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온난화? 이유가 있다

원전 온배수 녹록치 않은 ‘주범’ 이버들l승인2008.09.08 10:4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어업 등 사회적 비용 감안해야”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경북 울진으로 곧잘 출장을 다니곤 했다. 울진에 가서 발전소 문제를 감시하는 주민대책위원회 어르신들을 만나 뵙기도 하고, 집회가 벌어질 때면 집회 뒤쪽 할아버지들 틈새에 끼어 앉아 막걸리를 얻어 마시곤 했다.

이버들
영광 앞바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시작했던 일이라 의욕도 충만해, 울진 시내 바닥을 샅샅이 훑고 다니곤 했다. 그때는 원자력발전이 무엇인지, 에너지문제에서 어떤 의미인지, 관심조차 없었고, 지역 주민들의 삶과 애환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었다. 나 역시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일수록 더욱더 스스로의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예상처럼 스스로의 권리는 지켜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집회 과정에서 한 쪽 눈을 잃는 이도 있었고, 마을 내의 갈등으로 결국 마을을 등지는 이들도 생겨났다. 무서운 자본과 권력의 힘 앞에서는 세 살배기 어린아이 같은 우리들이었다.

울진을 뒤로 한 채, 서울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곤 했다. 할아버지들의 거친 손등과 이마 가득한 주름이 자꾸 눈가에 밟혀, 마치 내 잘못인양 죄스러운 마음조차 들곤 했다.

경북 울진이지만, 서울로 가려면 삼척과 강릉을 거쳐 대관령을 넘어야 한다. 내리 5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가야했고, 오후 3시면 막차가 끊기곤 했다.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버스에서 바라다 보이는 동해안의 햇살이 눈물겹게 느껴지곤 했다. 특히 바다를 밑천 삼아 살아온 이들을 주로 만나게 되었기에,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곤 했다.

바다를 열탕으로 만들어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의 발전 원리는 동일하다. 원료(석탄, 석유, 우라늄 등)로 물을 끊여서 그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대용량으로 전기를 생산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엄청난 열기가 생겨난다. 이 열기를 식혀주기 위해 바닷물을 끊여 올려 냉각수로 사용한 뒤 다시 바다에 버린다.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이 해안가에 세워지는 게 바로 이 같은 냉각수 확보 때문이다.

내륙에 발전소를 세우는 국가들은 수돗물을 사서 냉각수로 사용한 뒤 냉각탑에 식혀서 버리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 기반산업이라는 특혜로 인해 바닷물의 온도보다 10도 이상 높은 상태에서도 방류가 가능하다. 원자력발전소 1기당 1초에 100톤가량 뜨거운 물이 버려지고 있기 때문에, 해수면의 온도는 자꾸만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뜨겁게 버려지는 바닷물을 온배수라고 일컫는다.

온배수는 여기저기에서 말썽이다. 적조와 백화 현상으로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고, 최근에는 해파리떼의 습격과 대형 가오리 등 난대성 해양생물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만 언급하고 있지만,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온배수가 주범이다. 평균 수온보다 10도 가까이 높은 바닷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면, 상식적으로도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클 수밖에 없다.

바다 생물이 얼마나 온도에 민감한 지 가르쳐주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예로 작년 여름에는 발전소 근처 한 양식장에 있던 20억원 규모의 전복이 집단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100여만 마리 전복이 폐사한 양식장에는 제주 해역 평균 수온보다 2~3도 높은 29~30도의 바닷물이 유입되었다. 곧 상품으로 출하가 가능한 3년산 전복 양식장에 뜨거운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전복은 껍질만 남은 채 검게 썩어버린 것이다.

이 양식장 인근에는 남제주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었고, 취수구에서 불과 140m 떨어진 곳에 시간당 최대 3만9천여톤의 온배수가 쏟아져 나왔다. 한국 전력은 환경영향평가를 형식적으로 진행하였고, 2003년 당시 한전측이 취수구의 위치를 250m 정도 잘못 파악하기도 하였다. 한전측의 실수로 인해 양식장 주인은 경제적인 손실뿐 만 아니라,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던 전복을 모두 잃고 말았다.

온배수, 동해안에 집중

수심이 낮고 물살이 거센 서해안보다는 수심이 깊은 동해안에 원전 건설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미 동해안에는 세 개의 원전 부지가 운영 중이고 추가 건설 역시 기존의 원전부지 인근에 확산하여 건설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최소 10기 이상의 원전 건설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원전 부지 확보에 더욱 관심을 보일 예정이다. 부산 기장군에 원전 2기, 경주 월성에 4기, 울진 4기의 추가 건설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형 발전소가 우후죽순으로 건설되면 동해안의 평균 수온도 당연히 함께 상승할 것이다. 실제로 동해안에 위치한 3개 원전 인근 10km 해역 평균수온이 1996년보다 최대 4도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총 14기가 가동 중인 현 상태에서 추가로 건설될 경우 수온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한 결과다.

