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풀리기’ 등 개선 없으면 KT속도저하 반복

시민단체, KT인터넷 속도저하 사건·원인과 개선방안 발표 기자회견 양병철 기자l승인2021.05.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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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징벌적손해배상제도 등 조속히 도입해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 막아야

민생경제연구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KT새노조, 희망연대노조 KT서비스지부는 최근 IT전문유튜브 ‘잇섭’이 폭로한 KT의 10기가 인터넷 속도저하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원인을 밝히고,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위한 불합리한 약관개선, 통신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지 및 안내 시스템 강화, 하청노동자에 대한 갑질 중단 등 제도개선 방안과 요구사항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10일 오전 참여연대에서 열렸다.

▲ KT인터넷 속도저하 사건의 구조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KT노조와 참여연대가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참여연대)

이번 기자회견에는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과 서광순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이 참석해 실제로 현장에서 인터넷 설치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KT서비스 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대신 발표하고, KT가 이러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하청업체와 노동자들에게 가하고 있는 갑질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동 통신3사의 독과점에 대항해 통신소비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활동을 이어온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과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 또한 지난 KT 아현국사 화재 사건과 5G 불통사건으로 드러난 이통3사의 불공정한 약관과 실효성 없는 손해배상 규정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와 국회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도와 같은 법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KT인터넷 속도저하’ 이면엔 ‘강제준공’과 ‘실적부풀리기’ 관행 있어

설치기사들, 속도저하 문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지적

KT사과·실태조사에 그치지 말고 미흡한 약관 개선·손해배상 나서야

첫 발언을 맡은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은 “유튜브 잇섭 님이 제기한 KT인터넷 속도 논란이 이슈가 되면서 국민들이 인터넷 품질을 불신하기 시작했다”면서 “KT 내부에서는 이번에 문제된 10기가 인터넷 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가인터넷 서비스 전반에 걸쳐 더 문제가 많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과기부가 1기가 인터넷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KT는 일부 현장의 문제라는 식으로 대응하며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사건은 민영화 이후 KT경영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계기”라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KT는 민영화 이후 끊임없이 비용절감과 수익극대화 전략을 취하면서 인건비와 시설투자비를 줄여왔고, KT직원이 하던 인터넷 개통과 AS업무를 ‘KT서비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외주화했다”면서 “최근 이통3사가 저마다 탈통신을 강조하면서 KT 또한 투자비와 연구비, 시설투자비를 계속 줄여온 구조적인 문제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이어 “KT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무조건 증대시키기 위해 전혀 속도가 나오지 않는 곳에서도 마구잡이로 기가인터넷을 팔고 이를 편법을 동원해 개통처리 한다”면서 “실적을 위해 무리하게 기가인터넷 개통을 부풀리면서도 내부 통제장치나 거버넌스의 부재로 이를 견제하거나 개선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신뢰성 있는 인터넷 속도 실태조사를 위한 KT새노조, KT서비스노조 등 내부자와 소비자 시민단체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조사단 구성 △이사회가 나서서 인터넷 속도저하 원인과 개선방안 분석 보고서 작성 △이번 사태와 관련된 경영진의 책임추궁 등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장에서 기가인터넷 설치작업을 하는 KT서비스 노동자들을 대신해 발언에 나선 서광순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은 “오늘 KT서비스 노동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인터넷 설치 과정에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이야기하려 했으나, 지난 언론 인터뷰 이후 공익제보자를 색출하려는 회사 측의 탄압시도를 염려해 나오지 못했다”며 “앞에서는 임직원들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면서도 뒤에서는 하청업체에 도급비 삭감 통보를 하고 제보한 직원들을 색출하려는 KT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입을 열었다.

