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불소통'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 축소…출입기자만 정보제공 심재훈l승인2008.09.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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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취지 왜곡 비보도 남발 사실상 정보통제” 지적

청와대의 소통의지 부족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공식브리핑을 대신 비보도를 전제로 하는 백그라운드브리핑이 늘면서 불협화음이 커지는가 하면 청와대 홈페이지 대변인브리핑도 유명무실해 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직접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 8월 중 홈페이지를 통해 이동관 대변인이 대통령의 발언을 정리하거나 전달한 공식브리핑은 5번에 불과했다. 7월 18회, 6월 10회, 5월 12회, 4월 21회 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달 6일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과, 8일 1박 2일 방중 등으로 공식 브리핑이 열릴 수 없었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큰 폭 감소는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는 대신 사안이 있을 때 춘추관으로 관련 수석비서관이 와서 간략하게 내용을 전달하거나 이를 서면 브리핑하는 것으로 대치했다. 청와대는 지난 7월 대변인으로 일원화되어 있는 소통채널을 다변화시키겠다며 현안에 따라 수석들이 백그라운드 브리핑(취재원 비보도를 전제로 배경 등을 설명)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외교, 경제 등 수석비서관들이 몇 차례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가지긴 했지만 정례브리핑을 대치할 수 있는 횟수는 아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업무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지난 6월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 한 장면. 사진=청와대홈페이지

이러한 경향에 대해 청와대 한 출입기자는 “많은 기자들이 현재의 브리핑체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8월에 이동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브리핑한 것은 채 10번이 안 된다. 일주일에 한 두번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출입기자는 “원래 정례 브리핑 체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8월 들어 브리핑 횟수가 줄었다고 말하긴 힘들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일단 취재원 비보도를 전제로 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늘었다는 것은 대부분 출입기자들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인수위 시절부터 공식브리핑이 대신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열리는 빈도가 잦으면서 많은 청와대 관련 기사에서 언론들이 이동관 대변인을 청와대 핵심관계자로 써왔다는 것은 언론계 내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의 경우 공식브리핑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나온 발언과 질의에 대해 보도제한을 가하기 쉽다. 때문에 학계는 비보도를 남발해 보도를 통제하는 자세라고 평가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 등 비보도 전제는 더 충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언론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원래 백그라운드 브리핑이나 오프 더 레코드(기록에 남기지 않는 비공식 발언) 등의 비보도 전제는 신원이 드러나거나 공식적인 발언이 되면 취재원이 결과에 책임을 지지 못할 경우 언론의 취재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라며 “비보도 전제는 보도를 못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가 중요한 정보나 불리한 정보를 보도하지 못하게 하는데 비보도 전제를 남발해 본래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며 “사실상 기자들에게 자기검열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외부로 알려진 청와대의 사후 보도통제 시도로 지난 2일 이명박 대통령이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건축경기가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재개발,재건축의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늘리기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한 후 이 발언이 부동산 투기 조장 발언으로 비춰지자 춘추관 관계자가 기자실을 찾아 ‘재건축,재개발’이라는 말에 수정을 요구한 한 사례가 있다.

또 지난달 12일에는 해외 이북5도민을 초청한 행사에서 이 대통령이 "쇠고기 시위에 나섰던 사람들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산 쇠고기 먹던 사람들"이라며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아마 먹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논란이 예상되자 청와대 현장에 있던 풀(대표취재)기자에게 문제 발언을 빼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취재한 자료에서 문제 부분을 임의로 삭제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언론사 대상 정보공개가 우선”‘국민접근성’ 외면 논란 고조

“청와대 홍보방식 불신 심화”

청와대의 국민소통 의지 부재가 브리핑과 홈페이지 등에서도 확인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춘추관 관계자는 공식 브리핑이 줄어든 부분에 대해 “대변인 공식 브리핑은 공식 논평을 설명을 요하는 것만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적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만나는 기자들이 이런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현재 청와대 보도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접 대면하는 기자들과의 관계가 수월하다고 해서 국민들과의 소통까지 잘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브리핑 코너는 홍보성 내용 이외에는 유명무실하다.

청와대 출입 기자단과의 공식브리핑을 줄이는 대신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늘리는 것과 더불어 더 근본적인 문제는 청와대가 사실상 국정최고 결정기관으로써 책임성 있고 공신력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기자단을 제외한 시민, 작은 언론, 시민단체들에게 박탈한 것이다.

새 정부 들어 일일 정례브리핑이 없어졌을 뿐 아니라 참여정부에서 실시하던 공식브리핑 생중계도 폐지했다. 현재 청와대 사이트엔 대통령동정 하위범주에 대변인 브리핑이 있고 이 마저도 이동관 대변인 발언 내용을 정리, 요약하는 수준에서 공개되고 있다. 여기엔 이동관 대변인과 기자들의 질의 내용은 없다.

청와대는 다른 국가기관과 다르게 서면브리핑 등 보도자료를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기자단을 통해 나오는 정보 외에는 사실상 일반국민은 직접 청와대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참여정부와 차별성을 강조하는 정부로써는 전 정부의 브리핑 확대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껄끄러운 부분일 수 있지만 정보가 특정언론에만 백그라운드 브리핑 형식으로 전달돼 정보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민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여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천호선 청와대 전 대변인이 매일 오후 진행하는 정례브리핑을 청와대 인터넷 사이트인 ‘청와대브리핑’으로 생중계했었다. 당시엔 정례 브리핑의 모든 내용이 처음부터 기자의 질의까지 모두 공개됐다. 청와대 기자단을 대상으로 백그라운드 브리핑까지는 공개되지 않아 완벽한 정보접근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지만 정보접근권을 강화해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정례브리핑 폐지와 생중계 중단에 대해 현 춘추관 관계자는 “전 정부에서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접근성에 신경을 썼다면 이번 정부는 기자단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의 업무는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 국민들에게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에게 직접 모든 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필요한 문의는 청와대 민원실에서 처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공식브리핑 생중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정부의 주요정책을 알리고 국민의 이해와 설득의 소통을 시도해야 할 청와대의 브리핑 시스템이 단순 홍보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브리핑 생중계에 대해 아직 준비가 안됐으니 이해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정보를 주는 게 아니라고 답하는 것은 상식적인 홍보 태도가 아니다”며 “또한 언론에게 정보 제공하는 목적은 일부 언론사와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하기 위해서가 이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처럼 매체가 한정돼 있을 때는 언론에게 우선 알리는 것이 목적이 됐지만 인터넷 등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다른 길이 있으면 알려주는 것이 소통의 기본”이라며 “청와대가 정보를 막기만 한다면 소통 않은 못믿을 정부라는 인상만 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 정부가 민주정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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