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만 있고 ‘보상’은 없는 영업제한조치

시민사회, 코로나19 영업제한조치 헌법소원 청구 양병철 기자l승인2021.01.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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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권과 생존권이 침해당하는 중에도 방역에 적극 협조해온 많은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이제는 극한의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지난해 12월 매출은 160만원, 낼 임대료는 700만원, 손실보상·지원금은 제로입니다.”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들(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은 5일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영업제한조치에 따른 피해 중소상인들의 손실보상 및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이같이 밝혔다.

▲ 5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코로나19 영업제한조치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이날 헌법소원심판 청구당사자로 한00씨(서울시 마포구에서 2016년 10월부터 호프집 운영)와 김00씨(서울시 도봉구에서 2019년 5월부터 PC방 운영)가 참여했다. 

이들에 의하면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2020년 3월, 8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2단계 이상의 강화된 사회적거리두기 대책을 시행하여 유흥업소, 실내체육시설, 카페 및 음식점업 등 9종의 중점관리시설에 각각 집합금지, 집합제한 등의 영업제한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영업제한조치의 근거가 되는 감염병예방법과 지자체 고시에 손실보상에 대한 아무런 근거조항을 마련하지 않아 피해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 

특히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된 지난 12월에는 수도권 2.5단계 거리두기 대책과 연말연시 2.5단계+a단계 대책이 이어지며, 연말 대목을 맞은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존폐의 위기를 맞았지만 정부는 손실보상과는 거리가 먼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지원대책 등을 발표하는데 그쳤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에 영업제한조치에 따른 실질적인 손실보상과 적극적인 상가임대료 감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대비 매출 반토막, ‘강화된 영업제한’ 12월에는 30분의 1토막도

최소한의 손실보상 규정 없는 감염병예방법 및 지자체 고시는 ‘위헌’ 

‘임대료멈춤법’, 손실보상 규정 마련 없으면 2차 소송인단 모집도 검토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당사자로 참여한 한00씨와 김00씨는 “이번 청구가 방역당국의 코로나19 확산방지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매출하락과 반복되는 영업제한조치로 지난 1년간 재산권을 넘어 본인과 가족들의 생존권이 크게 위협 받아왔지만 코로나19를 조기에 종식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정부와 지자체의 영업제한조치에 흔쾌히 협조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이른바 연말연시 대목기간에 강화된 영업제한조치가 시행되면서 사실상 제대로된 영업을 할 수가 없었고, 연간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절반 또는 4분의 3 수준에 불과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각각 호프집과 PC방을 운영 중인 한00씨와 김00씨는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 및 제2호의2에 명시된 집합제한 및 금지, 출입자 명단 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조치 조항을 근거로 서울시가 공고한 영업제한 고시에 따라 밤 9시 이후 영업금지, 포장·배달만 허용 및 좌석간 거리두기, 시설 내 취식금지(PC방) 등의 행정명령을 받았다.

▲ (사진=참여연대)

실제로 서울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중인 한00씨의 경우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포장·배달만 허용 및 좌석간 거리두기 제한조치가 있었던 9월부터 줄곧 전년 대비 월 매출액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강화된 영업제한조치가 있었던 12월엔 전년 대비 2.8%로 무려 30분의 1토막이 났다고 주장했다. 강북구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김00씨도 2주간 휴업조치와 강화된 방역조치가 실시된 지난해 8월 이후 전년 대비 월 매출액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하락 피해를 입은 중소상인들과 영업제한조치를 받은 자영업자들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소상공인 긴급대출 등의 대책을 발표·시행했으나 이들 대책은 영업제한조치에 따른 손실보상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 뿐 더러, 각각 월 700만원과 495만원의 상가임대료를 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턱없이 부족한 지원에 불과했다. 

특히 한씨의 경우 반복되는 영업제한 조치로 인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매출액이 연 4억원을 넘는다는 이유로 새희망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됐고, 김씨의 경우 2019년에 개업해 다행히 지원대상에는 포함되었지만 아직도 지원금을 수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한씨의 경우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포장·배달만 허용 및 좌석간 거리두기 제한조치가 있었던 2020년 9월부터 줄곧 전년 대비 월 매출액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020년 12월 월 매출은 전년 대비 2.8%로 무려 30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대리를 맡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남주 변호사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전국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과 전례없는 방역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크게 침해당하는 와중에도 방역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손실보상도 규정하고 있지 않은 감염병예방법은 명백한 입법부작위이며, 이에 기초한 각 지자체 고시는 피해 중소상인들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미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10호에 같은 이유로 어로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경우 손실보상 규정을 두고 있으며, 감염병예방법과 법체계가 유사한 가축전염병예방법 등에도 각종 제한명령에 따른 보상규정을 마련하고 있는데, 유독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조치의 경우 법과 고시 어느 곳에서도 손실보상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평등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영업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도 형식상 ‘집합금지’의 형태를 띄고 있어 법률상 근거가 미약할 뿐 아니라 재산권과 평등권, 영업의 자유 제한에 있어서도 공익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안되는 ‘비례성의 원칙’, ‘침해의 최소성 원칙’, ‘법익의 균형성 원칙’ 등을 모두 위반한다”고 설명했다.

▲ (자료=참여연대)

수많은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안일한 수준이다. 11월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은 완전히 다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정부의 대책은 지난 1, 2차 때 나왔던 대책을 재탕하거나 중소상인들에게 실효성도 크지 않은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의 금액을 증액하는데 그쳤다.

이들은 “임대인들의 자발적인 임대료 감면 노력에만 호소하는 정부의 임대료 감면 대책은 존폐의 위기에 내몰린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영업제한조치의 고통을 중소상인과 상가임차인들에게만 전가하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국회도 ‘임대료멈춤법’ 처리와 손실보상 근거규정 마련 등 사회적 고통분담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늘 헌법소원 청구인에는 영업제한조치를 받은 일반음식점과 PC방업 외에도 영업금지조치를 받은 실내스포츠업 등 종사자들도 참여하려고 했으나, 이미 폐업을 결심했거나 공개적으로 나서기 어려워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만큼 현재 중소상인들이 처한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방역에 대한 염려와 혹시라도 입을 수 있는 불이익, 임대인 등 주변의 시선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오늘은 두 명의 청구인이 1차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지만, 최근 학원 및 헬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항의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기존의 지원대책만 반복한다면 공개적으로 소송참여자를 모집해 최소한의 손실보상 규정도 없는 영업제한 조치에 대한 행정소송과 위헌법률심판을 2차로 진행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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