서 위원장은 “인터넷 개통업무를 하고 있는 KT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 한국통신의 개통과 AS직군 노동자들이 대부분 구조 조정되고 이후 협력업체 비정규직으로 전환해 설립된 KT의 자회사”라면서 “KT서비스는 서비스 품질 향상이 목적이 아니라, 원하청 구조 안에서 노동자들의 장시간·고강도 노동 고착화, 임금 등 노동조건의 차별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KT서비스 노동자들의 임금 체계가 적은 기본급과 과다한 개인 실적급으로 구성되면서 고객에게 정확하고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개통 설치시 고객이 약정한 상품보다 낮은 품질의 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다음 업무를 위해 가개통 후 추후 처리하는 등 ‘빨리 빨리’ 업무 구조를 만들어냈다”며 “원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가 나올 때까지 설치작업을 보강해야 하지만 실적과 성과급 압박, 열악한 노동환경과 밀어내기 개통처리로 인해 이러한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이러한 환경 때문에 KT서비스의 연간 이직률은 적게는 9.4%에서 많게는 20.5%에 이른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기존에는 개통 업무시 고객이 가입한 상품의 속도를 기준으로 80% 이상이 될 경우 개통처리를 하였지만, 2021년 2월부터는 최저속도 보상제와 동일하게 개통 속도 기준을 상품 속도의 60% 수준으로 하락시켰으며, 일부 지점에는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인 4월 30일에야 이러한 사실을 공유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문제는 이러한 약관에 대한 설명이 고객들에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객들이 서비스 품질에 불만을 가지게 되면 그 책임이 현장에서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명 핵심성과지표(KPI) 항목에 신규개통율이 포함되어 현장의 작업여건과 무관하게 신규개통을 강요하고 있으며, 팀별 실적급 평가 및 다양한 지표 관리로 설치 기사들에게 영업압박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 위원장은 “KT와 KT서비스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현장의 노동자들이 영업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며 ‘허수영업’을 강요 받고 있으며, 고객과의 불화를 직접 감내하면서 고통받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로 인해 지난 2017년 충주에서는 한 KT서비스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국민 기업을 자부하는 KT경영진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면서 “이석채 전 KT 회장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KT에 부정 채용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채용 비리를 자행했다가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최근에는 검찰이 황창규 전 KT 회장 재임 중이던 2014년부터 약 3년 동안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해 회사 돈으로 약 1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다수의 여야 국회의원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현 사장인 구현모 대표는 쪼개기 후원이 이뤄지던 시기 황창규 전 회장의 비서실장과 경영기획부문장을 지내 이에 대한 책임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비싸고 안 터지는 5G 서비스 강행과 130만원에 달하는 5G 불통피해자 입막음 보상, 이번의 인터넷 속도저하 사건까지 최고경영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KT의 문제점이 드러날 때마다 정작 그 책임을 지는 건 경영진이 아닌 대다수 국민들과 현장의 노동자들”이라면서 “KT가 진정한 국민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대폭 개선하고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실태조사단 등을 구성해 이번 사건의 구조적인 원인과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범석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변호사)은 “유튜브 잇섭이 밝혔듯이 현재의 약관에 따르면 인터넷 속도저하 현상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가입자인 국민들에게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또 “KT 최저속도보상제도에 따르면 ‘30분 동안 5회 이상 전송속도를 측정하여 측정횟수의 60% 이상이 최저보장 속도에 미달할 경우’를 보상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이것은 결국 요금은 월 8만8천원을 받으면서 6만원대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는 일반 가입자들이 실제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일일이 인터넷 속도를 측정해 그때마다 보상을 받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설사 그렇게 입증을 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발견된 그 해당일의 요금만 감면하기 때문에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3천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당연히 낸 요금만큼의 서비스를 받아야 할 소비자가 일일이 인터넷 속도를 측정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약관은 명백히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이며, 참여연대는 이러한 이통3사의 불공정 약관 문제를 지난 2018년 KT아현국사 화재사건 당시 제기한 바 있으나 이통3사나 정부, 국회 어느 누구도 여기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이통3사가 본인들이 받아갈 요금은 매월 꼬박꼬박 고지하면서 본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에 대해서는 아무런 안내와 고지 절차를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라면서 “정부 또한 인터넷 및 이동통신서비스 품질조사를 진행할 때 속도가 낮게 나오는 수치를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빼버리는 관행을 개선해 소비자들의 체감과 동떨어지는 ‘보여주기식’ 조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이번 기회에 KT를 포함해 이통3사가 제공하는 모든 인터넷, 이동통신서비스의 품질을 전수조사하고, 이통3사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공적인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불공정한 약관개선, 서비스 품질에 대한 고지안내 시스템 구축 등의 조치를 진행하는 한편, 국회 또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등을 조속히 도입해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양병철 기자  bcyang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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