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자본주의의 중심인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처음에는 네덜란드의 땅이었다. 이름도 뉴암스테르담이었다. 네덜란드의 초대 총독 미뉴이트가 1624년 인디언 추장에게 구슬과 도끼 등 60길더(24달러)를 주고 맨해튼 섬을 통째로 사들인 것이다. 사실 토지소유 개념이 없는 인디언에게 서로의 선물정도로 인식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당시 유럽에서도 아직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이곳은 아메리카 식민지의 자본주의적인 질서를 빠르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맨해튼을 방어하기 위해 북쪽 평지에 설치한 목책(Wall)이 월스트리트의 시작이다. 이 방어벽이자 병력 이동로인 목책 앞의 공터에 모여든 무역상과 금융업자들은 이 공터를 월스트리트라고 불렀다.

2차 영국-네덜란드 전쟁의 와중이던 1664년 9월 뉴암스테르담에 영국군이 쳐들어 왔을 때네덜란드인들은 목책에 의지해 항전하려 했으나 영국군은 의표를 찔러 남쪽 절벽으로 침공해 왔다. 위기의 순간, 시민들은 저항을 포기하고 총독에게 항복을 종용했다. 모피와 사탕수수, 노예무역 등으로 짭짤한 이익을 누리고 있던 마당에 애국심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의 대표단에는 총독의 동생까지 끼어 있었다.

결국 수비대는 명예롭게 철수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조건으로 항복했다. 땅을 사들인지 40년만이다. 막상 이곳에 들어온 영국인들은 뉴암스테르담의 현실에 깜짝 놀랐다. 언제나 교회부터 세우는 영국인들과는 달리 예배당도 하나도 없었다. 영국인들이 기피하던 유대인들을 포함해 인종도 다양했다. 통용되는 언어만 18개에 달했다. 경제적으로 발달했지만 자신들과 이질적인 이곳을 영국은 네덜란드인들의 자율통치에 맡겼다.

이후 1669년 뉴욕으로 이름이 바뀌고, 네덜란드가 다시 탈환해 뉴오렌지로 바뀌었다가 영국이 다시 찾는 변화 속에서도 돈과 물질이 중심인 맨해튼의 특성은 그대로 이어졌다. 탄생할 때부터 돈을 어떤 가치보다 중시하던 월스트리트에는 그래서 일확천금을 얻으려는 군상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식민지의 경쟁 상대였던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가 재무장관 해밀턴의 동서가 낀 작전세력에 의한 투기로 경제공황이 발생, 몰락하자 초대 재무장관 해밀턴은 1792년 월가의 아메리카 플라터너스(버튼우드)밑에 모여 협약을 맺고 뉴욕증권거래소를 탄생시켰다. 사무실을 갖고 있던 대형브로커 3명과 거리나 선술집, 커피하우스에서 매매를 성사시켜온 개인브로커들이 모여 증권수수료를 거래액의 0.25%로 하기로 하는 담합을 맺으면서 시작되었다. 이 나무는 1865년 태풍으로 뽑힐 때까지 월스트리트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월스트리트의 시작에도 원초적인 자유원리가 아니라 정부의 개입이 있었고 정부의 규제로 인한 담합도 있었다. 그래서 역사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항상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뿐이다. “사회주의 최대 약점은 사회주의 그 자체이고, 자본주의 최대 약점은 자본가 그 자체” 라는 말이 있다. 머니 게임을 통하여 세계 경제의 심장으로 성장한 월스트리트를 보면서 우리도 어떤 체제나 시스템에 대해 맹목적인 신뢰를 가져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신뢰가 아닌 신앙으로 월스트리트를 믿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나라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라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창수 역사기고가

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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