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맞잡은 손, 놓지 맙시다"

금강산 피격 이후 시민사회 첫 방북기 김두현l승인2008.09.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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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10·4선언 약속 반드시 지켜야"

필자는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진행한 '정성의학종합쎈터 품질관리실 및 조선적십자병원' 이비-두경부외과 수술장의 준공식 대표단의 일원으로 서해직항로를 통해 평양을 다녀왔다. 이번 방문은 금강산 피격사건과 김정일 위원장 건강이상설 이후 최초로 진행된 대규모 민간방북이라 많은 관심이 쏟아졌고, 필자도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진행된 방북이라 5번째 평양 방문에도 불구하고 기대와 긴장감속에 평양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평양은 평온했다

김두현
인민대학습당에서 바라본 평양의 전경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심장이라는 평양의 거리는 평화롭고 활기찼다. 가을걷이를 앞둔 평양의 들녘은 누렇게 물들고 있었고, 오래된 평양의 아파트들도 페인트칠로 새 단장을 해서인지 평양의 모습은 훨씬 밝아보였다. 함께 탑승한 김송국 안내원(41세, 김일성종합대학 철학과 졸업)은 "올해 농사가 대체로 잘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일인 21일 낮 시간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옥류관 앞은 가족단위로 외식을 즐기기 위해 나온 평양시민들로 북적거렸고 평양역광장과 김일성 광장, 개선문 앞의 거리에도 휴일을 즐기는 시민들로 분주했다. 대동강가에서 낚시와 보트놀이를 즐기는 평양시민의 모습에서는 평온함을 넘어 다소 한가로움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방북에서 무엇보다 달라져 보인 평양의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외국인들이다.

“평양국제영화축전과 아라랑 공연을 보기 위해 최근 평양을 찾고 있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민화협 관계자들은 22일부터 제4차 평양 가을철 국제상품전람회가 개막되어 평양으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은 더욱 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양각도호텔 로비에서도 주체사상탑에서도 개선문 광장에서도 평양으로 여행 온 외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짧은 영어로 몇마디 나눈 외국인들의 국적도 참으로 다양했다. 오스트리아, 스폐인, 핀란드, 영국 등 대체로 유럽인들이 많았으나 미국과 중국인들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해설을 듣고 물건을 고르는 외국인들의 모습과 열심히 외국어로 해설하는 북한 해설강사들의 모습에서 앞으로 세계와 북한의 만남이 보다 넓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이는 인민대학습당에서 열심히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있는 평양시민들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고 또한 인민대학습당 전망대에 평양외국어대학 에스파니어학과를 졸업한 해설강사를 배치해놓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양각도 호텔 로비에 새롭게 매장을 연 스위스 시계점의 모습도 이를 확인해주었다. 새롭게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아파트의 모습과 더불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리모델중인 건물들이었다. 평양대극장 앞의 구호판은 올해 북한의 핵심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공화국 창건 60돌을 맞이하는 올해를 조국청사에 새겨질 역사적 전환의 해로 맞이하자."

눈에 띄게 많아진 외국인

정권 수립 60돌을 맞이하는 올해 보다 밝아지고 새로워진 평양을 위해 평양대극장을 비롯한 많은 건축물들을 리모델링하고 있었다. 전력사정 역시 지난해보다 부쩍 좋아진 모습이었다. 평양의 밤거리에는 가로등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고 아파트에도 90%이상의 가구가 불이 들어와 있었다. 나무에는 꼬마전등들이 달려 평양의 밤을 더욱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해까지 평양의 야경을 사진에 담으면 불빛을 거의 확인할 수 없었으나 올해는 선명한 평양의 야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또 하나 이번 방북에서 달라지고 있는 평양의 모습을 확인한 것은 기념품 매장 전시대. 기념품 전시대가 훨씬 깔끔해지고 배치가 새로워진 것은 물론이고 무엇을 사야할 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상품이 다양해져 있었던 것이다.

특히 생필품과 관련된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졌고 과거의 다소 조악했던 품질도 개선되고 있었다. 2층 기념품 매장에는 기성복 양복이 나와 판매되고 있었고 과자와 사탕, 귤즙 요구르트 등 먹거리 종류도 다양해져 있었다. 또한 사탕이나 과자의 품질이 과거에 비해 훨씬 개선된 점도 달라진 점이다. 이번 평양 방북길은 어렵게 성사된 만큼 일정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방북 이튿날 대동강에 짙게 드리워진 안개와 사흘째 오른 백두산에 몰아친 비바람은 마치 현재의 남북관계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 하였다.

김두현
백두산 해설강사와 필자

지난 2001년 오른 이후 7년 만에 찾은 백두산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비바람을 뚫고 장군봉에 올랐지만 끝내 천지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평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옆자리에 동승한 민화협의 문상국(40세, 김일성종합대학 어문학부 졸업) 안내원은 “6·15, 10·4 선언은 애들끼리 장난으로 약속한 것이 아닙니다. 남북의 최고수뇌부가 합의하고 세계가 지지한 것인데, 이명박 정부가 이것에 대한 이행을 거부하고 외세와 공조를 중시하면 남북관계는 악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 의사를 분명히 해야 남북관계의 재개가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남북민간교류 더욱 절실

민화협의 리충복 부위원장은 환영만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세가 아무리 어려워도 6·15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의 길에 함께 합시다. 한번 맞잡은 손을 결코 놓지 맙시다."남과 북이 어렵게 맞잡은 손을 놓지 않기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이번 방북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어렵게 연 통일의 문이 닫히게 하지 않고 이제 겨우 난 통일의 오솔길을 탄탄대로로 넓히기 위해서는 굳은 의지와 함께 남과 북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다.

우리가 일상에서 남북간의 민간교류와 협력에 대한 참여와 통일에 대한 관심이 어느 시기보다 소중한 요즘이다.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김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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