게다가 온배수 문제가 자꾸 불거지자 해저터널을 설치해 온배수를 가급적 해안에서 멀리 배출하겠다는 심층배수 방식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바닷물 속에서 오랫동안 열이 저장되고 배출구 인근의 중간층 해양생물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고리 추가 원전건설이 시작된 고리 지역에서도 온배수로 인해 수온이 높아지고, 잔류염소로 수질이 나빠져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부경대팀은 원전 온배수로 수온이 섭씨 1도 이상 상승하는 범위가 최소 5km 이상이고, 잔류염소 기준치를 초과하는 범위가 방류구로부터 400m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영향으로 특히 배수구 인접 해역 생태계의 종다양성과 개체수가 모두 빈약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닷물은 매우 안정적인 수온을 유지하기 때문에, 작은 수온의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가 이미 10도 가량 높은 해수 방출을 허용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승인하였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측 견해다. 졸속으로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자의 발주 용역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발주자의 입맛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결국 있으나마나 한 법으로는 온배수 배출 규제를 할 수가 없다. 정부의 나몰라식 대응으로 바다 속만 끊고 있다.

정부의 ‘나몰라’식 대응

최근 월성 원자력발전소 측과 피해 보상이 완료된 경북 경주 지역의 경우, 해안선의 70%나 어로 행위가 금지된다. 피해 보상규모는 986억원이고, 피해 보상 지역은 월성 원전을 중심으로 한 반경 8km 지역으로, 거리상으로는 경주시 전체 해안선 33km의 절반 정도에 달하지만 원전 인근의 양식어업 등이 집중된 점을 고려한다면 해안선 70%에 해당된다.

주민보상이 이루어짐에 따라, 앞으로 경주 지역에서 고깃배를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원자력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은 보상을 전제로 영구 어업권 소멸을 요구했고, 주민들과의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수원 측은 어업권 영구소멸이 되지 않을 경우 계속적인 보상 요구 등 민원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경주시에 보상 이후에는 새로운 어업권을 내주지 않도록 공식적으로 요청해 둔 상태다.

이버들
지난 2006년 핵폐기장 유치 반대 경주시민집회 모습

어업권 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경주시는 한수원의 공문에 불편한 심기다. 원전으로 지방세수가 늘어나는 등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영구적인 주민 어업권 박탈은 지자체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도 공공 재산인 해수면을 한수원에서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지 의문이다. 후대까지 삶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공유면적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민들의 불만이 높은 상태이고, 해안가를 대상으로 횟집이나 음식점을 운영한 상인들은 보상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한 모습이다.

주민들은 어업권 소멸이 아닌 피해보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여건이 어려워진 주민들부터 피해보상에 나섬에 따라 어업권 소멸이 확정되었다.

경주뿐만 아니라 기장이나 울진, 영광 지역에서도 온배수는 심각한 분쟁요소다. 한수원은 온배수의 피해는 배수구 주변에만 국한되며, 인체에 해가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온배수에 치어를 키워 방류하는 등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그러나 한수원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남 영광의 경우 온배수로 인한 어업 생산량 감소율은 70.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한수원이 온배수 피해보상액으로 쓴 돈만 해도 2천177억원(2006년)에 달해, 온배수가 주변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온배수의 배출 기준을 만들고, 배출 기준을 어길 시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침을 마련할 거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없어지고, 발전소 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이전 산업자원부)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다.

천연기념물 물떼새 소송

천성산 도룡뇽 소송에 이어 자연물 소송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천연기념물 검은머리물떼새가 그 주인공이다. 검은머리물떼새와 충남 서천군 주민 300여명은 한국서부발전(주)이 전북 군산시에 건립할 예정인 군산 복합화력발전소의 공사 계획 인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지식경제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소송인단은 발전소 건립 예정지와 인접한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 일대에는 검은머리물떼새 5천500여마리가 서식 중인데 온배수가 배출될 경우 멸종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고, 어민들 또한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현행 환경영향평가는 피해 지역이 지자체로 규정되어 있어 서천군은 제외되었으나 실상 피해는 군산과 동일하게 받는다는 것이 소송인단의 설명이다.

천연기념물 제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는 시베리아 동북부에서 날아와 한국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로, 지난 도룡뇽 소송 때와 마찬가지로 원고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점박이올빼미 소송이나 플로리다 사슴 사건 등 동물의 원고 지위를 인정한 소송이 상당수 존재해 법원 판결의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정부는 전력산업의 경제성을 이유로 냉각탑 건설 등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온배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결국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한번 훼손된 바다 생태계를 되돌리는 것은 어려울 일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온배수 배출 규제를 통해 환경·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버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차장

이버들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버들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여백
시민사회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8288 서울특별시 구로구 새말로 93, 신도림태영타운상가2동 B105  |  대표전화 : 02-3143-4161  |  팩스 : 02-6737-1115  |   ingopress@ingopress.com
등록번호 : 서울 다 10706  |  등록일자 : 2013년 8월 26일  |  회장·논설주간 : 강상헌  |  발행·편집인 : 설동본  |  편집국장 : 양병철
후원계좌 : 국민은행 7788-01-04-375819 (시민사회신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설동본
Copyright © 2007 시민사회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