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점프!’ 3년 여정을 돌아보는 사업보고 토론회 열려

한국여성의전화는 12월 17일 ‘마음대로, 점프!’ 3년 여정을 돌아보며, 가정폭력 피해여성 역량강화 및 가정폭력 인식개선 프로그램의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마음대로, 점프!’는 가정폭력 피해생존자의 자립을 지원하고 가정폭력에 대한 편견,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문화를 바꾸기 위해 2019년부터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진행해온 문화치유프로그램이다.

토론회는 온라인 회의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2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50여명의 신청자들과 함께했다.

▲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이번 토론회는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효과적인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무엇이 가정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 모색해보고자 마련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의 사회와 신상희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오래뜰 시설장의 ‘마음대로, 점프!’ 3년간의 활동보고로 토론회가 시작됐다.

발제는 신나래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연구교수가 맡았으며, 이어 명아 ‘마음대로, 점프!’ 참여자, 유화정 가족구성원연구소 연구위원, 황유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의 토론이 이어졌다.

신나래(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연구교수)는 ‘마음대로, 점프!’ 문화 활동을 통한 가정폭력 피해생존자의 역량강화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프로그램 참여자에 대한 FGI(Focus Group Interview)와 참여당사자의 정서적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 공연을 관람한 관객을 대상으로 한 이용자 설문조사, 워크숍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설문조사 등을 수행했다. 연구의 결과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FGI를 통해서 참여자들은 점프 활동을 통해 자존감과 소속감, 자신감, 성취감, 효능감, 소속감과 연대의식 등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했다. 점프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머무르지 않고 자신들이 활동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들을 공연과 워크숍을 통해 지역사회에 전달하는 적극적 주체로 활동했다.

점프 당사자 문화공연은 춤과 노래, 토크콘서트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고, 가정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을 넘어서 본 사업에서는 전국 지부와 함께하는 순회공연 및 워크숍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점프 프로그램의 확장성을 엿볼 수 있다.

점프 활동은 3년이라는 사업기간 동안 계획적·유기적으로 진행됐다. 3년간의 프로그램에 모두 참여한 피해생존자들은 해를 거듭하며 변화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사업 구성과 연차별 활동 목표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고했다. 이러한 활동의 전 과정은 동료들과 ‘함께’여서 더욱 가능했다. 점프 프로그램은 집단 활동으로서의 장점을 보여주었다. 문화예술 치유프로그램을 통해 당사자 간의 네트워크가 성립되고 자기 성장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보고되고 있다.

가정폭력피해생존자에 대한 지원 관점이 ‘보호’에서 ‘자립’으로 전환되고 있다. 가정폭력피해생존자에게 자립이란 경제적 자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정서적, 사회적 자립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들의 다양성을 고려하였을 때, 피해생존자의 욕구와 맥락을 고려하여 개입과 지원의 방법은 보다 다양해질 필요가 있으며, 문화예술 치유 프로그램은 다른 상담·개입 프로그램들과 함께 사용되며,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와 전문가와의 연계로 내담자의 적성 및 전반 상황을 고려하여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한다.

명아(‘마음대로, 점프!’ 참여자)는 피해 경험을 삶의 일부로 바라보고 수용할 수 있게 되었고, 지난 시간이 세상의 도움을 구하고 지지를 받고 연결되는 과정이었음을 이야기했다. 다른 참여자들의 3년간의 변화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유화정(가족구성원연구소 연구위원)은 국가의 피해자 지원 방식이 ‘보호’에서 ‘자립’으로 나아가며, 가정폭력피해자가 요보호대상이 아닌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자립지원프로그램의 다양화와 쉼터의 운영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황유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는 ‘불량언니 작업장’과 함께 진행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이 자신감을 가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예술 활동은 그 자체로 치유이자 사회적 말하기의 과정으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나를 재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 문화예술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기회와 자원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 하고, 그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지지 받을 때 더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마음대로, 점프!’ 프로젝트는 진행됐다. 1차 년도는 춤과 노래를 통해 가정폭력 피해생존자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했고, 2차 년도에는 가정폭력 피해생존자들이 직접 작사와 작곡 한 노래를 음반으로 제작하고, 에세이집을 발행하여 대중들의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도모했다.

3차 년도는 참여자들이 직접 만드는 문화공연으로 전국을 순회하고 지역 워크숍을 진행하며, 전국의 가정폭력 피해자들과 함께했다.

토론자들은 여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문화예술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현재 국가가 지원하는 ‘피해자 자립’은 주거지원, 직업훈련 등 물질적이거나 생계를 위한 자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마음대로, 점프!’와 같은 정서적 지원의 필요성을 느끼며,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효과적인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프로젝트는 3년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만, 이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 및 프로그램 다양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1983년 첫발을 내디뎠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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