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예산 없다며 '청소년쉼터' 폐쇄 논란

지난 8년여간 수수방관... '아동친화도시' 무색 이영일 기자l승인2021.09.0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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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청이 "구립 강남구청소년쉼터"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연말에 폐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강남구가 가정밖 청소년 보호를 포기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 이영일

서울 강남구청이 가정밖 청소년(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청소년복지시설인 구립 강남구청소년쉼터(이하 강남쉼터)를 올 12월에 폐쇄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남쉼터는 만 10세~19세의 남자 위기청소년들을 일시 및 단기 보호하는 청소년복지시설이다. 서울에 단기 남자청소년쉼터는 강서청소년쉼터와 강남쉼터, 신림청소년쉼터 단 3개소뿐인데 강남쉼터가 폐쇄되면 서울에는 달랑 2곳만 남게 된다. 즉 남자 위기청소년들을 단기적으로 보살필 수 있는 인원이 30명도 채 안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강남구청, 7월말에 이미 청소년쉼터 폐쇄 결정한 것으로 보여

 

강남구청은 지난 8월 중순, 강남쉼터측에 유선상으로 쉼터 폐쇄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뒤이어 8월 27일에는 위탁법인인 ○○복지재단에 ‘9월 22일 만료되는 위탁기간을 원활한 시설 운영 종료를 위해 12월 31일까지 연장 요청하니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 제목은 “위탁기간 종료 알림 및 기간연장 협조 요청” 이지만 사실상 12월말에 쉼터 문을 닫겠다는 것.

▲ 강남구청이 8월 27일에 강남구청소년쉼터 위탁법인인 ○○복지재단에 보낸 공문. 원활한 시설 운영 종료를 위해 12월 31일까지 연장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이영일

강남구청과 ○○복지재단과의 강남쉼터 위탁계약기간은 지난 2018년 9월 23일부터 올 9월 22일까지. 강남구청측은 위탁기간 만료 60일전인 7월 23일전에 위탁을 종료하고 새 위탁자를 모집 공고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재계약을 할 것인지 ○○복지재단과 협의했어야 했지만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는 동안 강남구청은 강남쉼터 사무직 직원채용을 진행해 6월 19일에는 최종 합격자를 공지하기도 했다. 이 직원을 포함 쉼터 직원들은 12월에 난데없이 실직해야 하는 상황인 것.

즉, 강남구청은 최소한 6월까지는 대안을 마련하다가, 7월에 들어서는 강남쉼터를 폐쇄하기로 내부 결정했거나 최소한 폐쇄에 대한 검토에는 착수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강남구청측은 ○○복지재단과의 강남쉼터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그 사실을 함구하다가 전격적으로 강남쉼터 문을 닫겠다는 사실을 8월 중순에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

 

강남구청, 쉼터 공간 마련도 못한채 부동산 값 올랐다고 대안없이 폐쇄 추진중

 

강남쉼터는 자치구 최초로 지난 1998년 1월에 개소했다. 구립 청소년시설인만큼 처음부터 강남구청이 별도의 독자 쉼터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1998년 개소 이후 논현동, 삼성동 단독주택등을 전전하다가 지난 2012년 5월, 현 강남쉼터 위탁법인인 ○○복지재단이 수서동에 위치한 자체 직영 ○○기독교사회복지관 6층 전체를 강남구청측에 무상 제공하면서 현재까지 이곳에서 쉼터 운영을 계속해 왔다.

▲ 강남구의회에서도 세곡지구 공공청사로 청소년쉼터를 이전하는 방안도 제시되었으나 결국 예산 미확보 사유로 23년여동안 운영되어 온 강남구청소년쉼터가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 이영일

하지만 강남구청은 이후 별도 공간 마련에 힘써야 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복지재단도 강남쉼터 위탁운영법인인 관계로 일시적으로 강남구청에 공간 편의를 봐 주었으나 언제까지 계속 건물 한 동 전체를 강남구청에 계속 무상 제공할 수는 없는 형편.

이에 ○○복지재단은 2018년 9월, 강남구청과의 재위탁 당시 ‘새로운 강남쉼터 장소를 마련하는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구청측은 지난 7~8년동안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2021년에 들어서자 강남구청은 새로운 강남쉼터 공간 마련을 위해 시설이전 비용 9억을 확보하고 옛 서울시의료원 건물 확보 또는 부동산 전세매물을 찾아보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5월에는 강남구의회 허 모 의원이 2021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세곡동 512에 ‘세곡지구 공공청사’가 들어서게 되면 강남구청소년쉼터를 이전하는 것을 강남구청에 요청한 것도 확인된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부동산 매물을 찾아보다 가격 폭등으로 시세가 15억~20억으로 뛰자 쉼터를 아예 폐쇄하기로 한 것이 이번 쉼터 폐쇄의 과정으로 확인된다.

 

아동친화도시 추진하면서 청소년쉼터 문 닫는다는 강남구청 비난 고조

 

강남쉼터 폐쇄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어이가 없다’는 분위기다. ‘돈이 제일 많은 강남구청이 그동안 뭘하다가 이제와서 돈이 없으니 폐쇄하겠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

경기도의 한 청소년쉼터 관계자 강 모씨는 “다른 이유도 아니고 전세 보등금 예산을 추가로 편성할 수 없다는 이유로 쉼터를 폐쇄하려는 것이 황당하다”며 강남구청을 맹비난했다.

▲ 강남구청소년쉼터가 부동산 폭등 및 비용의 문제로 문 닫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해 청원 개시 3일만에 참여인원이 1600여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서울 강북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곽 모씨는 “어려운 청소년들이 예산 문제 때문에 거리로 내몰려야 되겠느냐”며 학부모 관련 밴드에 이같은 사실을 널리 알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쉼터 이전을 위한 전세보증금 금액이 없어서 가정밖청소년 보호 시설을 폐쇄하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참담하다”며 청원의 이유를 밝혔다.

청원인은 “청소년쉼터를 제외한 다양한 복지시설들은 강남구청이 월세나 해당 건물을 구입해 운영하면서 대변해 줄 수 없는 가정밖청소년들의 청소년쉼터는 월세로 변경해 주거나 지자체 건물을 임대해 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폐쇄한다”며 “지방자치단체가 부동산 폭등 및 비용의 문제, 운영의 효율성 문제로 이전장소를 구하지 못하여 사회복지시설을 문 닫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남쉼터 존치를 호소했다.

강남쉼터의 한 관계자도 “강남구청이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쉼터 예산이 9억이 넘어가면 행정처리가 복잡해져서 공무원들이 아예 쉼터를 없애버리자고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다며 ‘예산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지의 문제인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전세가 아니라 월세 공간 확보등 다른 대안 마련도 없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아동친화도시를 추진하는 강남구로서는 이해가 안 간다는 것.

한편 강남쉼터를 폐쇄하기로 한 강남구청의 한 관계자는 수차례의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 "현재 국민청원 등장 등 보고중인 관계로 어떤 인터뷰도 하기가 곤란하다"며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

이영일 기자  ngo2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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