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 살려라” 참돌고래의 숭고한 장례의식

울산고래연구소, 6월27일 경북 감포 정자 앞바다서
고래류 집단특성연구에 큰 몫 기여

참돌고래의 야생 집단 장례의식 모습이 동해에서 세계 최초로 렌즈에 잡혔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들에 의해서다. 국립수산과학원 울산고래연구소는 10일, 지난 6월27일 울산-포항 간 해역 조사 중 경주시 감포면 정자 앞 바다에서 참돌고래의 집단 장례의식 모습을 2시간여 동안 동영상으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고래연구소는 시험조사선 탐구12호를 타고 수 백마리의 참돌고래 떼를 추적하던 중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3~5마리의 참돌고래가 숨을 거두기 직전인 동료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리는 것을 2시간동안 촬영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수산과학원 울산고래연구소가 세계 최초로 야생에서 참돌고래류의 집단적 제의(祭儀) 유형을 촬영하는 성공했다. 사진은 4~5마리의 참돌고래가 주둥이를 치켜든 동료 돌고래 한 마리를 수면 위로 떠밀어 올리고 있는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소 측 참여관찰자에 따르면 참돌고래들의 협업을 통한 감동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숨을 거둔 참돌고래 1마리가 마침내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참돌고래의 ‘장례의식’은 막을 내렸다고 전한다.

이들 참돌고래의 의식적 행동은 고래연구소 연구원들에 의해 발견되기 전 부터 진행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고래연구소는 숨을 거운 참돌고래가 어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며 외상이 전혀 없는 점으로 미뤄 자연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참돌고래의 수명은 30년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소 측은 “대부분의 돌고래류는 군집 생활을 하며 독특한 무리 행동을 한다”며 ‘돌고래류의 사망시 군집 내 이타적(利他的) 행동에 대한 설명’이라는 자료를 통해 돌고래류의 독특한 군집행동에 대해 소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돌고래류의 이타적 행동의 유형은 크게 두가지로, 어미가 장애에 처한 새끼의 호흡을 돕기 위해 수면으로 밀어 올려 주는 행위와 사망하는 개체를 다른 개체들이 수면으로 밀어 올리거나 부축해 주는 행위이다. 특히, 돌고래류의 사회성을 고려하면 한 개체의 사망 시 무리의 집단 이타적 행동은 일종의 의식적(儀式的) 행동으로 보인다는 것.

이같은 군집 행동 특성은 대부분의 ‘이빨고래류’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문학계에서는 이같은 행동특성을 ‘군집 내의 개체방어 행동 유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결과는 ▽사육 중인 암컷 큰돌고래가 출산 직후 사망한 새끼를 5일간 부리를 이용, 수면 위로 올리는 행동유형(1972, Tayler and Saayman) ▽사망한 2년 생 낫돌고래를 사망한 개체보다 큰 다른 성체와 미성숙 개체들이 함께 지지하는 행동 유형(1976, Kasuya, Miyasaky) ▽야생 암컷 돌고래의 사망한 지 하루가 지난 새끼 보호 유형(1991, Wells) ▽ 일부 부패한 미성숙 뱀머리돌고래 암컷을 다른 성체가 수면 위로 들어올리는 유형(1992, Lodi) ▽15~20여마리의 뱀머리돌고래들과 어미가 죽은 새끼를 보호하는 행위 유형(2007, Fittew) 등이다.

이들 보고 사례는 대부분 사육 상태의 어미와 새끼 사이의 이타적 행위유형이며 그 대상종은 큰돌고래, 뱀머리돌고래 류에 국한된 것이다.

반면 이번 울산고래연구소 측에 의해 관찰, 촬영된 유형은 ‘야생 참돌고래 집단’에 의해 진행된 이타적 행위로서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료 돌고래들이 물이랑을 치며 떠받치고 있지만 힘이 빠진 돌고래는 빈사상태로 빠져든 듯 여겨진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장근 울산고래연구소장은 “돌고래류는 사회성을 갖고 있으나 가족끼리 무리를 지어 다니지 않고 나이나 크기, 성별끼리 그룹을 지어 행동하는 특성을 보인다”며 “사망한 개체를 다른 개체들이 밀어 올리거나 부축하는 행위는 인간으로 치면 장례의식과 같은 제의적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국내 조사팀에 의한 참돌고래의 이타적 행위 촬영 성공은 고래류 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국내 연구소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효선 기자

남효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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