국의 제조업은 마치 삼투압 현상처럼 저임금 국가로 빨려들어 갔다. 그 결과 몇몇 저임금 국가의 경제는 급상승했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부의 불평등, 실업이 증가했다. 그러나 그 위에 다시 원자재 가격의 상승, 특히 기름 가격의 상승이 추가되면서 세계 경제는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제는 안정적인 성장을 생각할 수 없는, 몇 년 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돌입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산업 사회에 내장되어 있던 성장 프로그램의 필연적인 결과다. 산업 사회는 성장률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다. 성장률은 매년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성장률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다. 성장률에의 도달은 다시 성장률을 재생산하게 된다. 성장률의 끊임없는 순환이다.
그러나 성장은 무한대로 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자연 자원의 고갈과 자연의 황폐화에 의해서 성장은 무한대로 가능하지 않다. 자연 자원이 고갈되면 성장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 공급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연 자원의 가격이 급상승한다. 공급의 부족에 의해서든 가격이 높아서든 필요로 하는 자원이 공급되지 않으면 경제 시스템은 서서히 멈추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평균적인 성장률에 도달하지 못하는 산업 분야들이 전체 연관에서 떨어져 나아가게 된다. 또한 성장은 지금까지 잔여 위험을 방치하도록 압력을 가하였고 잔여 위험의 방치는 지구의 자정 능력의 한계를 훨씬 넘어선지 오래다. 그 결과는 같은 면적의 토지와 바다에서 수확량을 줄어들게 만들고 있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말한 세 파도들은 세상을 성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성장에 도달하지 않을 수 없는 경제 행위자들에게 환경의 문제는 배부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에 따라 성장은 강제이고 환경은 윤리적 요청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를 역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고 그 방법들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홍균 성공회대 교수
이홍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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