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기준 즉각 폐지를”

방배동 김씨의 명복을 빌며,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요구 양병철 기자l승인2020.12.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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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18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방배동 김씨의 명복을 빌며, 부양의무자기준 즉각 폐지를 요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12월 14일 한국일보 기사를 통해 서울 방배동에 살던 60대 김씨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졌다. 김씨의 죽음은 인근 지하철역에서 노숙하던 김씨의 가족인 발달장애가 있는 30대 최씨를 발견한 사회복지사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사망한지 최소 5개월이 지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통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죽음을 더이상 방치하지 말라. 즉각적인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사진=참여연대)

가족은 2018년 10월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 주거급여를 받으며, 공공일자리에 참여한 임금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있었으나, 부양의무자로 되어 있는 이혼한 전남편 등에게 자신의 상황이 전해지는 것을 꺼려해 신청하지 않았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이지만 임기 4년 동안 이행되지 않았다.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은 2018년 10월 폐지됐지만, 생계급여에서는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에 불과하며, 의료급여에서는 아무런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았다.

정부는 건강보험과 다른 의료보장제도를 통해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씨는 2005년 뇌출혈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지만, 2008년부터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한 장기 체납상태여서 병원을 이용할 형편이 되지 못한 의료 사각지대였다.

부양의무자기준이 없었다면 김씨는 의료급여를 통해 병원을 이용하고 공공일자리가 없거나 치료받는 기간 동안 일을 쉬며, 생계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방배동 가족의 죽음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서초구는 2인 가구 수급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이라는 비극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적 질타를 우회하기 위한 대책에 불과하다.

작년 겨울 인천에서 사망한 일가족은 방배동 가족과 같은 주거급여 수급자였으며, 부양의무자기준에 의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신청하지 않은 사각지대였다. 당시 인천 일가족의 죽음 이후에도 사각지대를 조사하겠다는 대책이 발표됐다. 하지만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서 발굴되는 위기가구 중 공적지원으로 연결되는 가구는 10%도 되지 않는다.

발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발굴해도 지원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없기 때문에, 부양의무자기준 조차 폐지하지 못한 사회에서 발생한 비극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우리는 서울 방배동 김씨의 명복을 빌며,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폐지와 가난한 이들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즉각 폐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이후에는 청와대에 공개 질의서를 전달하고, 이와 함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공개 질의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통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한 죽음을 더이상 방치하지 말라. 즉각적인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사진=참여연대)

[기자회견문]

방배동 김씨의 죽음이 발달장애를 가진 그의 아들에 의해 5개월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김씨 생전에도 고달팠을 모자의 삶은 10년이 넘도록 체납된 건강보험료, 개발로 수십억이 오가는 동네에서 주거급여로 겨우 지불해온 월세 20여만원, 공공근로 이후 수개월간 뚝 끊긴 소득, 장애인 등록조차 하지 못해 김씨 죽음 이후 거리 노숙으로 바로 내몰린 그의 아들의 처지로 짐작할 수 있다.

김씨 모자가 살고 있던 서초구는 그간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알려졌을때 다른 지자체가 그랬듯 여러 핑계를 댔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무때문에, 주거급여 수급자였기 때문에, 장애인 등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어려운 삶을 몰랐다고 한다. 사각지대에 몰린 이들을 발굴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한다.

언제까지 몰랐다고, 조사하겠다고, 발굴하겠다고 핑계만 댈 셈인가? 서초구는 서울시내 대표적인 부촌이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서초구청장은 재개발 규제완화부터 재산세 인하까지 주민들의 사유재산을 지켜줄 방안은 세세히 고민하고 선언하고 있다. 그런 이가 어째서 이들의 죽음 앞에는 겨우 ‘조사’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지 묻고싶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정부의 태도이다. 같은 사례의 반복에도 정부는 제도 개선의 의지가 없다. 방배동 김씨의 죽음은 지난해 발생한 인천 일가족의 죽음과 맞닿아 있다. 복지부는 당시 인천 일가족이 사각지대로 발굴되지 않은 이유로 주거급여 수급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배동 김씨 또한 주거급여만 수급하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소득이 끊기고, 건강보험료가 10년이 넘도록 체납된 모자가 주거급여만 수급한 이유가 무엇인가. 부양의무자 기준의 장벽 때문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신청조차 포기했던 것이다. 인천 일가족의 죽음 이후 1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곡예하듯 삶을 겨우 이어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약속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장’에 찾아와서 공언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하염없이 나중으로 밀리는 동안 사람들이 죽어갔다. 정부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2022년까지의 완화계획만을 내놓았고, 의료급여의 경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허언을 반복하고 있다.

건강보험료 체납으로 의료서비스를 아예 이용할 수 없었던 김씨가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된다고 한들 병원 문턱을 밟을 수 있었을까? 의료급여 수급자가 되어야 할 이들에게 내놓는 대안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라는 것은 기만일 뿐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존재 자체가 장벽이며 구멍임을 왜 애써 무시하는가.

부양의무자기준조차 폐지하지 못하는 국가에서 또 다시 사람이 죽었다. 이들의 죽음 앞에 제도 개선 의지가 없는 정부와 국회, 지자체 모두가 공범이다. 방배동 김씨의 명복을 빌며, 부양의무자기준 즉각 폐지를 요구한다.

2020년 12월 18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전국장애인부모연대/한국한부모연합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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