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집단소송제 관련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데 이어 안상수 의원이 지난 4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집시법 개정에도 본격 시동을 걸고 있다. 법무부장관도 “격심했던 폭력집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입은 피해를 일거에 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상당히 바람직한 법”이라는 의견을 밝히고 나섰다.

안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가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케 하기 위한 목적으로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하거나 이를 제공받은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한다”고 되어 있다. 안 의원은 “직업적으로 금전이나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 제공받기로 약속하고 참가하는 자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주최자와 참가자 사이의 금전적 결합에 의한 집단행동을 규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경찰이 집회시위에 대한 개입 내지 법집행을 하기 시작한 것은 1894년 갑오개혁이후 신경찰제도가 확립되면서 부터다. 집회시위 관리 업무는 경찰 고유사무로 정착되었다. 관련 법률이 일제강점기에는 치안유지법을 비롯한 악법의 일부로서, 과거 민주화과정에서도 오명을 벗지 못했다. 집시법은 1962년 12월에 첫 제정되었고 1989년 3월 이후 수 차례 개정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른다.

국민들은 촛불문화제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수많은 시민들을 연행하던 진압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외치던 힘있는 사람들이 야간 불법집회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강제 해산이나, 연행을 시도하지 않던 경찰이 일반 시민들이 야간 불법집회를 하게 되니 강제 해산과 더불어 연행, 폭력까지 휘두르는 모습을 보았다.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던 권력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법을 집행했던 것이다. 많은 촛불 참가자들이 연행되면서 연행의 이유로 경찰이 들이미는 것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말하고 있다.

이제 나아가 집권 여당이 순수한 촛불집회를 빌미로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촛불집회가 열리게 된 근본 원인은 살피지 않고 법으로만 잣대를 삼으려 하고 있다. 진정 법 없는 세상이 살기좋은 세상이라는 걸 망각한 처사다. 집회에 대한 집단소송제는 법리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집회나 시위에 대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한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데도 굳이 대한민국에서만 만들려 하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에 대한 광고불매 운동 사법처리, 사이버모욕죄 신설 추진, 언론보도에 대한 사법적 개입과 처벌 등 작금의 행태에 이어 집회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까지 한다고 하니 국민들은 도대체 정부여당이 어디로 가는지 좀처럼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형국이다.

집회와 시위는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표현하는 공간이자 저항의 수단이다. 만약 ‘시위 피해자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면 각종 집회에 대한 무차별적인 소송 제기가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처벌과 규제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시위 피해자 집단소송제’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

시민사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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