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실은 정부가 조세개편안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2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감세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재정축소를 가져올 감세정책은 복지, 주거안정, 등록금문제 등 민생현안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재은 경기대 교수는 “세제개혁에 담겨야 하는 철학은 공평, 효율, 간소화인데 이번 세제개선에는 공평성이 크게 훼손돼 있어 세제에 의한 재분배효과는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조세개편 과정에서의 원칙 부재를 지적했다.

참여연대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실이 지난 2일 국회헌정기념과에서 감세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그는 “경제가 현저하게 개선되어 낮은 세율로도 많은 세수가 확보된다면 조세부담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여건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정치적 공세의 일환으로 세율을 인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개편안에 부동산세제 인하를 포함시킨데 대해 “조세는 경제주체들의 행동과 관행을 변경시킬 수도 있다”며 “투기행위를 가볍게 다루면 쉽게 투기행위에 빠져들고, 건전한 경제활동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높은 저축률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위축돼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경험이 우리의 조세정책과 재정운용에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불황이 계속될 경우 소비보다 저축을 선호하기 때문에 감세로 인해 소득재분배 기능과 사회안전망이 동시에 악화될 경우 소비위축을 불러와 불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소득재분배와 사회안전망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감세는 일본의 경험을 우리가 되풀이 할 수 있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경제위기를 통해 대두된 재정재건과 경기회복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은 모두가 고통분담을 하는 것이고 그 주요한 수단이 조세제도”라며 감세정책 대신 ‘성장을 위한 분배’를 가능케 하는 조세개혁을 강조했다.

이태수 꽃동네현사회복지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부지출이 SOC나 특정산업에 대한 투자가 많은 반면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소득이전은 매우 인색해 공공영역을 통한 소득이전률이 OECD 평균 12.4%를 훨씬 밑도는 3.6%에 불과하다”며 “향후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할뿐 아니라 오히려 복지재원을 전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세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자영업자의 소득을 명확히 파악하고 탈루 및 음성소득을 과세할 뿐 아니라 목적세 등 새로운 세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저출산 및 고령화, 양극화가 초래하는 미래사회의 치명적 미래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가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세양성화 안되면 큰 타격" 인터뷰-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으로부터 세제개편안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그는 현재 회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세무사이기도 하다. -세제개편안이 나온 이후 의뢰인들의 반응은. ▲지난 4월 유가 환급 발표가 나왔을 때는 봉급생활자를 중심으로 상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상담이나 문의는 거의 없다. 소득세나 법인세, 상속세 인하로 실질적인 혜택을 보는 대기업과 고소득층은 세무사 사무실에 문의하지 않고 경리팀이 있으니 자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지 않겠냐. -세제개편안 관련 기사의 댓글에 '자신은 기업을 운영해 1년에 200만원 법인세를 내는데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하는 내용이 있었다. ▲결손이 났는지 이익이 났는지에 따라 다르다. 200만원 정도 법인세를 낸다면 그 업주가대기업을 운영하진 않을 것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법인세 부담이 크게 무거운 것은 아니다. 3% 법인세 인하로 연간 6만원 덕을 보더라도 고금리정책으로 이자를 더 낸다든지, 금융정책의 변동으로 환율이 올라가면 2천만원, 2억원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실효적인 조치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상속세 인하는 일부 부유층만을 조치라는 우려가 많은데. ▲배우자 있고 오래 결혼 생활을 한 경우 상속세 부과기준이 15억 정도 된다. 일부 국가의 예를 들며 상속세 인하 또는 폐지 주장이 있지만 상속세 제정 목적이 지나친 부의 세습이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일정 정도 부담스러워야 하는 세금이다.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 우려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이번 조치의 결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재정적자다. 감세 이후 경기가 나빠진다던지계속 과세양성화가 안되면 재정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IMF 이후 국가부채 등 재정적자 조금씩 늘었기 때문에 재정이 건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 부채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적다며 급격한 재정적자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있지만 향후 증가할 국민연금 등의 재정부담을 생각하면 감세로 인한 재정적자 가능성은 높다.

심재훈 기자

심재훈  @

<저작권자 © 시민사회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