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예고 방송장악극

[편집인 레터] 김주언l승인2008.09.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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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몰아내기’와 ‘새 사장 들여오기’는 이명박 정부의 KBS장악 각본대로 진행됐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감독을 맡고 유재천 이사장이 주연을 맡은 방송장악 시도는 일단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신임 이병순 사장을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출근저지 투쟁에 나서고 민주당 등 야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병윤 기자
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은 지난달 26일 저녁 KBS 정문 앞에서 KBS 사장에 이병순 KBS비지니스 사장을 임명한 것을 규탄하며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명박 정부는 방송장악극의 1막을 끝내고 이제 2막을 펼치려 한다. 그것도 치밀한 사전 각본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과 주연은 정부에서 여당으로 바뀐다.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고흥길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장은 KBS 2TV와 MBC의 민영화를 공공연하게 주장하거나,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해 방송장악극 2막의 개막을 예고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국가기간방송법의 제정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방송진출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감사원의 표적감사로 시작된 정연주 끌어내기는 국민의 눈이 베이징 올림픽에 쏠렸던 기간에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감사원이 감사결과 발표와 정 사장 해임권고, KBS 이사회의 해임제청, 검찰의 정 사장 '배임 혐의' 기소, 대통령의 정 사장 해임, KBS의 새 사장 임명제청, 대통령의 이병순 사장 임명의 순서로 진행된 방송장악극 1막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KBS 사원과 시민단체, 촛불시민의 저항과 야권성향 이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경찰력 동원과 숨바꼭질 이사회라는 무리수를 두어가며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KBS 장악극의 백미는 청와대 주도의 ‘밀실 대책회의’였다. 밀실회의에는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대변인, 방송통신위원장, KBS 이사장, KBS 사장 후보들이 모여 ‘사전 면접’을 보는 자리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밀실회의가 폭로되자 청와대는 “듣기만 했다”고 변명했다.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더구나 KBS 이사회는 경찰력 투입을 요청하고 숨바꼭질하며 사전 각본대로 새 사장을 임명 제청했다. 선정기준이나 평가 및 검증 방법도 공개하지 않은 채 단지 몇 시간 만에 사장후보를 선정했다. 여당 성향 이사들만 모여 ‘자기들만의 리그’를 끝낸 셈이다.

KBS 사원들과 시민단체 등의 투쟁은 KBS 사장 후보 1순위로 물망에 올랐던 MB 측근들의 KBS 입성을 막아내고 또 다른 낙하산을 맞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MB의 방송특보였던 김인규 전 이사가 포기한 이후 밀실회의에 참가했던 김은구 사우회장이 탈락하고 이병순 후보가 새 사장으로 결정됐다. 이병순 사장은 최초의 KBS출신 수장이다. 그래선지 KBS 노조는 이 사장을 낙하산 사장으로 규정하지 않고 총파업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라고나 할까.

반면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사원행동’은 이병순 사장을 낙하산 사장으로 규정하고 출근저지 투쟁에 나섰다. 양승동 사원행동 대표는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은 “자격상실 KBS 이사회의 사장 임명 제청은 원천무효”라고 선언했다. 정치권도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밀실회의 등을 통한 청와대 부당 개입 여부와 이사회의 문제점을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또 밀실회의에 참석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정정길 청와대실장, 이동관 대변인 등을 검찰에 고발하고 최 위원장 해임을 추진키로 했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여론을 무시한 채 방송장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나 프로그램을 없애 친 정권 매체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는 조중동의 훈수가 그대로 배어 있는 이병순 사장의 임사에서도 드러났다.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취임 일성을 통해 "사전 기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한 '게이트 키핑'이 이뤄지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해 프로그램에 대한 직접 간여 의지를 피력했다. KBS 사원들은 이사장이 적자 해소와 시청률 저조 등을 이유로 정권에 비판적인 ‘미디어 포커스’ ‘시사투나잇’ ‘시사기획 쌈’ 등을 폐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극 1막은 이제 막을 내리고 2막의 예고편이 선을 보였다. 2막은 방송의 민영화라는 방송구조의 전면적인 개편과 맞닿아 있다. 수많은 이익집단의 반발 때문에 여당의 의도는 쉽게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불도저식으로 밀어 붙이는 이명박 정부는 막무가내식 방송장악 의도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김주언 편집인

김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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