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모순적 실용주의

[시론] 위평량l승인2008.09.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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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9월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스태그플레이션적 상황에서 정부정책의 마련을 촉구하는 시장의 경고음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여러 지표를 통해서 나타나는 국민 생활수준 하락의 비참함이다. 이런 상황을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지만 미시적 처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정책에서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있다. 즉 정책의 변화는 급변하는 것보다 미시적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다. 정책의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관성(慣性)과 관습(慣習), 그리고 기득(旣得)이 얽히고설켜 있어서 가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가 택하는 정책은 상황인식을 어떻게 갖느냐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위기적 상황인가 아니면 그 반대의 상황인가에 따라 적합한 정책을 마련하고 펴야 하는 것이지 어느 때고 미시적 변화, 일관성을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실용주의(pragmatism)를 국가 정책에 확대적용 해석하면, 바로 상황에 따라 시의성을 잃지 않으면서 정책을 구사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실용주의적 접근은 반드시 그르다 할 수 없으나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부분적 인기영합(populism)으로 흐를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실용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여 궁극적으로 국민생활을 나아지게 하려면 실용주의를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로 인식하여야 한다. 따라서 실용주의는 모든 분야의 다양한 의견과 현실을 충분히 그리고 항상적(恒常的)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에 빠진다.

내수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수출이 안되니 그런 소리가 나온다고 이해한다. 우리나라의 내수산업이 허약한 배경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수출주도형 정책을 구사해 왔기 때문이다. 내수와 수출산업의 구분이 불분명하지만 내수산업이란 해외시장 공략보다는 주로 국내시장에 팔 물건을 생산하는 산업을 총칭한다.

이번 감세정책도 소비지출을 증가시켜 내수시장에 모멘텀을 제공하고자 시도한 정책이다. 그러나 경기전망이 세계적으로 불투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득창출 구조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크게 틀리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 대기업의 투자를 촉진하여 이루려는 것이다. 그래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지속적인 규제해제는 대체적으로 국내에서의 규제해제이지 대외시장에서의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규제해제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크다.

국내 규제철폐의 요구는 대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상실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규제완화는 안전한 국내시장에서 우월적 지배력을 가지고 다른 업종으로 진출하고자 한 것을 뒷받침하고는 모양새이다. 이는 그나마 국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고사시키고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즉 국내 시장에서 대기업들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중소기업들에게는 기회를 박탈하는 효과를 초래해 왔다. 이미 대기업의 투자로 인한 고용창출효과는 현저하게 하락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큰 실용적 접근이 아니다.

그러므로 내수형 중소기업과 소기업들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여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과 외수산업 중심으로는 해외시장 확보를 통한 돈벌이에 나서고 중소기업 및 소기업, 그리고 1인 기업들을 내수산업의 튼튼한 초석으로 삼을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어 낼 뿐만 아니라 이로써 개인들의 소득창출구조를 확보하는 것이 된다.

중소기업은 국민의 생계기반이고 진입과 퇴출이 훨씬 용이한 부분으로서 그만큼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 줄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혁신이 용이한 실체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어느 나라고 충분히 시행되었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보호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또한 내수산업의 근본을 두텁게 하는 것은 사회복지제도의 완비에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고자 한다. 중간소득계층 이하의 사람들은 고소득 계층보다 값비싼 외제품을 덜 사용한다. 품질이 다소 낮더라도 가격이 싼 것을 선호한다. 해외로 나갈 기회가 적어 외화를 활용할 기회도 적다. 아이들을 해외로 내보지 못해 달러송금도 거의하지 않는다. 물론 값비싼 국내제품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이 생활하는 대부분의 영역은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국내 제품을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 이것만 보더라도 사회복지예산을 더 편성하여 이들에게 1차적인 혜택을 받도록 하여 내수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세금감면의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귀착 되도록 해야 하며, 소득세 보다는 부가가치세인하와 간접세의 감면이 더 효과적일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된다. 실용주의란 작은 부분부터 큰 부분까지를 포괄하여야 비로소 상호 모순되지 않을 것이다.


위평량 희망제작소 연구위원

위평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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