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 침해·권한 비대화 지적

정부가 입법추진 중인 비밀보호 및 관리 법률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국가정보원 비대화 뿐 아니라 과도한 언론통제까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비밀보호 및 관리 법률에 대해 현행 공공기관 보안업무규정의 절차적 문제점을 해소하고 비밀 관리업무 투명성을 높여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이며 이를 위해 비밀의 지정·보호·해제 및 침해행위 처벌 등 비밀 관리에 관한 모든 과정을 규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안에는 군사기밀 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 대한 비밀을 탐지·수집 또는 누설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게 했고, 비밀의 누설뿐 아니라 비밀의 탐지·수집만으로도 7년 이하의 징역을 내릴 수 있는 처벌 조항을 삽입했다. 때문에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활동 폭을 제한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막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 법안에 따르면 비밀전문관리기관을 두지 않아 국가기밀관리 권한을 여전히 국정원이 독점할 뿐 아니라 사실상 보안감사권과 조사권을 부여해 국정원 비대화 논란도 낳고 있다. 시민사회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알권리 침해 등의 문제로 자동폐기된 정부의 비밀보호법안이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추진되는 데 우려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정부안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불필요한 국정원의 권한강화를 가져올 뿐”이라며 “국회에서는 비밀관리법 제정과정에서 최소한의 비밀지정과 최대한 비밀해제를 원칙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밀보호법 제정이 17대 국회에서 협상과정의 정보공개 여부로 논란이 되었던 한미FTA 등 통상협상의 향후 비준과 추진에서 일방통행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는 “정부여당이 이해당사자들의 정보공유와 협의를 보장하는 통상절차법 제정을 방기하고 ‘비밀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한미FTA와 쇠고기협상의 이면합의를 국민들에게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비밀보호와 알권리 충족이 균형을 찾기 위해선 국민생활과 밀접하거나 국가 구성원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는 대립하는 사항의 경우 비밀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국정원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막기 위해 별도 기관이 비밀 지정의 적절성과 그 보호기간을 판단하는 등의 방향으로 입법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한 비밀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17대 국회에서 이광철 전 의원의 대표발의로 제출된 바 있지만 입법화되지 못했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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