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기구’ 파행 몰고 가는 택배사 규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정부도 책임 있어 양병철 기자l승인2021.01.0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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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택배사 규탄한다.”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인력투입은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막기 위한 핵심 대책이다. 작년 한 해 동안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수없이 반복되자 택배사들은 국민 앞에 사과하며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약속했다. 하지만 택배사들이 약속했던 인력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으면서 작년 12월에만 1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사하고 3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졌다.

▲ 6일 오전 11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 파기 택배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더 심각한 상황은 택배사들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해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를 파행으로 몰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 12월에 출범한 ‘택배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1차 회의에서 분류작업을 택배사의 업무로 보는 것으로 합의됐다. 그러나 차기 회의에서 택배사를 대표해 참석한 통합물류협회가 1차 회의의 합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택배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임시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생활물류서비스법의 부족한 지점을 보완하고자 만들어진 사회적 합의기구가 파행되면 생활물류서비스법은 반쪽짜리 법이 될 것이다.

이에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는 택배사의 일방적인 분류작업 합의 파기를 규탄하고, 택배사의 횡포에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6일 참여연대에서 가졌다.

[기자회견문]

택배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재벌택배사와 정부를 규탄한다

택배노동자들이 또다시 쓰러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22일 배송 중 쓰러진 한진택배노동자는 4번의 뇌수술을 받고도 아직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핸드폰에는 새벽 6시까지 배송했던 문자메시지가 남아있습니다.

다음 날인 12월 23일 과로사하신 롯데택배노동자는 택배 시작 6개월만에 몸무게가 20kg이 줄어들었습니다. 190cm가 넘는 키를 가진 34세의 건장한 청년택배노동자가 아침에 출근하지 못하고 샤워하는 도중 그 자리에 쓰러져 돌아가셨습니다.

택배현장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책위에서 표본을 선정해 파악한 결과 CJ대한통운 일산동구, 여수, 강북, 강서, 노원, 동대문, 양천, 세종 등 많은 터미널에서 이미 예전부터 2회전 배송을 위해 분류인력을 투입하였고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CJ대한통운은 작년 추석부터 지금까지 분류작업 인력이 투입된 터미널과 비용부담주체 등 구체적인 내용은 없이 인원수만 발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미 예전부터 2회전 배송을 위해 기사들이 비용을 부담하여 투입하였던 분류작업 인력들을 지난 해 추석부터 재탕 삼탕하며 발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진택배와 롯데택배는 1,000명의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으나 사실상 지금까지 전혀 투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 서초와 창녕에선 부당해고가 자행되고 있으며, 한진택배는 쓰러진 택배노동자 가족이 근무기록을 요청하였지만 개인정보를 운운하며 거부하고 있습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해결이 절체절명의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대책에서 분류작업 인력투입 장시간 노동을 단축할 핵심 대책입니다. 이에 따라 택배사들도 분류작업 인력투입을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재벌택배사들은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진행된 분류작업과 관련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였습니다. 분류작업이란 용어도 인정하지 않고 분류작업 또한 택배사의 업무가 아니라는 철 지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국민들에게 했던 분류작업 책임 약속을 부정하는 것이자 과로사 문제 해결은 안중에 없이 택배노동자에게 분류작업 업무를 전가하는 것입니다.

정부의 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택배사가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였는데도 이를 제재하지 않고 그들의 몽니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며 과로사 대책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주5일제도 2개로 나누어 1명의 택배노동자가 2명의 구역물량을 소화하는 식의 택배노동자 입장에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생활물류법의 부족한 지점을 보완하고자 했던 사회적 합의기구의 원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생활물류법 또한 반쪽자리 법이 될 것입니다.

택배노동자들의 죽음과 재벌택배사의 일방적 합의파기를 그대로 두고만 볼 순 없습니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이미 작년 12월 택배물량이 그 전년도에 비해 50%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여파가 과로사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설 명절까지 다가오면 더 큰 폭을 증가할 것이 자명한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마련은 재벌택배사의 합의파기와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또 다시 과로사가 발생할 것입니다.

대책위와 택배연대노조는 재벌택배사와 정부를 엄중히 규탄하며, 택배노동자의 현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입니다.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을 더 이상 바라만 볼 수 없으며 택배노동자가 살기 위한 투쟁에 돌입할 것입니다.

2020년 1월 5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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