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는 공감… 재원·교육철학 대치

정치권이 등록금 문제 해결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가시적인 입법화 준비는 초보단계다. 특히 시민사회가 제시하고 있는 등록금 후불제와 등록금 상한제 도입은 재원확보방안과 교육철학 등의 이견으로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550여개 시민·사회·학생·학부모 단체로 구성된 등록금넷은 ‘등록금 해결 입법화를 위한 정당 초청 토론회’를 지난 23일 국회 본관 귀빈식당에서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등록금 부담이 서민 가정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등록금 부담을 줄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공유했지만 구체적인 방안 보다는 원론적 재원확충과 대출제도·장학금 활성화 등 간접적인 지원책을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시민사회가 등록금 문제해결을 위해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등록금 상한제와 소득연계형 등록금 후불제 도입을 당론으로 확정했다고 밝힌 원내정당은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에 불과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제도 도입과 국가장학재단 설립을 등록금 문제 해결모델로 제시했고, 민주당은 “소득연계형 후불제, 등록금 상한제가 당론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등록금을 국가가 대신 납부해 주는 부분과 관련해선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참석한 임해규(교육과학기술위 한나라당 간사)의원은 “대학의 학비는 당사자 부담이어야 한다는 것이 당내 여론인 것 같다”며 “학자금 대출 등 2차 보조를 늘려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해 이후에도 한나라당은 등록금 상한제와 같은 직접적인 등록금 개입정책을 배제한 채 학자금 대출지원 확대 등 제한적인 수단만으로 등록금 문제에 풀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에서 이자보전률을 1% 정도씩 높이고 수혜대상자를 넓히는 정책을 계승하면서 장학금 관련 재단을 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또 “미래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제도를 가지고 올 10월 중에서 공청회가 진행된다"며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제는 설계가 잘못될 경우 국가부담이 급증하고, 소득 측면만 중시하면 미래소득이 확실한 사람에게만 대출이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시민사회가 주장하는 소득연계형 등록금 후불제 대신 소득연계형 학자금 대출제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소득에 연계한 학자금 대출이 될 경우 실제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의 반대로 제도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 돈이 없으면 갚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될 경우 경제학의 도덕적 해이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소득연계형 대출제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많은 만큼 소득과 연계한 세금 형식인 등록금 후불제를 제정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등록금 상한제, 후불제가 국민적 합의에 이르려면 대학의 수입지출 구조가 정확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혈세 투입을 전제한다면 대학의 수입지출 구조가 정직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등록금 문제 해결은 국가예산 자원배정과 직결된 것인데, 교육부분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선 기존 부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한 만큼 정치권의 당위성 주장 차원을 넘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등록금 관련 법안 추진에선 17대 국회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찬성, 동의해준 사형제 폐지법안이 국민 공감대가 확산되지 못해 통과가 안 된 경험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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