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뒷담화

작은 인권이야기[54] 배여진l승인2008.09.0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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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 올림픽. 난 아직 어린 꼬마였을 때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때도 지금의 베이징처럼 올림픽 하나 때문에 도시가 ‘스톱’되는 상황이었을까? 영화 ‘상계동 올림픽’을 보면 그 때에도 힘없고 돈이 없던 가난한 사람들은 수없이 쫓겨났던 것 같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서울은 1985년 8월부터 1988년 2월까지 도시 미관을 위해 상계동 173번지의 80여 세대를 거리로 내몰았던 것을 포함, 전체적으로 무려 72만 명의 주민들을 강제로 퇴거시킨 ‘역사’가 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도시를 더욱 아름답고 깨끗하게 꾸미기 위해, 각국의 카메라에 낡아빠진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비춰지는 것이 부끄러워, 허물어져 가는 집이 비춰지는 것이 창피하여, 가난했지만 삶을 일궈가는 사람들을 이 세상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밀어버리고 숨겨버렸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베이징의 모습은 20년 전 서울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중국 정부는 치안을 이유로 노숙인을 베이징 시 밖으로 강제추방 하고, 판자촌에 거주하고 있는 150만명에 달하는 거주자는 강제철거를 당했고, 베이징 거주권인 ‘호구’가 없는 가난한 지방 사람들은 건설현장에 동원됐다가 개막식을 앞두고 고향으로 쫓겨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이 쫓겨나기 전 하루 15시간 이상의 노동시간, 불공정 계약과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도 박탈당한 채 지어진 ‘새둥지’(냐오차오)로 불리는 베이징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은, 원래 그 터의 주인들이 일궈놓은 삶의 둥지를 죄다 빼앗아 버렸다.

올림픽, ‘지상 최대의 축제’라고 하는 이 올림픽은 그저 즐거운 ‘축제’라고만 보기 힘들 것 같다. ‘강제 퇴거·주거 인권 감시단체’(Centre on Housing Rights and Evictions)가 2007년 7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림픽을 유치했던 모든 도시들을 조사한 결과 올림픽이 대규모 강제 퇴거와 빈곤을 확산시킨 계기가 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1988년 이후 약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올림픽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것으로 드러났다. 남의 집을 빼앗고, 메달 경쟁을 구경하고 즐기는 일이란, 여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올림픽뿐일까. 하루 120원이라는 노동의 대가를 받고 월드컵에서 사용될 공을 만들던 제3세계의 아동들을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구호 속에 파묻어 버렸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노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점상들이 한달 넘게 장사를 못하는 상황도 있었고, 2005년 아펙(APEC)이 열린 부산지역에서는 노점상들이 장사를 할 수 없었음은 물론, 테러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아펙(APEC)이 열리는 시기 동안 모든 건설 현장의 공사를 중단시켜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못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그 나라의 커다란 ‘자랑거리’가 되는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나 회의 등은 도시빈민과 제3세계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삶을 휘청하게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또 올림픽에서 보이는 과도한 1등주의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올림픽을 이렇게 즐겨도 되는 건지, 왠지 모를 씁쓸함이 가슴속에 먹먹하게 자리 잡는다. 또 올림픽을 또 개최하자는 목소리에 나는 ‘글쎄~’, 고개를 갸우뚱 한다.

*강제 퇴거·주거 인권 감시단체가 내놓은 보고서는 사이트를 참고하길 바란다
http://www.sarangbang.or.kr/bbs/view.php?board=hrweekly&id=540


배여진 천주교인권위 상임활동가

배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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