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방송환경 전반의 구조 개편을 도모하는 공세는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의 미디어 관련법 제개정 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으며, 그 내용을 주시하는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발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발빠른 관련법 처리 움직임
이는 각종 규제 완화 조치로 가시화된다.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신문방송 겸영허용, KBS2 MBC 민영화, 지상파 방송과 보도 및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PP, Program Provider)에 대한 대기업 진출 규제 완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System Operator)의 점유 제한 완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운용 채널 기준 완화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입법 예고되거나 될 예정이다.
문제는 그 수위가 ‘대폭’ ‘파격’이라는 용어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중 대기업 진출 규제 완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내용이다. 기존 ‘3조 미만’에서 ‘10조 미만’으로 입법 예고된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이는 재계 20위권에 있는 대기업조차 지상파방송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뿐이 아니다. 지상파방송과 똑같은 모양새를 한 종합편성채널도 허용될 예정이다. 현재의 유료방송 가입자 규모로 볼 때, 이는 지상파 방송을 몇 개 더 허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이러한 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도 적극 허용된다. 저널리즘 전반의 상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무한 경쟁의 시작이자 끝이다.
명분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제 경쟁력이 있는 세계적 수준의 미디어를 출현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미 존재하는 기업을 대기업이 인수한다고 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일 뿐 아니라, DJ정부 시절 단행한 민영화가 일자리의 질적 양적 수준을 얼마나 절하 시켰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경쟁력 있는 세계적 수준의 미디어 출현이라는 명분도 방송을 대기업에 넘겨주기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 아시아권 국가로서 현재의 한류를 넘어서는 경쟁력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문제는 이렇게 별다른 산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잃어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는 데 있다.
우선 저널리즘의 피폐화다. 기업에게 보도를 맡긴다는 것은 보도영역 또한 공적 책무보다 성과와 효율을 중심으로 작동시킬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사 이해관계를 중심에 두는 보도행위도 제어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매체다채널 환경 속에서 저널리즘의 균형을 잡아주는 위치에 ‘공영방송’ ‘지상파 방송’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사회문화적으로 공멸을 자초하는 선택에 가깝다.
공익성 담보 될 수 있나
또 프로그램의 상업화다. 이윤창출을 기본 목표로 하는 대기업이 사회문화적 고려 속에서 장르별 균형을 추구하고 소외계층 대상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리 만무하다. 이미 OCN, TVN 등 채널사용사업(PP, Program Provider)을 통해 검증된 바와 같이 대기업 PP들의 상업성은 군소PP들의 그것을 앞서는 철저한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상업적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겨우 살아남은 KBS1, EBS가 제 역할을 해낼 수 없음은 자명하다.
이처럼 누구나 그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대기업의 참여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겠다고 한다. 그것은 신문방송 겸영 허용과 더불어 지상파 민영화의 전초전이며, 방송시장을 거대 자본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출발점을 의미한다.
민영방송이 더 다루기 쉽다는 최시중 위원장의 발언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시민사회 모두가 지상파 방송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강혜란 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강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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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생명을 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