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하지 않음'에 저항

[이주원의 티핑포인트] 이주원l승인2008.09.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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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다시 살아났다. 무덤에 묻힌 채 다시는 이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국보법’의 유령이 오세철 교수를 비롯한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이하 사노련) 활동가들을 옭아매려 했다. 역사는 어긋남 없이 항상 진보의 실패 뒤에는 반동의 시기를 도래하게 한다.

촛불의 그 도도한 흐름이 위정자들의 반동적 권력의지를 제압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 커진 뒤 곧 바로 불어 닥친 반동의 반격은 상상을 넘어섰다.

백골단이 부활했고 수돗물 민영화가 공공연히 거론되며, 대운하 부활의 서곡을 울리더니, 국방부가 금서목록을 발표하고 곧이어 한국판 마타하리와 국보법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에 익숙하게 보고 듣던 공포의 유령들 말이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세상이 20년전의 과거로 급속하게 회귀하다니.

사노련은 왜 이적단체가 됐는가? 경찰은 사노련에 대해 ‘국가 변란을 선전, 선동하고 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문건을 제작, 배포한 혐의’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30대 후반 이상을 연령층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표현이다. 지난 80~90년대 조직사건마다 의례적으로 따라붙던 문구들이라 익숙하다 못한 친숙하기까지 하다.

정말 오세철 교수들과 그의 동지들은 우리사회에서 위험한 사상과 조직을 가지고 있는 걸까? 모 언론에 의하면 이적단체 사노련이 한 일이라고는 ‘신문 몇 장 낸 것’뿐이라고 한다. 그 신문 몇 장에 담긴 내용이라고 해봐야 현대자동차 사업장에 국한된 이슈에 대한 사노련의 입장 정도라고 한다. 출범 6개월밖에 안된 조직을 대상으로 경찰이 이토록 호들갑을 떠는 걸 보면서 사상과 결사의 자유가 우리사회에서 정착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자유롭게 결사할 수 있다고 믿던 청년세대들에게 죽은 망령들의 준동은 어떻게 비춰질까? 국민의 손으로 뽑힌 정당한 정권이기 때문에 지난 촛불정국 때 국민들은 현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역사를 회귀하려 하다니.

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권은 정당성을 가진 정권임에 틀림없다. 정당성을 가졌기 때문에 현 정권의 국정수행은 평범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나치의 히틀러도 독일 국민들의 표에 의해 뽑힌 정당한 정권이었고, 무솔리니도 마찬가지 였음을.

악은 분명 평범하게 준동을 시작한다. 악은 어떤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본 한나 아렌트의 주장을 우리는 되새겨 봐야 한다. “유대인 말살이라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것은 결코 그의 악마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없이 직무를 수행하는 ‘사유하지 않음’ 때문이었다.” 분명 대통령 하나 바뀌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 아래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은 아무런 생각없이 직무를 수행한다. 아니 오히려 오버까지 한다. 여기서 바로 유령이 준동하고 악이 싹튼다.

국민들이 이들의 ‘사유하지 않음’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역사가 증언해주듯이 암울할 것이다


이주원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지역사업국장

이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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