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대통령과의 대화-질문있습니다’에서 “분양값이 싼 주택을 공급해서 시장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은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자리에서 “서민들의 주거공간은 가급적 도심에서 가까운 데 조성해 주는게 바람직한 시각에서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주거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현재로서는 그린벨트를 추가로 해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지난 11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그린벨트 해제 대상 지역의 위치를 암시하는 듯 한 발언을 했다. 임 의장은 “예를 들어 일산이나 분당은 저렇게 개발하면 되고, 그 중간은 반드시 녹지로 놔둬야 그린벨트 정신에 맞는거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산과 분당 새도시가 서울 경계선에서 상당 거리 떨어지게 된 것은 그린벨트를 피한 것인 만큼, 그린벨트를 활용하면 훨씬 교통여건이 좋은 택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처럼 정부여당의 말을 요약하면 수도권개발 제한구역(그린벨트)을 추가 해제해 서민주택을 공급하자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19일께 구체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정부는 2020년까지 해제할 그린벨트의 총량을 이미 지난 2001년에 정해 놓은 상태다. 수도권에서는 해제 총량 124제곱킬로미터중 98제곱킬로미터는 풀리고 26제곱킬로미터만 남아있다. 따라서 많아야 15만채 정도를 지을 수 있는 땅이라는 것이다. 이 만큼을 지으려고 막개발을 부추기고 환경파괴를 하겠다는 발상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얘기해 놓고 이에 역행하는 반환경 그린벨트 해제 운운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국가비전 ‘녹색 성장’의 탈을 쓴 ‘토건 국가’ 모델은 어불성설이다. ‘삽질 경제’로 부동산 문제와 주택정책을 풀고 경기부양을 이루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전근대적 마인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야당의 비난도 무리는 아니다. 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 추가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벌써부터 유력한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되는 고양지역 주민들과 부동산 업계는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고 한다. 그만큼 과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조짐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인간은 자연과 따로 떼어 놓을 수가 없다. 자연 없는 인간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정책당국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친환경 입장에서 봐야한다. 그린벨트가 가지고 있는 환경에 대한 영향은 그만큼 크고 소중하다. 그린벨트 없는 도시를 상상해 보라. 끔찍하고 소름끼치지 않는가. 지금 한창 저탄소와 대체에너지, 그리고 이러한 사회책임운동이 왕성한데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하는 것은 국가의 사회책임을 방기하는 꼴이다. 이산화탄소, 매연 등 더러운 도시의 공기들을 정화해 줄 그린벨트 보존은 그래서 중요하다. 따라서 그린벨트 안의 자연만이라도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 이 땅은 우리 세대만 사는 게 아니라 후손 대대로 살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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