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변화, 공업(共業)으로 여긴다”

윤남진 범불교대회 봉행위원회 대변인 심재훈l승인2008.08.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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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불이익 차원 아닌 사회변화 움직임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해 불교계가 스님들의 릴레이 단식정진 등으로 적극 대응하는 상황이다. 오는 27일에는 범불교도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지난 13일 만난 윤남진 범불교도대회 봉행위원회 대변인은 “전국사찰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사찰의 일반불자들도 기본적으로 대회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불교 종단협의회 범불교 차원에서 결의하고 총무원, 포교원, 각 종단의 원장급 원로들이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범불교란 표현이 적확할 것”이라며 그 규모와 위상을 정리했다.


-불교계가 유례없이 강한 수위로 대응하게 된 배경은.

▲이명박 정부 들어 임기 반년도 안 돼 종교차별 사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극단적인 종교편향 움직임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에서 3년 전부터 주시한 결과, 한기총 주요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성시화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독교인들만의 성스러운 도시를 만들자는 것인데, 신정일치를 목표로 비기독교인은 시를 떠나야 한다는 내용이다. 성시화운동 편람을 보면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북한의 조직.전술과 유사한 방식으로 짜여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양태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의 다양성과 관용을 부정하는 모습이다.

성시화 운동 등 배타적 기독교 사회 건설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후견자들이다. 그들로부터 이명박 정부의 각종 외곽사업 인력 풀(pool)이 나오고 조직되며, 재원이 들어오고 있다. 50~70개의 기독교 기관장이 참여하는 ‘홀리클럽’이라는 간부급의 모임도 있다.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된 종교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휘하 관료들이 자발적인 충성을 하는 것이다. 종교의 다원성을 보장하는 제동장치가 제거된 셈이다.

또 건국절 문제를 들 수 있다. 대한민국의 기원을 이승만 정부로부터 한정하면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기술하는데 있어 단절 선언이 될 것이다. 헌법에 명시된 민족문화 창달 의무가 의미 없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말이다. 건국에 한정함으로써 1948년 건국 이전의 전통과 역사에 소홀해도 된다는 명분이 된다.

뉴라이트기독교연합 수석상임회장이던 엄신형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으로 보존되고 있는 이화장을 건국기념관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보수적 기독교단이 체계적인 일정표에 따라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종교편향의 구체적인 사례는.

▲기독교 재단 중고등학교가 많은 상황에서 여전히 개신교 학교에 가면 불합리한 방식의 종교 자유와 선택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대광교 강의석 사건의 2심 판사를 학교재단과 동일한 기독교인이 맡았다. 이것은 동일 이해관계자가 재판을 맡는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것이고 무효다. 김황식 전 대법관이 조찬기도회 참석 강연 후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사법부의 문제뿐 아니라 입법부도 이상득, 홍준표 의원 등 여권실세들이 이스라엘 12지파 기도모임을 만들었다. 이렇게 입법, 사법, 행정부가 배타적인 신앙관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 상황이다.

-과거 이승만, 김영삼 전 대통령도 기독교인이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독실한 신자라서 지금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승만, 김영삼 대통령 당시에도 종교편향 문제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정권 들어 이렇게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전직 대통령과의 정치적 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들은 이명박 대통령처럼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신앙관을 가진 사람들을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았다. 김영삼 정권 때도 청와대 핵심에 불교신자인 이각범, 박세일 수석 등을 기용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대통령들의 기독교계 인력 풀이 광범위하게 조성돼 움직이고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국절 추진도 결국은 한기총에서 하는 식이다.

-정부에서는 일련의 논란과 사건에 대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는데.

▲정부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문제의식은 국민들이 느끼는 것과 같은 위기의식이다. 여론이 불리하면 머리를 숙였다가 유리해지면 다시 뒤통수를 친다. 정직하지 못한 태도다. 이명박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

불교계 대응에는 이러한 정서가 바탕에 있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알고가’ 사태 등으로 정부의 불교 홀대 논란이 일자 국무총리가 조계종에 와서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훈령까지 내렸지만 1주일 후 경찰이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차를 검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일단 비바람을 피해보자는 식으로 나가면서 잠잠해 지면 자기 방식대로 간다. 현 정부가, 특히 대통령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해결될 수 없다.

-지금까지 불교계가 사회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종교적 홀대에 대한 반응으로 한정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불이익 차원으로만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의 시각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불교계가 그동안 사회적 문제로 이렇게 범불교도대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 사회적 갈등, 평화, 비폭력이 불교의 핵심교리 임에도 한국불교는 그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현재 진행되는 일련의 움직임은 불교의 변화다. 대운하 저지에 스님들이 고생하셨듯이 불교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불교계의 대응은 불교가 깨어나려는 몸부림이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과정을 불교계 스스로도 공업(共業, 공동으로 선악의 행위를 하고 공동으로 과보를 받는 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불교인들이 사회적 의식을 더 가지고 공동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진 보살시민으로 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불교계가 대안으로 요구하는 종교편향 금지 법제화에 대해 정부는 헌법 등에서 종교의 자유가 명시돼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차별방지와 갈등방지의 주제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제도화하자는 것이 불교계의 요구인데 정부의 대응방식은 흉내내기에 그치고 있다.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이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징계조항이 없다. 한나라당 개정안은 한마디로 물타기 개정안이다. 공무원이 종교적 차별을 할 때는 징계를 해야 하는데, 권고권만 있는 국가인권위에 책임을 넘기는 내용은 법적 통제력을 가진 법률이 아니다.

헌법 개정 논의에서도 이런 부분이 반영돼 관련 헌법 조항을 더욱 구체화시켜야 한다. 종교의 자유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 자유 등 개인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하게 해야 한다. 또 사회적인 합의와 토론의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종교로 인한 사회갈등 요소가 표면화되지 않도록 사전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가 갈등할 경우 그 사회적 파급력과 폐해는 심각하다.

-범불교도대회 이후 대응 방향은.

▲이후 대통령 차원의 결단이 나오지 않는다면 최근 봉은사에서 시국법회를 연 것처럼 범불교도대회를 지역단위로 확장시킬 것이다. 그렇게 해도 변화가 없다면 산문폐쇄를 하는 수밖에 없다. 불가에서는 침묵하는 ‘묵빈대처’가 최고의 처벌이고 그 최고형태가 ‘산문폐쇄’다. 대통령과는 얘기가 안되니 이제 더는 할 말 없다는 의사표현이다. 이와 함께 상설대책기구가 지속적으로 시민사회, 이웃 종교와의 연대를 추진할 것이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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