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원봉사활동 헛돈다

무임노동 등 '비교육'부작용 심재훈l승인2008.09.0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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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수행 공공성.자발성 퇴색 유명무실
공공지원자원봉사센터 운영절실


중고등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사회봉사가 교육청과 일선학교의 방치, 사회적 관리체계의 미비로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인력동원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학생 사회봉사의 전면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서울 구로구의 한 지하철역 개찰구 앞에서는 10여명의 중학생이 ‘서울메트로’가 씌어진 조끼를 입고 무임승차 방지 안내를 했다. 해당 역 관계자는 “역의 특성상 무임승차가 많다”며 “중학생들이 무임승차의 문제점을 계도하면 방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신문> 확인 결과 서울메트로 본사에서 각 역으로 공문을 하달하는 등 중고등학생 사회봉사 유치를 독려했다. 일부 역에서는 역장이 인근 중학교를 방문해 사회봉사 활동을 적극 유치하기도 했다.

역장이 적극 유치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본사 관계자는 “사회봉사 장소를 제공해 지역사회와 유대를 강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지하철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차원에서 적극 유치한 학생들은 그러나 대부분 지하철역에서 나눠줄 마땅한 업무가 없어 휴지줍기나 무임승차 방지 등을 맡고 있다. ‘사회봉사’라는 목적과 개념에 적합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오영수 볼런티어21 국장은 “지하철이 공익을 위한 공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기존 업무 가운데 단순하고 쉬운 일을 자원봉사로 대치하는 경우는 없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는 자신도 즐기는 활동이 돼야 하는데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 무임승차 감시 등은 적합한 활동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중등학생의 사회봉사는 서울시 예산으로 노인들이 무임승차를 감시하는 지하철 도우미 사업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지하철노조의 한 관계자는 “청소, 무임승차 방지 등은 공단의 인력이나 용역을 주고 하는 업무인데 봉사를 하려는 학생들에게 그런 일을 맡길 필요까지 있냐”며 “본사가 학생을 유치하는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공봉사 개념 부실

관련 전문가와 교사들은 지하철 사회봉사 논란은 공공기관이 사회봉사에 대한 개념과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성과에 급급하다보니 나타난 해프닝이라며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중등교육의 사회의무봉사가 아무런 지원체계 없이 운영돼 유명무실할 뿐 아니라 오히려 무임노동강제, 행사동원 등 각종 부작용까지 도출하는 현실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교과과정에서는 중학생의 경우 1년 18시간을 의무적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 학교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학교 단체봉사로 10시간을 채우고 나머지 8시간을 개별 자원봉사를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시간 때우기'에 급급해 운영된다.

서울 Y중학교 봉사활동 담당교사는 “일부 학교는 봉사활동의 날을 정해 인근 공원을 찾아 시간을 보낸 후 마지막에 잠깐 휴지 줍기를 하는 사례도 많아 유명무실하다”고 말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8시간을 채워야 하는 개별 사회봉사다. 방학 동안 중고학생들은 학교에서 채우지 못하는 8시간의 자원봉사기관을 찾고 있지만 이를 중계할 시스템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

서울 D중학교 사회봉사 담당교사는 “경찰서, 지역자치센터, 우체국 등 공공기관이 있지만 갈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된다”며 “때문에 사설기관에서도 사회봉사를 하는데, 전교생들이 가지고 온 사회봉사 확인서에 적힌 기관들이 사회봉사에 적합한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개별 학교에서는 특활부에 사회봉사 담당교사를 두고 있는 식이지만 이마저도 요식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현실이 이렇지만 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사회봉사가 개별학교 자율성이 보장된 가운데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온라인의 자원봉사기관 안내업무 이외엔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교육청이 운영 중인 ‘학생봉사활동’ 사이트(bongsa.kkulmat.com)는 사설기관의 행사진행보조도 사회봉사로 안내되는 등 명확한 기준과 관리 없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담당 장학사는 “사회봉사의 기본원칙은 공익을 위해서 보호시설, 복지시설을 가도록 권장한다는 것이다”며 “하지만 개별학교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차원에서 굵직한 부분만 알려주고 어떤 봉사는 안된다 아니면 이런 봉사를 해라 등의 식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청의 태도에 일선 교사들은 “사회봉사의 안내, 연계 등을 관리하는 사회적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에서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떠넘기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힌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상임활동가도 “일부 교육청에서는 일방적으로 아이들을 동원해 문제가 된 사례도 있었음에도 여전히 봉사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교육이 없다”며 “교육적으로 명분이 있고 설득력 있는 과정이 되려면 사전교육이 충분히 이뤄지고, 청소년이 선택·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무임노동을 강제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무임 노동 강제?

일선학교와 교육청의 관리 문제, 사회적으로 자원봉사를 안내·연계·교육할 수 있는 공공지원시스템 부재의 상황에서 학교 교과과정 뿐 아니라 취업, 공공기관평가 등에서 자원봉사를 점수화, 의무화하는 경향도 문제로 지적된다.

오영수 볼런티어21 국장은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사회공헌이 하나의 척도가 되면서 자원봉사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에 집착하다보니 무리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지역 별로 공공지원을 받는 자원봉사센터가 운영돼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한편 최근 ‘건국절’ 기념식 참석을 중고등학생 사회봉사로 인정하면서 정부가 자원봉사를 과거처럼 국가동원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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