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에 대해

주민참여 및 자치단체의 자치권을 확대하고,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12월 9일 국회 본회를 통과했다.

부산참여연대는 법 개정의 의미를 주민주권을 바라고 이를 위해 활동해왔던 지역과 주민의 눈으로 평가하고, 보완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하고자 한다.

1. 주민주권과 관련해 눈에 띄는 부분은 법의 목적에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이 추가되고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신설되었다는 것이다. 또 '주민조례 발안제' 도입을 통해 의회에 조례안의 제정과 개정, 폐지 청구가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는 주민이 지방의회에 조례를 직접 발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또 주민감사 청구인 수 하향, 청구권 연령이 19세에서 18세로 하향되어서 주민참여가 확대될 수 있게 되었다.

2. 자치단체의 자치권 확대와 관련해서는 국가-지방 사무 간 배분원칙 규정 및 준수의무 부과, 자치입법권 보장 강화, 지방의회 소속 사무직원 임용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 지방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등이다.

특히 국가-지방 사무 간 배분원칙을 규정한 것은 현행 헌법 현실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자치에 관한 자신의 권한을 헌법정신에 부합되도록 행사하거나 실현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국가와 국가관료체제에 예속되어 본연의 자치사무 처리를 방해하는 위임사무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본 개정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지방의회의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은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차원에서 의원들의 요구가 많았던 부분으로 이를 계기로 지방의원들은 전문성과 역량을 높여 집행부에 대한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르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의원 정수만큼 도입이 되지 않고 절반만 두는 것으로 되어서 반쪽짜리로 남게 되었다.

3. 지방의회 운영에 관한 조항도 신설되어서 지방의회의 자율성이 강화되고 이에 상응하는 책임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들이 마련됐다. 구체적으로는 지방의회의 투표결과 및 의정활동, 집행기관의 조직·재무 등 지방자치 정보공개와 정보공개시스템 구축, 기록표결제도 원칙 도입, 지방의원 겸직금지 대상 구체화 및 내역 공개 의무화, 윤리특별위원회 설치 의무화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설치, 의원 징계 논의 시 의견 청취 의무화 등이다.

4. 한편 이번 법 개정과정에서 큰 오점을 남긴 부분이 있다. '주민자치회'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조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삭제된 것이다. 지방자치의 기초이자 출발은 주민자치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지방자치 시대를 열고자 했던 조항이 통째로 삭제된 채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삭제된 주민자치회 조항은 주민이 풀뿌리자치의 활성화를 위하여 읍·면·동별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으며, 주민의 화합과 공동체 형성,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자치회의 운영 및 기능 수행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 내용은 특별법에 근거해 2013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이래 전국적으로 주민자치회가 118개 시·군·구, 626개 읍면동으로 확산되어 안정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실질적이고 본격적인 주민자치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법 개정은 주민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시민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다.

국회는 주민자치가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자 지방분권의 핵심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것인가! 서울과 수도권 중앙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나 지역이 살 수 있는 대안이었던 주민자치의 법적, 제도적 근거 확보가 사라진 것이다. 국회는 주민자치를 위해 노력해온 주민, 풀뿌리 활동가들의 염원을 담아 법 재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개정은 1988년 개정 이후 32년만으로 그동안 자치·분권을 염원한 지역의 의견에 일정한 답을 한 것으로 그 의의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자치 법적 근거, 인사청문회 도입, 자주재정권 실현, 예산편성권 자율화 등의 중요한 내용이 빠졌는데, 국회는 조속히 이와 같은 지방자치를 실질화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할 것이며 부산시, 시의회 또한 법 개정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2020년 12월 11일)

부산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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