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불심 달랠 방법은?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8.08.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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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에는 ‘안거’(安居)라는 수행제도가 있다. 여름철(夏安居)과 겨울철(冬安居)에 3개월 동안 한 곳에 머물면서 좌선과 수행에 전념하는 것이다. 하안거는 음력 4월 보름 다음날부터 7월 보름까지 이어진다. 스님들은 하안거를 끝냈다. 그러나 스님들에겐 쉴 틈이 없다. 오는 27일 서울광장에서의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 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불교의 가르침은 ‘자비 정신’과 ‘중생 구제’를 핵심으로 한다. 스님들이 지난달 4일 서울 광장에서 연 시국법회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이날 수 백명의 스님들은 참회의 뜻으로 108배를 올렸다. 스님들은 첫 번째 절을 올리면서 ‘중생을 다 건지리라’고 서원을 하고서도 오로지 ‘나’만 생각하면서 살아온 허물을 참회했다.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스님들이 요즘 크게 화를 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잇따른 ‘종교 편향’ 사건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최근 크게 곤욕을 치렀다. 경찰의 강제 검문검색과 강요된 교회 투표 등은 불교계 수장에 대한 모멸감을 심어주었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사건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국토해양부가 제작한 지도(알고가)의 사찰 삭제,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찰복음화 대성회 참석 독려 포스터 게재, 경기여고 성보문화재 훼손 등이 그것이다.

불교계의 반발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조계종 대의기구인 중앙종회는 20일 ‘이명박 정부의 헌법파괴 및 종교차별 종식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범불교도 대회가 성대히 봉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앙종회는 정부의 종교차별 즉각 중단 및 이명박 대통령의 공식 사과, 종교 차별 제도적 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안 제시, 촛불시위 관련자 수배 해제 및 구속자 전원 석방 등을 촉구했다. 불교계의 분노가 단순히 종교편향 때문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범불교도 대회를 앞두고 스님들은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단식 연좌 항의를 벌였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서울 강남의 최대 사찰인 봉은사는 지난 10일 ‘독선과 오만, 거짓 이명박 정권 규탄 시국법회’를 열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현 정부 출범 때 여호와의 병사 ‘가디언’을 상징하는 나팔과 횃불 등이 그려진 문양을 사용했다”며 “출범 때부터 한국을 기독교 공화국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질타했다.

불교계의 이명박 정부 종교 편향에 대한 시정요구는 확고하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은 지난 18일 25개 교구 본사 주지회의에서 “이념과 계층, 종교 등 사회 모든 부문의 차별은 없어져야 하며, 이번 불교도 대회는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라며 “잘못된 것을 방치하는 것도 계를 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관스님은 ‘50만명 동원령’을 내리기도 했다. ‘뿔난’ 불심(佛心)을 달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팔을 걷고 나섰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과 한승수 국무총리가 직접 조계사를 방문하여 종교편향에 사과했으나 불교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이번에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전국의 사찰을 찾아다니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전국의 경찰도 사찰을 방문, 경찰청장의 ‘종교편향’ 행위는 본의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다닌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최근 스님들에게 사과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조계종은 이들의 사찰방문이 불순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 치부한다. 대통령의 친형이 특사인양 행세하면서 스님들을 회유하는 행위는 범불교도 대회를 무산시키려는 공작이라는 것이다. 범불교도 대회 봉행위원장 원학 스님은 “대통령 측근과 경찰조직을 동원해 조계종 본말사 스님들을 회유하는 공작행위를 하고 있다”며 불교도 이간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스님들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은 단순한 분노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사진=문경인터넷신문
참선도량으로 유명한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지난 3월 7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대규모 법회가 봉행됐다. 전국에서 모인 스님 300여명과 불자 2천여명이 참석했다.

국내에서는 오랫동안 종교간 상호 존중과 평화가 유지돼 왔다. 석탄일에는 목사와 신부가, 성탄절에는 스님이 각각 사찰과 교회를 찾아가 축하한다. 정부도 특정 종교에 편향돼서는 안 된다. 한 나라의 통치자가 특정 종교에 편향된 정책을 쓰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해서 물의를 빚었다. ‘장로 대통령’이 기독교에 편향됐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은 물론, 타종교와의 소통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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